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보고서를 보면,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3.3%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윈도폰 7, 윈도폰 8, 그리고 윈도폰 8.1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 시장을 두드렸지만, 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윈도폰 무료 전환, 중요한 지점 될 것
윈도폰과 함께 죽을 쓰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윈도우 RT'입니다. '왜 만들었느냐?'는 비난을 받을 만큼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면서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판매도 판매지만, 생산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MS는 영 반응이 좋지 못한 두 가지를 합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스레쉬홀드
'스레쉬홀드(Threshold)'로 불리는 이 계획은 ARM 기반의 윈도우 RT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윈도폰을 합치는 것으로 하나 더 포함하자면 Xbox도 통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ARM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윈도우 RT의 시장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자, 윈도폰과 통합하여 윈도우의 구분을 줄이고, 모바일용은 따로 취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스레쉬홀드는 2015년 제공을 목표로 진행되며, 그동안의 로드맵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버지(The Verge)는 MS에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스레쉬홀드에 윈도폰의 라이센스를 무료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는 겁니다. 이 내용은 제조사들에 공식적으로 전달되진 않았지만, MS 운영체제 부분 부사장인 테리 마이어슨(Terry Myerson)이 고민에 빠졌다고 더 버지는 설명했습니다.
윈도우 라이센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MS이기에 이런 결정이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두 가지 상황이 윈도폰 무료 개방 가능성에 설득력을 더합니다.
먼저 현재 윈도폰과 윈도우 RT의 채용률입니다. 거의 없습니다. 초반에 구색을 갖추기 위한 협력 외 윈도폰은 긴밀한 관계였던 노키아가 제작한 것이 전부였고, 윈도우 RT 태블릿은 서피스 말고는 존재감이 없습니다. 그나마 에이수스가 RT 태블릿을 제작하긴 했지만, 주력이라고 할만한 제품도 아니었습니다. 채용률이 적다는 걸 바꿔 말하면 수익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어차피 수익이 되지 않는다면, 무료로 전환하여 점유율을 올리는 데 이바지하는 쪽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MS의 노키아 인수입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일, MS의 노키아 휴대전화 서비스 사업 인수를 최종적으로 확정했습니다. 그 말은 유일한 윈도폰 라이센스 구매자였던 노키아가 MS 손에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고, 더는 윈도폰 라이센스를 구매할 업체가 없음을 뜻합니다. 무료인 안드로이드가 있는 이상 윈도폰을 채용할 이유가 제조사에 남아있지 않은데, MS가 직접 윈도폰을 생산해 판매할 생각이라면, 나머지 부분은 무료로 제공하여 점유율을 올리고, 생태계 확장에 도움과 틈새시장을 노리는 제조사를 끌어들일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윈도폰은 MS만 제조하게 될 뿐이니까요.
무료 전환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MS에 있어선 아주 중요한 지점입니다. 어차피 갈림길을 두 가지뿐인데, '무료로 제공해서 그나마 남은 여지를 살려놓느냐'는 것과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아예 라이센서 제공을 철회하고 독자적인 생산만 하느냐'입니다. 무료로 제공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후자가 될 것이므로 이를 타파하는 방법은 전자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점유율을 올려야 하는 MS라면 무료 제공이 거의 확실한 답입니다.
그리고 MS가 무료로 제공했을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두었는데, 기존 오피스가 패키지 방식이었다면, 올해 출시한 '오피스365(Office 365)'는 구독 방식의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는 월이나 년 단위로 결제할 수 있으며, 기존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지속성과 소비자가 다시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아도 구독만으로 최신 버전을 사용하면서 MS는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피스가 있고, 구독자가 자연스럽게 윈도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 운영체제를 무료로 돌리더라도 일정 부분 회수가 가능합니다. 해당 사용자가 지속해서 구매한다면 그만한 횡재는 없을 테고, 이를 위해 다양한 업체가 무료로 전환된 윈도폰을 생산하기만 하면 됩니다. 구글 문서도구나 애플의 iWork도 클라우드를 품었기에 패키지 방식을 버려야 했던 MS가 이것을 살리면서 윈도폰으로 연결짓는데도 무료 전환은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MS의 이점을 둘째치고, 제조사의 이점은 무엇일까요? 사실 크게 이득 볼만한 것은 없습니다. 안드로이드와 같이 넓은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아니고, 제약이 여전히 많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윈도폰의 점유율은 여전히 낮고, 생태계도 안드로이드에 비할 바 못되죠. 그나마 괜찮은 점이라면 안드로이드처럼 저가 제품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제약은 있지만, 라이센스에 비용만 들지 않는다면 윈도폰을 고민할 여지를 두게 됩니다. 그에 발맞춰 저가 제품을 시장에 둘 수 있다면 현재 윈도폰 상황보다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 무료 전환이 고민 단계라는 것과 적용되더라도 2015년이라는 것인데, 그동안 판도가 어떻게 뒤바뀔지 알 수 없고, 무료 전환이 그 판도와 전혀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있습니다. MS의 고민은 2015년을 겨냥하여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결국, 어느 쪽이든 미래의 윈도폰을 위해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고, 이 선택은 이후 윈도폰 전략을 크게 보여주는 것에서 중요합니다.
윈도폰
마땅한 선택지가 MS엔 없습니다. '노키아 인수로 훌륭한 스마트폰을 제작한다.'는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이는 무료로 전환한 뒤에도 가능하며, 만약 독자적인 제품만 고집한다면 후발주자인 타이젠이나 우분투에 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윈도폰 상황이 암울한 것인데, 이를 풀어나갈 전략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무료로 전환하더라도 윈도폰 채용이 현재 상태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윈도폰의 사망 선고와 같으며, MS가 인수한 노키아를 통해 어떤 제품을 만들던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2015년 스레쉬홀드와 함께 윈도폰의 상황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입니다.
MS에 노키아 인수나 무료 전환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다시 한 번 뒤엎어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 수도 있겠으나, 후발주자가 있다는 점에서 느긋하게 기다릴 여유는 못됩니다. MS가 무료 전환이라는 고민 앞에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그리고 그 결정이 윈도폰의 향방을 어떻게 결정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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