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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올해 아이패드 존재 의의 증명했다

 영국 매체 미러(Mirror)는 '스쿠루지 상사가 준 크리스마스 최악을 선물'이라는 제목의 영국 직장인들이 꼽은 최악의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을 소개했습니다. 이 목록에는 애완견 사료나 과자, 식물의 씨앗 등을 최악을 선물로 선정했습니다. 반대로 영국 직장인들이 받고 싶은 선물에는 선물세트, 스파 이용권 등과 함께 '아이패드'가 꼽혔습니다.
 




애플, 올해 아이패드 존재 의의 증명했다


 애플은 지난 10월, 두 가지 신형 아이패드를 출시했습니다. 9.7인치의 '아이패드 에어(iPad Air)'와 7.9인치의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iPad Mini Ratina)'가 그 주인공이죠. 경제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MarketWatch)는 아이패드가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유통업체인 타겟(Taget)은 같은 기간 아이패드가 전체 매출의 18.1%를 차지했다고 말했는데, 실제 연말 선물로 아이패드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패드



 
 아이패드 4세대 이전까지 아이패드 출시일이 상반기였다는 점에서 아이패드의 연말 선물 비중은 아이폰에 밀렸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아이패드 신제품을 하반기에 출시하면서 신제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연말 시즌을 이용해 구매하는 비중이 늘어나게 된 것인데, 애플 전문 분석가인 파이퍼 재프리(Piper Jaffray)의 진 뮌스터(Gene Munster)는 '올해 4분기 2,450만 대의 아이패드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예상이 정확하다는 가정을 할 때 지난 4분기(회계연도 1분기) 아이패드 판매량보다 6.9% 상승하게 됩니다.
 
 여기서 연말 시즌이라는 점과 아이패드의 출시일이 하반기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아이패드 판매의 상승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필자는 상승 이유보다 '유지' 이유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PC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1.2% 감소한 3억 310만 대로 조사된 것과 달리, 태블릿은 53.4% 증가한 1억 8,400만 대에 달했습니다. 여전히 PC  출하량이 많지만, 태블릿이 급성장하면서 따라잡고 있는 것입니다. 가트너는 내년 태블릿의 출하량을 2억 6,300만 대로 예상했으며, 내년 PC 출하량으로 예상된 2억 8,200만 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됩니다. 태블릿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인데, 이는 아이패드의 성장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저가 제품의 증가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태블릿에서 따져보면 아이패드는 상당히 고가 제품에 속합니다. 전체적인 제원이 구글의 넥서스7(Nexus 7) 2세대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보다 낮지만, 동급 제품과 비교해 고급 사양을 제공합니다. 실제 사양에 따른 사용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저가에서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의 가격보다 넥서스7 2세대의 가격이 170달러나 저렴하다는 겁니다. 애플 제품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용자라면, 넥서스7 2세대를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J.D. 파워(J.D. Power)의 2013년 미국 태블릿 만족도 조사에서 모든 부분에 만점을 받은 애플이 삼성에 밀려 2위로 떨어진 이유도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조사의 상위 업체인 삼성, 에이서, 아마존, 에이수스가 가격에서 4~5의 별점을 받은 것과 달리 애플은 2점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애플은 이런 조사에도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의 가격을 1세대보다 70달러나 올렸습니다. 내년에도 같은 결과가 반영된다면 애플의 만족도는 더 떨어져야겠죠.
 
 하지만 아이패드의 인기는 이전보다 더 올랐습니다. 가격 탓으로 태블릿 시장이 성장하고, 재편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아이패드는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가격이 더 올랐음에도 지난해보다 더 높은 판매량이 예상되고 있는 것입니다.
 


존재 의의



 
 필자는 애플이 올해 아이패드의 존재 의의를 증명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증명이 저가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태블릿 시장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태블릿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회의감을 품는 소비자는 여전히 많습니다. 스마트폰 초기 시장과 같다고 할 수 있겠죠. 스마트폰보다 빠르게 저가 시장이 형성되는 원인도 거기에 있습니다. 갖고 싶은 항목이지만, 큰 비용을 지급할 만큼의 제품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탓으로 태블릿 시장에 저가 칼바람을 세운 것은 아마존과 구글입니다.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Kindle Fire)는 2011년 199달러에 출시되었고, 2012년 처음 등장한 넥서스7도 8GB 모델이 199달러 출시되었습니다. 부품값만 치더라도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가격이며, 하드웨어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콘텐츠와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회의감을 가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습니다. 특히 킨들 파이어는 아이패드가 처음 공개된 후 1년 10개월 만에 등장하면서 삼성, HP, 델, 에이수스, 에어서 등이 선점을 위해 달려들었던 것이 무색하게 미국 태블릿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합니다.
 
 휴대폰이 현대인의 필수 기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도 뒤를 이었고, 스마트폰에 대한 투자가 높은 것과 다르게 태블릿은 스마트폰의 보조적인 제품으로 인식되며, 빠른 저가 경쟁 체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급격한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되었는데,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는 올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합친 국내 시장 출하량이 전년대비 5% 감소했고, 매출액은 7.9%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2010년 본격적인 태블릿 시장이 열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것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여느 국가와 달리 스마트폰의 포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패블릿의 인기에 보조적으로 인식되는 태블릿의 보급도 함께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태블릿에 대한 회의감이 있는 상태에서 큰 화면의 패블릿에 많은 투자를 한 소비자가 비싼 태블릿을 구매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구매한다면 저가 제품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매출액의 감소도 크게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태블릿이 '커다란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폰과 랩톱 사이의 주된 제품'으로 인식되지 않는 한은 태블릿은 보조적인 제품 이상으로 소비자들에게 흥미를 주기 어려워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에 빠르게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가격 경쟁에도 태블릿의 성장이 둔화 현상을 보인다고 IDC는 말했습니다. IDC는 조사를 통해 세계 태블릿 출하량이 정점을 찍었지만,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고, 2017년에는 4억 700만 대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해 성장은 지속하겠으나, 초기 단계보다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 패블릿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급증한 탓이라고 말했는데, 패블릿의 보조적인 역할로 태블릿을 판매하려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분석가들은 애플이 저가 태블릿을 내놓아야 한다고 킨들 파이어가 등장한 시점부터 주장해왔습니다. 7인치의 저가 제품으로 점유율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이패드가 닦아놓은 태블릿 시장에서 저가 제품에 점유율을 다 빼앗겨 버릴 것이라고 말이죠. 실제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점유율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아이패드 점유율을 금방 넘어섰습니다. 문제는 이 성장의 이면에 있습니다.
 
 패블릿의 등장에 태블릿의 성장 폭이 줄어들면서 보조적인 제품으로 태블릿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용도로 최적화된 저렴한 제품 말이죠.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추가된 것을 스마트폰이라고 한다면, 스마트폰이 콘텐츠 소비에 탁월한 화면 크기와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제공했을 때 태블릿의 존재 의의는 좁아집니다. 패블릿을 구매한 소비자가 태블릿을 구매할 이유도 협소해지죠. 가격 면을 떠나서 태블릿이라는 제품 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태블릿 제조사에 아주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처음부터 추구한 것이 달랐습니다. 분명 아이패드도 여타 태블릿처럼 콘텐츠 소비 활동에 우수한 면을 보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용 용도가 소비 활동에 있습니다. 다만, 아이패드가 추구했던 것은 일부 생산성을 겸비한 아이폰과 맥북의 중간 제품이었습니다. 이 둘을 무작정 합친 것이 아니라 맥북보다는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콘텐츠 소비에 탁월하고, 아이폰에서 어려운 생산성 활동을 터치 인터페이스에 걸맞도록 하면서 맥북과는 다른 생산 경험을 제공하는 중간 단계를 의미합니다. 물론 기본적인 문서 작성이나 핵심 생산성 앱은 안드로이드나 윈도우 태블릿에도 존재합니다. 윈도우 태블릿을 아예 기존 윈도우 생산성 앱을 사용할 수 있으니 어떤 면에선 아이패드보다 생산성이 우수하다고 할 수도 있죠. 단지 아이패드가 추구한 것은 어느 쪽의 우수함이 아니라 중간 단계의 주된 제품이고, 애플이 항상 이를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따로 '비즈니스를 위한 아이패드(iPad in Business)'라는 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개발한 앱을 사용하는 사례나 소규모 업체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으로 아이패드를 업무에 활용하는 등의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업 활동만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이 생산성 활동을 하는 부분까지 얘기합니다. '애플이 생산성에 강하고, 기업용 시장에서 잘 나간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아이패드가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임에도 성장이 둔화되는 태블릿 시장에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는 1세대보다 가격을 높였지만, 판매량이 상승했다는 점이 저가의 콘텐츠 소비 위주의 태블릿과 방향을 달리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겁니다.
 
 애초에 분석가들이 닦달한 것처럼 저가 아이패드를 내놓았다면, 아이패드도 회전력이 빠른 소모성 콘텐츠 위주의 전략을 내세웠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하드웨어 판매로 취하지 못한 이득을 콘텐츠에서 만들어 낼 테니까요. 현재와 같은 아이패드는 존재할 수 없었겠죠. 그러나 애플은 아이패드에서 하드웨어 수익을 가장 많이 챙기고 있으며, 패블릿에 밀리지 않는 고른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콘텐츠 소비를 강화한 패블릿과 콘텐츠 소비 중심의 태블릿이 서로 잠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이패드가 추구했던 바를 중심으로 성장한 생태계와 소비자 인식이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이는 올해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로 확실하게 증명했습니다. 지난해 애플은 9.7인치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를 좀 더 확실히 구분 지었습니다. 누가 봐도 강력한 사양과 다양한 활용성을 원한다면 9.7인치 아이패드, 콘텐츠 소비를 원한다면 아이패드 미니를 선택하라고 나눈 겁니다. 가격에도 차이를 두었죠. 하지만 올해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는 같은 사양을 내놓았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를 가지고도 9.7인치와 같은 강력한 활동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여태 아이패드가 추구했던 것들을 아이패드 미니가 소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격이 비싸진 아이패드 미니를 구매할 이유를 명확하게 했습니다. 둔화되는 태블릿 시장에서도 아이패드가 아이패드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애플



 
 아이패드를 콘텐츠 소비를 위한 기기로만 사용하는 소비자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아이패드가 아닌 태블릿으로 콘텐츠 소비 외 다양한 활동을 하는 소비자도 존재하죠. 단지 필자가 얘기하는 것은 콘텐츠 소비 목적의 소비자를 중심으로 나눴을 때 +@라는 부분이 아이패드에 기울어있고, 이것이 아이패드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명료하게 정의하자면, '태블릿의 가치를 돋보이게 했다.'고 할 수 있겠죠. 적어도 그런 점이 태블릿에 회의감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자극을 주는 역할로 작용했을 겁니다. '스마트폰과 다르다.'는 걸 증명한 제품이라는 점만으로 아이패드가 가지는 의의는 상당하고, 애플의 태블릿 사업을 공고히 해줄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보자면 삼성은 '갤럭시 노트 프로'로 불리는 12.2인치의 태블릿을 준비 중인데, 기존의 최대 크기인 10.1인치보다 더 큰 제품으로서 생산성과 교육에 중점을 두고 개발되어, CES2014에서 공개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애플도 12.9인치의 아이패드를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들리는데, 갤럭시 노트 프로처럼 콘텐츠 소비를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활용 방법을 더 늘리고, 아이패드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을 목적에 두고 있는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니까 저가의 콘텐츠 소비 위주의 태블릿이 증가하는 것과 반대로 태블릿의 특징을 살려 스마트폰과 랩톱이 동시에 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만한 제품으로 확장하는 쪽으로 전략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애플은 전혀 저가의 태블릿을 내놓지 않을 것이며, 아이패드의 존재 의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갈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태블릿 부분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삼성이지만, 삼성은 콘텐츠 사업보다 하드웨어 사업에 더 큰 비중을 뒀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고, 콘텐츠까지 가진 애플은 이점을 더욱 부각하려 할 것입니다.
 
 애플이 내비친 아이패드의 존재 의의는 애플의 향후 태블릿 전략을 가리키는 것과 같으며, 이 이후에도 소비자에게 이런 점을 내던져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