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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아이비콘의 미래 (2) - 아이비콘과 NFC의 경쟁

 '애플, 아이비콘의 미래 (1) - 아이비콘이 무엇인가?'를 통해 애플이 제시한 아이비콘이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비콘의 정체를 알고 나면 겹쳐지는 것이 바로 'NFC(Near Field Communication)'입니다.

- 1부 먼저보기 -





애플, 아이비콘의 미래 (2) - 아이비콘과 NFC의 경쟁


 애플은 지난 해 아이폰 5를 공개했지만, 핵심 기술로 꼽히던 NFC를 탑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이폰 5를 공개하던 이벤트에서 애플의 마케팅 부사장인 필 쉴러는 '왜 NFC를 탑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바코드만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iOS6에 포함된 패스북이 바코드로 활용할 수 있었던 탓으로 해석되었었습니다. 이에 필자는 '애플의 패스북(Passbook), 모바일 결제 정점 찍을 파급력'이라는 글을 통해 패스북을 짚고 넘어갔습니다.




패스북과 스퀘어




 패스북이 당시 필자의 생각처럼 빠르게 파급력을 얻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했던건 애플이 구글이 먼저 시장 선점에 나선 NFC가 아닌 그와 경쟁 중인 다른 업체들과 함께 NFC를 밀어내어 애플이 반NFC 연합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의 경쟁력을 지닐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핵심이 바로 아이비콘에 있었습니다.

 필자는 앞서 1분에서 아이비콘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소개했습니다. 가게에 들어서게 되면 정확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하여 사용자는 알림을 받게되고, 바로 주문과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어디서 많이 봐오던 것입니다. 바로 '스퀘어(Square)'입니다.

 스퀘어는 지난 해 8월, 스타벅스와 큰 규모로 제휴하였습니다. 스타벅스가 스퀘어에 투자하고, 스퀘어의 결제 시스템을 스타벅스가 채용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결제 방식이 아이비콘과 흡사합니다. 스퀘어 사용자는 GPS를 이용해 가까운 스타벅스로 가면 알림이 옵니다. 그와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할 수 있고, 음료가 나오면 주문 스크린에 이름이 나타나면서 결제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만약 사용자가 스퀘어 단말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냥 아이폰에서 카드를 긁는 것으로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고, 또는 크레딧을 이용하여 먼저 계산을 끝마칠 수 있습니다. 스퀘어는 NFC를 주도로 하는 구글 월렛의 최대 경쟁자였고, 현재는 미국내 구글 월렛보다 더 많은 가맹점과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이 스퀘어의 최대 동력자 중 하나가 애플이라는 겁니다.




 스퀘어는 구글의 NFC와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경쟁의 주요 쟁점은 '가격'인데, 스퀘어가 구글 월렛을 제치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몇 십, 몇 백만원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매장에 카드 결제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스퀘어의 카드 단말기는 9.95 달러에 구매할 수 있으며, 무료로 제공되는 스퀘어 앱을 사용하면 됩니다. 덕분에 일반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벼룩시장에서도 카드 결제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으며, NFC보다 더 많은 가맹점을 얻게 된 것입니다. 스퀘어는 '스퀘어 월렛(SquareWallet)'라는 자체 전자지갑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이 서비스는 iOS의 패스북과 통합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아이비콘이 등장합니다. 스퀘어는 언제든 가맹점에 스퀘어의 아이비콘 제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당장 스타벅스에서 제공 중인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스퀘어의 카드 단말기에 아이비콘을 장착할 수도 있습니다. NFC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스퀘어가 아이비콘과 결합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구글 NFC





 구글의 전자지갑 전략을 조금씩 방향을 달리해왔습니다. 처음에는 페이팔과 같은 전략을 취하는 듯 하다가 NFC를 적극 밀어봤지만, 스퀘어가 성장하자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인수에 3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스퀘어와 같은 점포용 모바일 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게 올해 6월입니다. 정확히는 WWDC 2013이 있기 바로 직전이었죠. 그 뒤 애플이 아이비콘을 공개한 뒤 8월에 와이파이슬램(WifiSLAM)이라는 신생 기업을 인수합니다. 와이파이슬램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LE를 이용한 측량으로 실내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사용되는데, 당연히 아이비콘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였습니다. 구글은 이에 맞대응을 하듯 9월에 모바일 공유 서비스인 범프를 인수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범프가 iOS7에 추가된 전송 기능인 에어드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구글은 이미 NFC를 이용한 안드로이드 빔이라는 전송 기술을 이미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범프는 클라우드를 이용한 알고리즘으로 파일을 전송하는 방식인데, NFC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구글이 범프의 전송 기술을 도입하려 한다는 것은 NFC에 주력하던 전략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구글의 전략 변경은 현재 미국의 NFC 시장 상황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는데, 통신사들이 연합하면서 사실상 NFC 주권이 구글에서 통신사로 넘어가는 상황이 되다 보니 여태 밀던 NFC를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지 고민에 들어선 것이 현재 구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범프가 클라우드 기반의 전송 기술만 가진 것이 아니라 와이파이 전송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이비콘과 흡사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실마리가 됩니다.

 즉, NFC를 적극 밀고 있던 구글은 NFC에서 한 발 물러난 상태에서 향후 대비 중에 있고, 애플은 처음부터 NFC에 손을 대지 않은 채 구글의 NFC와 대항하던 서드파티 업체들을 끌어들이면서 통신사 주도의 NFC 시장도 별다를 것 없어 보이게 했습니다. 사실상 아이비콘이 상용화되어 스퀘어나 페이팔의 가맹점들이 아이비콘을 들이는 것만으로 애플은 손쉽게 모바일 결제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전부터 NFC와 싸우던 업체들로써는 든든한 아군인 셈이죠.

 결과적으로 구글은 NFC를 계속 연맹하거나 아니면 아이비콘에 대항할 새로운 기술을 들고 나오거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울며겨자 먹기로 아이비콘을 채택해야 합니다.



아이비콘



 아이비콘의 등장은 활발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전자 결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구글이 급하게 움직일 필요없이 NFC가 조금씩 보급되길 기다리기만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 발전의 속도는 그걸 기다려주지 않나 봅니다. 아이비콘은 이를 앞당겼고, 그와 같이 먼저 앞당긴 서드파티 업체들이 가세하여 NFC를 없애버릴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에 NFC를 장착하지 않은 이유와 아직은 바코드만으로 충분하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죠. 결국에는 진짜 NFC를 아이폰 뿐만 아니라 온 시장에서 보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비콘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며, 기대감에 들게 합니다.

 아직 아이비콘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것을 아니므로 당장 NFC가 사라지리라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정황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으며, 아이비콘이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과연 상용화되어 NFC를 끌어내릴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기술이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애플은 이제 막 뛰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