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성장세가 꺾인 걸까? 안드로이드 강세가 계속 이어질까?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희대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점유율을 따라잡았지만, 안드로이드가 성장한다고 해서 아이폰이 덜 성장하진 않으니, 안드로이드가 점유율을 잠식하는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아이폰의 성장세 분석에 대한 고찰
안드로이드가 점유율을 잠식하니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로 이행하게 되었을 때 아이폰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도 있었습니다. 윈도폰이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짓누를 수 있다는 주장은 계속된 것입니다. 확실히 시장 논리에서 보면 맞는 말이고, 과거 맥과 윈도우의 싸움만 떠올려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자료가 공개되었습니다.
성장세
BGR은 아심코(Asymco)의 자료를 인용해 2017년까지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7명이 아이폰을 소유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미국인의 68%가 아이폰을 소유하게 되는 것으로 현재 아이폰의 성장세가 이어지면 나타날 것이라는 겁니다.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로 성장 중이니 이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이 자료는 모바일 시장전문 분석가인 호레이드 데디우(Horace Dediu)가 콤스코어(ComScore)의 최근 보고서를 토대로 예측한 것입니다. 그는 미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2016년 말, 90%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면 교체 추이나 성장세에 따라서 점유율이 나뉘게 되는데, 호레이드 데디우는 한 가지 그래프는 제시합니다.
How many Americans will be using an iPhone when the US smartphone market saturates?_Asymco
그래프의 모양으로만 봐도 알 수 있지만,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스마트폰 성장 추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블랙베리는 급격하게 추락했고, MS는 출렁이고 있습니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초기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점점 꺾이고 있습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니 성장 폭도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눈에 가는 부분이 '애플'입니다. 애플의 곡선은 그렇게 가파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래를 향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줄곧 성장세가 위로 뻗어 나갔지만, 안드로이드가 뛰어넘은 지 오래고, 안드로이드의 성장세처럼 폭발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는 기타(Other)의 곡선과 같은 것으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상승하면서 함께 상승하게 되는 기타 곡선이 아이폰과 같이 움직인다는 점은 아이폰의 곡선이 스마트폰의 시장 성장과 함께 움직이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호레이드 데디우는 이를 '소비자가 기술을 습득하는 것과 유사하게 애플 제품을 흡수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너무 빠르게 앞서 나간 것과 다르게 아이폰은 계속해서 일정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를 미국 시장에 안드로이드처럼 꺾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자료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안드로이드가 먼저 성장세가 잦아들고, 아이폰이 유지되어 곡선이 겹치는 시기가 될 때 아이폰의 점유율이 안드로이드를 넘어설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고찰
아이폰은 항상 판매량이 기록을 달성하고 있지만, 점유율 면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으면서 위기론으로까지 몰렸었습니다. 그러나 성장세 자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으며, 이 상승 곡선이 한 번에 꺾이지 않는다면 곡선이 향하는 방향이 갑자기 아래로 향하진 않을 것입니다. 결국, 큰 변수만 없다면 안드로이드를 따라잡겠죠.
이를 두고 '단순히 미국 얘기잖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아이폰 강세는 계속되고 있었고, 신제품 상승에 따라 점유율도 뛰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심각하게 성장했던 2011년과 2012년에도 아이폰 강세가 풀이 죽진 않았으니까요. 다만, 미국 시장의 현황은 미국 상황 외 몇 가지를 더 얘기합니다.
미국은 가장 큰 휴대폰 시장 중 하나이고, 일본과 유럽, 그리고 신흥 시장인 중국과 인도도 큰 시장입니다. 아이폰의 일본 인기는 이미 유명한 상태고, IT 시장 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자료를 보면 아이폰의 중국 점유율이 한 달 만에 4배로 뛰어올랐습니다. 12%라는 적은 수치지만, 미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전체 점유율이 아닌 성장세로만 보자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호레이드 데디우가 제시한 로지스틱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을 이용한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 추이 분석 그래프를 봅시다.
The diffusion of iPhones as a learning process_Asymco
애플의 파이는 점점 커지고 있고, 안드로이드가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보급률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 형성 단계에서 초기에는 많은 수요자가 몰려 확산에 쟁점을 둔다면, 시장이 성숙 단계에선 확산보단 혁신에 쟁점을 두게 되는 현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앞서 있는 제품들, 이를테면 보급형 모델들이 아닌 아이폰이나 삼성, LG의 플래그십 모델로 소비자가 이동하게 되면서 보급형 모델보다 상위 제품들의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시장 형성 단계에서 혁신성에 쟁점을 둔 소비자도 있지만, 그 외 확산에 쟁점을 두었던 소비자들이 성숙 단계에서 혁신성에 쟁점을 두면서 옮겨가게 되고, 이 현상에 따라 아이폰의 보급률도 상승했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겁니다.
(부가설명을 하자면, '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하려는 성향에서 제품을 고르게 되고, 소비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일본과 중국, 인도, 그리고 그 뒤에 주목받는 남미 시장까지 설명할 수 있는데, 일본과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미국처럼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한국 시장이 초기 단계에서 확산이 아닌 혁신에 쟁점을 두고 플래그십 모델 위주의 소비가 나타났다는 점을 보면 일본과 중국의 최근 아이폰 점유율 상승이 이와 같은 현상으로 빚어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혁신성을 과시적 소비로 포장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일종의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시장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소비자가 지역 내 시장 상황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전달이 수월해지면서 다른 지역의 소비 형태를 둘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미국과 같은 포화 상태에 이른 지역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만약 시장 성숙 단계에서 아이폰의 성장세가 꺾여 들었다면 윈도우와 맥의 대결처럼 윈도우 쪽으로 기울 것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아이폰의 성장세가 포화 상태에서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호레이드 데디우의 예측과 같은 쪽으로 기울게 합니다.
아이폰
물론 완벽히 이 예측대로 흘러간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뭔지 모를 큰 변수를 얘길 하지 않더라도 간단히 국내 시장을 예로 들어도 됩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소비자들은 '빠르게 스마트폰을 얻는 것'을 지나 '어떤 스마트폰'이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문제는 애플의 전반적인 서비스, 그러니까 아이튠즈나 애플스토어 입점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혁신성이라는 부분이 그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쪽에 몰려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와 같은 형태의 시장이라면 제품 선택의 기준이 확산이 아닌 혁신이든, 베블런 효과든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오히려 국내 소비자는 혁신성을 삼성이나 LG 등의 제품에서 찾으려고 하며, LG의 최근 판매량이 상승 이유 중 일부가 여기에 포함되었다고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본다면 좀 더 복잡하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아심코의 자료에서 중요한 점은 아이폰의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세가 포화 단계에서 힘을 발휘하게 되는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겁니다. 만약 스마트폰을 대체할만한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동차 시장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거죠. 이는 애플에 호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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