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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도 뛰어드는 셋톱박스, 시장 판도는?


 지난해 아마존이 셋톱박스를 연말에 선보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조용하게 지나갔습니다. 이미 미디어 콘텐츠를 주축으로 한 태블릿 진입에 성공했기에 애플TV나 로쿠 등과 경쟁할 셋톱박스 제품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출시 시기를 잡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아마존도 뛰어드는 셋톱박스, 시장 판도는?
 
 셋톱박스는 TV를 직접 생산하는 삼성이 박시를 인수했을 만큼 고조된 분야입니다. 물론 삼성이 셋톱박스를 염두에 두고 박시를 인수한 것은 아니지만, 거실 전쟁에서 셋톱박스가 가진 가치를 방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셋톱박스와 어울리는 기업인 아마존이 빠질 순 없겠죠. 아마존 셋톱박스 소식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Re/Code는 아마존이 TV와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셋톱박스 제품을 3월에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셋톱박스는 킨들 파이어와 마찬가지로 포크 버전의 안드로이드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하며, 영상 외 미디어 콘텐츠까지 겸하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아마존이 셋톱박스를 내놓는다.'가 아니라 '왜 셋톱박스를 내놓느냐?'일 것입니다. 이미 셋톱박스 시장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콘솔 시장과 맞물리면서 그다지 미래 지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진 않은 분야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이 셋톱박스를 내놓는 것이 경쟁 업체들과 같은 선상에서 보이기도 하지만, '왜?'라는 질문은 떨쳐낼 무언가가 없습니다.
 
 애플은 애플 TV로 셋톱박스에 진출했고, 곧 새로운 애플 TV를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로쿠는 이미 여러 제품을 출시하면서 셋톱박스 전문 회사로 거듭하고 있습니다. 구글도 셋톱박스는 아니지만, 동글 형태의 크롬 캐스트를 출시하였고, MS는 Xbox,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콘솔로 경쟁 제품들과 대치하고 있죠. 갑자기라 해야 할지 셋톱박스 열풍이 불어닥친 것인데, 간단하게 생각하면 나열한 업체들은 직접 TV를 생산하지 않아 스마트TV 제조에 뛰어들기 쉽지 않은 처지입니다. 그러니 대체품으로 셋톱박스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대체품이라고 하기에는 셋톱박스로 향한 관심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입니다. 필자는 그 이유로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들고 싶습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여타 드라마와 달리 전편을 한 번에 방영합니다. 그러니까 방영 하루 만에 전편을 모두 시청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실시간 방송 형태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고객의 이용 형태가 주로 심야나 주말에 콘텐츠를 몰아보는 것으로 바뀌는 것을 파악하고 과감하게 결정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우스 오브 카드는 큰 인기를 끌었고, 65회 에미상 3관왕에 등극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습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이유로 든 건, 더는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데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굳이 실시간 방송을 보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주 일반적인 형태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과 서비스 확대는 커다란 TV를 앞에 두고도 작은 액정으로 콘텐츠를 즐기도록 합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그 결과물이죠.
 
 달리 말하면 주 시청자층을 분석하여 영상 콘텐츠의 방영 시간이 조절되던 것이 지금은 콘텐츠의 품질이 고객을 모으고, 매출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실시간 방송의 중요도가 줄어들진 않겠지만, 현대인의 생활 패턴 변화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 이용이 늘어나면 TV는 보다 그에 적합한 제품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TV 사용자가 전혀 실시간 방송을 볼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죠. 계속해서 VOD를 공급하기만 하면 됩니다.
 
 셋톱박스는 이런 영상 콘텐츠 시장 변화에 중요한 제품입니다. N스크린을 봅시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던 영상을 다시 TV로 즐긴다는 것은 어떤 콘텐츠가 되었건 스마트폰과 TV의 연결 역할만 있다면 콘텐츠를 넘나들면서 즐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TV 형태가 아니어도 화면과 콘텐츠 공급 장치만 있으면 TV를 대체할 수 있고, 혹은 셋톱박스에 TV 튜너를 장착하면 실시간 방송을 겸하면서 생활 패턴에 따른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게 됩니다.
 
 셋톱박스 강세는 여러 시장 변화를 예측하게 하는데, 거실에 TV라는 존재를 지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셋톱박스가 콘텐츠 허브를 대체한다면 커다란 모니터만 두어도 되고, 부가적인 기능 외 모니터의 성능만 집중되었을 때 거실에 TV 환경을 구축하는 비용이 줄어들게 되죠. 이는 TV 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던 여러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큰 기회가 됩니다. 현재 TV 제조사들이 경쟁하는 것처럼 3D나 스마트 기능을 부각하지 않아도 경쟁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또한, 모니터 제조사와 셋톱박스 제조사, 콘텐츠 업체가 분리되어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지를 얻을 수 있고, 교체 비용 부담도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애플 TV와 로쿠3는 99달러에 판매되며, 크롬캐스트는 35달러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셋톱박스가 고장 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쉽게 교체해버릴 수 있죠. 기존 TV 형태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극대화된 셋톱박스에 아마존을 비롯한 업체들이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셋톱박스가 부흥하기 이전에 '분리형 디지털TV'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했었습니다. 튜너를 장착하지 않은 대형 모니터만 판매하고, 외부입력을 통한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방식의 제품이었는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장되었습니다. 아직도 몇몇 중소기업이 생산하고 있지만, 콘텐츠 제공이 원활하지 않아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대형 TV 업체들은 발을 뺀 것입니다. 그러나 셋톱박스가 다시 강세를 보임에 따라 다시 뛰어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TV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환경이 중요해졌습니다.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은 매우 많고, 선택의 확률을 늘리는 것을 전략으로 셋톱박스 진출이 늘고 있죠. 거실 전쟁에서 셋톱박스의 행보에 기대하며, 각 업체의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두고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