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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은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지 않던가

 콘텐츠는 매번 중요했지만, 최근 들어 플랫폼을 얘기하면서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 오고 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유통 플랫폼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큰 부분이라는 겁니다.




애플은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지 않던가


 애플의 주요 핵심 중 하나가 콘텐츠 사업이고,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앱, 음악, 책, 영화, TV프로그램, 팟캐스트, 아이튠즈U 등 각종 콘텐츠 시장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애플의 콘텐츠 사업 번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생산



 애플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회사지만, 생산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유통 경로를 이용해 묻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매우 전략적이며, 애플의 콘텐츠 사업은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이는 이미 유명한 앱 콘텐츠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애플은 iOS 6부터 직접 제작한 가이드북은 아이북스(iBooks)를 통해 출간하고 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나눠 총 9권의 책이 만들어졌으며, iOS 7의 가이드북은 지난 9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영문판만 제공되지만, 국내 다운로드도 꽤 많이 이뤄졌습니다. 딱히 다른 도서를 구매할 수 없는 국내 아이북스이기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 무료 도서 차트를 10위권에 머물 정도로 많은 이가 이 책을 받아보고 있는 것입니다.

 2007년부터 개최된 애플 후원의 음악 축제, '아이튠즈 페스티벌(iTunes Festival)'도 훌륭한 콘텐츠입니다. 지난 9월, 아이폰 5s를 공개하는 이벤트에서 이 행사를 언급하기도 했었는데, 매년 40~50명의 유명 아티스트들을 공연을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레이디 가가와 저스틴 팀버레이크, 엘리 굴딩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죠. 이 공연은 무료로 아이튠즈나 애플TV에서 무료로 생중계를 볼 수 있으며, 특별한 앱을 제공하고, 라이브 음반을 발매하기도 합니다. 애플이 직접 참여하여 이끌어내는 큰 음악 콘텐츠 더미입니다.

 애플은 팟캐스트로도 유명합니다. 바로 애플 키노트(Apple Keynotes)인데, 아이폰이 발표된 2007년 키노트부터 얼마 전 이벤트까지 다시 볼 수 있습니다. 2011년부터는 HD채널을 따로 운영하기도 하며, 이벤트가 끝난 뒤 몇 시간 안으로 키노트 영상을 팟캐스트로 배포합니다. 애플 특유의 TV쇼와 같은 키노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이는 모두 무료로 제공됩니다.




콘텐츠




 애플은 가장 스토리텔링이 잘 다듬어진 기업 중 하나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일화, 회사의 위기와 극복, 제품의 변천사 등 이야깃거리가 많고, 이들은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견고하게 합니다. 그리고 애플이 생산한 콘텐츠를 이런 애플의 스토리텔링에 소비자들이 접근하도록 하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그런 브랜드 가치를 두고 애플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대부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구매합니다. 당장 이 구매자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구매하자마자 마커스 주삭(Markus Zusak)의 책을 보고 싶다거나 구매하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가장 큰 관심은 단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있으며, 유료로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는 시험적으로 무료로 소비해보길 원하죠. 하지만 이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로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할 수 있을지 아니면 흥미를 낮춰버릴지는 실질적인 콘텐츠 질이 갈라놓게 됩니다. 애플은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며, 전혀 어떤 콘텐츠에 뒤지지 않은 우수한 질을 보여주는데, 구매자의 관심사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애플의 스토리텔링에 젖어들게 할 콘텐츠 제공은 우수한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료로 말이죠.

 이 탓으로만 애플이 콘텐츠 사업에 크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것이고, 단지 애플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벌여놓은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를 잘 이해하고 있고, 또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써 중요한 역할은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그대로 소비자가 흡수하고 있죠. 예를 들어 평소에 관심도 없던 팟캐스트를 전날 애플 키노트 영상을 거기서 보여준다는 것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그 참여는 다른 팟캐스트 콘텐츠로도 이어지니 말입니다.




애플



 애플은 콘텐츠 유통자이자 생산자입니다. 그리고 생산과 유통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하고 있죠. 이것을 원동력으로 다른 콘텐츠 유통에도 반영한다는 것은 애플의 콘텐츠 유통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많은 양의 여러 가지 콘텐츠를 나열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하고 그에 따라 고민하면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물론 모든 콘텐츠 유통 기업이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플은 애플이 유통하는 콘텐츠로 애플 제품을 구매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런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고, 또 그만큼 잘 먹혀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애플의 문화로 얘기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취미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실질적인 이유가 있으며, 애플은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튠즈 페스티벌의 공연 시간만 파악한다면 애플 TV를 켤 이유가 하나 생기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