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는 여전히 최고의 컴퓨터 운영체제지만, 최근 분위기는 차갑습니다. 희대의 실패작으로 꼽히는 윈도 비스타 때도 나타나지 않던 분위기가 강력한 경쟁자를 통해 형성되는 것입니다. 퇴로조차 목 밑까지 쫓아온 경쟁자는 바로 '구글'입니다.
저가 윈도, PC 시장에 영향 끼칠까?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내세워 대부분 모바일 점유율을 잠식했고, 범위를 확장하여 태블릿과 랩톱, 데스크톱 영역도 발을 들였습니다. 문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크롬OS'라는 복병이 윈도PC를 압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블룸버그는 보도를 통해 'MS가 저가 윈도 PC의 라이센스를 낮췄다'고 전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기존에는 윈도 8.1을 제공하는 데 대당 50달러의 라이센스 비용을 요구했지만, 판매가가 250달러 미만의 제품에 한해서 대폭 낮춘 15달러에 재공한다는 것입니다. 형태에 상관없이 조건이 적용되어 랩톱과 함께 윈도 태블릿도 전체적으로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MS의 이런 전략은 구글의 크롬북을 겨냥한 듯 합니다. 삼성, HP, 레노버, 도시바 등의 PC 제조사들이 연이어 크롬북을 출시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교육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윈도를 위협한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기에 크롬북과 경쟁할 저가 윈도 제품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MS가 조건으로 건 250달 미만 제품이 크롬북의 평균 가격이고, 가트너는 올해 479만 대의 크롬북 판매를 예상했는데, 작년 전체 PC 시장이 10% 줄어든 것과 다르게 16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겁니다. 주목받는 교육 시장 외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여러 분야에 크롬북을 채용하게 되었을 때 윈도의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기에 성장이 크게 늘기 전에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PC 시장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MS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 라이센스 비용을 낮춘 것은 활로를 마련하기 이전의 임시방편이며, 구글의 시장 잠식에 대한 대안입니다. 그렇다면 이 방안이 주춤하는 PC 시장에서 MS에 시간을 줄 수 있을까요?
간단한 질문을 먼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50달러 미만의 윈도 PC를 얼마나 판매했느냐?'
라이센스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제조사의 부담을 덜겠다는 것인데, 제조사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으로 250달러짜리 PC가 215달러로 가격이 낮아지지 않습니다. 대신 비어있는 35달러를 다른 부품으로 채워넣고, 결과적으로 기존의 200달러에서 250달러 사이의 윈도 PC 제품을 그대로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존 저가 윈도 PC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양 탓은 아니므로 '소비자들이 기존과 같은 가격선에서 윈도 PC 구매에 좀 더 비중을 두게 될까?'하는 질문으로 도달하게 됩니다.
저가 윈도 PC가 완전히 팔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윈도 PC의 최대 고객은 고급 사용자입니다. 일반 시장이든 기업 시장이든 고급 사용자를 주축으로 윈도 PC가 움직이고, PC 시장이 악화해도 이들 사용자를 대상으로 윈도 시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고급 사용자라는 것이 사용자가 고급스럽다는 게 아니라 포토샵, 캐드, 프리미어 등의 소프트웨어를 동작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PC 제원이 갖춰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구글이 픽셀(Pixel)이라는 고급형 크롬북을 내놓은 것과 웹 스토어에 데스크톱 섹션을 마련한 것을 볼 때 크롬북이 현재는 저가 시장에 머물러 있지만, 이후 고급 시장으로 진출하여 고급 사용자를 타겟으로 윈도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드러내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MS가 위협받고 있는 곳은 저가 시장이 아니라 고급 시장이며, 실상 윈도의 라이센스를 낮춰 제조사들의 개발 참여를 고취할 순 있겠지만, 그것이 소비자로 하여금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별개로 생각해야 합니다.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걸맞은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현재 윈도 8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윈도를 찾는 소비자는 여전하고, 그 소비자는 고급 시장에 포진해 있습니다. 당장 라이센스 비용을 낮추는 것이 판매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는 겁니다. 또한, 제조사의 참여를 고취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성장세가 높은 크롬북으로 이행할 것입니다.
그럼 MS가 해야 할 것들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저가 시장에 걸맞은 옷', 그리고 '고급 시장을 지키기 위한 전략'말이죠. 걸맞은 옷이라는 건 윈도 RT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아니, 그게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걸 이미 보여줬죠. 사람들이 윈도에 기대하는 것은 기존 윈도 환경이 다른 폼팩터에서도 제대로 구동되고, 이전 경험을 이행할 수 있느냐입니다. 여기에 중점을 둔 윈도가 나와야만 저가 시장에서 라이센스를 얼마를 받든 성공을 거둘 것이고, 고급 시장은 기존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기만 하면 됩니다.
위의 MS가 해야 할 것들로 MS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러나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가 되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위의 것들입니다. 획기적인 제품을 선보이지 않으면 잠식당하는 시장에서 힘을 잃겠지만, 라이센스 비용을 낮추는 걸 임시방편으로 삼는 것보다는 효과적이죠.
확실하게 MS는 방향을 잘못 잡고 있습니다.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잘할 수 있는 걸 하지 않고, 다른 방향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적어도 구글을 강력한 경쟁자로 인지하고 있다면, 어째서 크롬북이 성장하게 되었고, 나아가 크롬이라는 플랫폼이 왜 강력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파악부터 해야 합니다.
MS의 가능성을 MS 스스로 놓는 일은 있어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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