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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레노보 스마트폰, 이유 있는 자신감


 자신감만으로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면 누구나 뛰어들었겠지만, 성공에는 항상 걸맞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실제 성공하지 않고는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레노보가 스마트폰에 내건 자신감을 어떨까요?
 



레노보 스마트폰, 이유 있는 자신감
 
 레노보는 구글이 매각한 모토로라의 제조 부문을 인수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구글이 이득을 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레노보는 모토로라를 업어 스마트폰으로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수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줬지만, 통신 부분에서 중국 이미지를 벗어나기 세계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모토로라가 방패막이가 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득을 본 셈입니다.
 
 


 레노보는 지난 12일,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주시의 대상이 된 것은 얼마 전 인수한 '모토로라'. 모토로라는 작년 큰 손실을 냈고, 헐값에 사들이긴 했지만, 이익을 장담할 수 없는 인수였습니다. 하지만 양위안칭 레노보 회장의 발언은 자신에 차있었습니다. 그는 '씽크패드 인수에서 쌓은 경험이 있다.'면서 '늦어도 15개월이면 모토로라를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모토로라의 손실은 9억 2,800만 달러로 1조 원 수준입니다. 양위안칭 회장은 이어 '모토로라의 중국 시장 진입과 신흥시장 진출을 빠르게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중국 시장과 그 외 시장을 공략하여 모토로라를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겁니다.
 
 모토로라 인수가 발표된 당시에도 1년 이내 1억 대를 판매할 것이라면서 포부를 밝혔는데, 이번 실적발표에서도 '성급했다.'는 일각의 우려에 자신감을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자신감만으로 우려를 잠식하기에는 레노보의 얘기가 허무맹랑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레노보는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유지했던 적이 있지만, 현재는 삼성의 공격적인 공세에 빼앗겼습니다. 2위를 하고는 있지만, 중국 시장 자체도 역성장 조짐을 보이면서 지위 약화가 지속한 성장의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자료를 보면, 지난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400만 대 줄었고, 이는 2011년 이후 처음 발생한 것입니다. 변수가 많은 중국 시장이기에 역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볼 수는 없지만, 레노보의 성장이 내수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역성장은 이제 전적으로 신흥 시장의 성장이 레노보의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우려한 투자자들의 의견은 내수 시장에서 삼성과의 경쟁을 안정화하고, 차츰 신흥 시장에서 성장하자는 것인데, 그 와중에 레노보는 적자 상태의 모토로라를 인수하여 신흥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 있다는 얘기만 되풀이하는 레노보를 두고 고개를 저을 수 있죠.
 
 


 하지만 레노보가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인수를 합리화하기 위한 포장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내놓은 레노보의 성적은 현재 레노보의 저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레노보는 지난 분기에 사상 첫 100억 달러 매출을 돌파했고, 순수익은 2억 6,530만 달러로 예상치를 7.3%나 웃돌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PC인데, 시장 점유율은 18.5%를 기록했고, 출하량은 1,530만 대에 달했습니다. 시장 악화가 계속되는 PC 시장에서 분기마다 1,000만 대 이상의 PC를 계속해서 출하하면서 점유율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47%나 상승했고, 점유율은 삼성에 밀렸지만, 성장세가 꺾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가트너의 보고서를 보면, 전체 휴대폰 시장 점유율에서 레노보는 8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가 삼성, 2위가 노키아, 3위가 애플인데, 스마트폰 교체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노키아의 2위 자리는 금방 떨어질 것입니다. 애플은 단일 제품으로 점유율을 현 상태에서 큰 폭으로 늘리긴 어렵고, 그 외 나머지 LG, 화웨이 등의 점유율은 5% 미만에 머물렀습니다. 신흥 시장에서 내수 시장의 판매량만큼만 팔아도 애플의 턱 밑으로 가게 되며, 노키아의 점유율을 흡수할 수 있다면 남는 상대는 삼성뿐입니다.
 
 스마트폰에서만 본다면 인수한 것만으로 삼성, 애플에 이은 3위로 올라섰고, 그 뒤를 LG 등이 뒤따르고 있으니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위치를 생각하면 레노보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됩니다. 아직 판매되는 휴대폰의 절반이 일반 피처폰이므로 교체 수요가 남아있다는 점이 자신감의 이유인 것이죠.
 
 성장 악화의 PC 시장에서 레노보가 여전히 잘 나가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PC를 교체할 사용자는 여전히 있고, 그것을 레노보로 한다'. 시장의 성장이 꺾이든 포화 상태에 이르든 사용자와 수요가 있다는 것에 레노보는 강점을 보이고, 그 수요를 만족할 제품으로 성숙한 시장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씽크패드 인수에서 쌓은 경험이라는 건 이런 점을 얘기한 것이며, 성숙 단계에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도 나머지 신흥 시장과 내수 시장, 그리고 기존 사용자 수요를 만족하면서 성장하겠다는 것이 레노보의 생각일 겁니다.
 
 사실 경제 관점에서 보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단기간의 성장을 운으로만 무시할 순 없으므로 모토로라를 내세운 세계 시장도 레노보의 진입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직 인수 합병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서 내달 최종 결과가 나오겠지만, 안보 위협과 관련해서도 심사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양위안칭 회장의 발언처럼 늦어도 15개월 안으로 흑자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상반기 안으로 모토로라 브랜드를 딴 신제품 출시와 신흥 시장 진출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레노보가 어떤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게 될지, 현재 1위의 삼성과 어떤 경쟁 구도를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레노보의 자신감처럼 신흥 시장에서의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몹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