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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아이비콘, 본격적인 고민의 시작


 iOS 7에 추가된 '아이비콘(iBeacon)'은 블루투스 LE(Bluetooth LE)를 활용한 근거리 통신 기술입니다. 오차범위 5cm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어 광고부터 쇼핑, 행사, 결제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NFC를 잠재울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애플 아이비콘, 본격적인 고민의 시작


 아이비콘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NFC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덕분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블루투스 LE 자체라고 봐도 좋지만, 플랫폼 관점에서 블루투스 LE와 iOS를 잘 활용하여 NFC 대체 가능성을 아주 빠르게 제시한 것입니다.
 
 


 MacTrast는 '마켓 모바일 광고 업체인 인마켓(inMarket)이 아이비콘을 도입한다.'고 지난 7일 전했습니다. 인마켓은 자사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에 있는 대형 식료품점 체인인 세이프웨이(Safeway)와 자이언트 이글(Giant Eagle) 150개 매장에서 이달 시작하며, 내년 말까지 수천 개의 점포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광고 방식은 간단합니다.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고, 해당 매장을 지나게 되면 상품 광고, 방문 시간에 따른 쿠폰 제공, 할인 정보를 알림으로 제공합니다. 인마켓은 '이곳에 쇼핑 경험의 미래가 있다.'가 있다고 아이비콘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존 GPS 방식의 광고보다 훨씬 정확하고, 블루투스 4.0의 저전력 기술로 배터리 소모도 적어 광고에 적합하다는 겁니다. 광고를 보기 싫다면 앱을 설치 않으면 되므로 고객 간섭에도 큰 문제를 끼치지 않고, 구간별 광고 관리도 수월하여 쇼핑 상황에 맞지 않는 광고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두고 볼 때 사용자로서도 보다 효과적인 쇼핑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마켓의 아이비콘 사용을 보았을 때, 몇 가지 문제를 짚어낼 수 있습니다.
 
 Re/Code는 아이비콘을 매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선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던킨도너츠나 스타벅스와 같은 인기 있는 앱을 이미 지니고 있는 대기업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 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 업체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아이비콘을 도입할 계획이라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투자할 준비를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비콘을 적용하는데, 앱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포함되는 겁니다.
 
 NFC와 같은 선에서 보자면 '구축 비용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이비콘의 장점이 저렴한 비용이었다는 점이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더군다나 결제용 NFC 단말기를 가져다 놓는 것과 앱의 유지와 보수를 지속해야 하는 것은 아이비콘을 훨씬 부담스럽게 만듭니다. 소규모 소매점에서 아이비콘을 위해 개발자를 고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또한, 결제뿐만 아니라 상품 설명 등의 정보 제공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활용이 떨어지면 그만큼 기술이 고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술, 비용, 활용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이를 고민하지 않고는 어느 매장이든 섣불리 아이비콘을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인마켓처럼 매장이 직접 앱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앱으로 모든 정보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체인점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를 관리할 부서가 있고, 할인 품목이나 상품 정보가 일괄적이므로 활용 대비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소규모 매장을 하나하나 관리하면서 통합하기에는 효율이 높지 못합니다. 아이비콘으로 판매에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관리 비용만 까먹는 셈이기 때문이죠.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별다른 개발 지식 없이도 특정 앱에 아이비콘 설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에스티모테 비콘(Estimote Beacons)'과 같은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쉽게 아이비콘 환경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아이비콘 보급의 최선으로 본다면 지원할 업체가 있어야 하는데, 애플이 직접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모험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사례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방 성과를 낼 수 없기에 가능성만 보고 뛰어들기에는 사업 규모도 크고, 위험성도 상당하죠. 쉽지 않습니다.
 
 아이비콘이 확산하기 위해선 도입에 기술적인 고민을 덜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술 사용의 비용 부분과 관리 등에서 소규모 매장이 도입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매장뿐만 아니라 박물관이나 미술관, MLB 경기장이나 공항에서도 아이비콘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확산이라는 과제를 두었을 때 NFC나 또 다른 근거리 통신 기술과 플랫폼 경쟁을 하려면 간과해선 안 됩니다. 고립된 기술은 금방 사라지기 쉽고, 대체되는 건 한순간입니다. 특정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면 확장된 기술이라 할 수 없으니, 무언가를 대체할 기술로 보기에는 무리겠죠.
 
 지난해 애플이 애플스토어에 아이비콘을 도입한 것과 함께 얼마 전, 미국의 메이시스(Macys) 백화점도 아이비콘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사용자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딱히 중요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귀찮다는 반응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시험 단계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반응으로 넘겨볼 수 있겠지만, 꼭 대형 매장에서 사용한다더라도 꿈같은 일이 펼쳐지지 않을뿐더러 소규모 매장까지 바라본다면 갈 길이 멀다는 얘깁니다.
 
 아이비콘 도입의 고민은 이제 시작입니다.
 
 
 


 필자는 올해가 아이비콘의 가능성을 가장 도드라지게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시험 중인 몇몇 업체들의 성과가 빛을 보고 있진 않지만, 스타벅스와 같은 좀 더 접근성 높은 매장에서 어떤 식의 반응이 나타날지 지켜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다면 제공자와 사용자 간의 아이비콘 사용 전반에 새로운 인식을 싹트게 할 것입니다. 이는 출발로서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에서 다음 단계인 확산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올해 아이비콘을 지켜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여기서 큰 점수를 따지 못한다면 어떤 식으로 보완하든 오래 살아남는 기술이 될 수 없겠죠.
 
 아이비콘의 특징은 개발 개발자들도 블루투스 LE를 이용해 쉽게 개발에 참여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확장성이 뛰어난 기술인데, 그런 특징을 들어 확산의 고민에 비전을 내비치는 것이 아이비콘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