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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Yahoo

야후, 블링크를 인수한 본질적인 이유






메신저 시장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 덕분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경쟁력이 외면받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있던 메신저 서비스도 다시 요동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메신저는 대화의 중심인 서비스이고, SMS가 거의 멸망한 지금, 메신저는 어떤 사업자도 눈독 들일만 한 것이죠.






야후, 블링크를 인수한 본질적인 이유

그러나 여전히 메신저 시장에 의문인 것은 '특정 지역에 집중하여 사용하는 메신저가 존재하고, 그 외 서비스가 다시 주목받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해당 이유가 스마트폰 앱 시장 초기에 우후죽순 생겨나던 메신저 서비스를 현재에 줄어들게 했습니다.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카카오톡와 대항할 경쟁력을 지닌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고자 도전하는 이를 보기 어려워졌고, 그나마 몇몇 대형 업체들이 시도만 해보는 수준입니다.


야후는 자동 파괴 메시징 서비스 '블링크(Blink)'를 개발한 '메랩스(Meh Labs)'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금액은 따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큰 금액을 사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블링크는 스냅챗과 마찬가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되는 메신저 서비스입니다. 2011년, 케빈 스티븐스(Kevin Stephens)와 미첼 노간(Michelle Norgan)이 설립했으며, 2013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메시지 내용이 지워지는 만큼 사생활보호에 민감한 사용자 중심으로 관심이 쏠렸는데, 워낙 스냅챗이 크게 성장한 탓에 북미 지역보다는 중동 지역에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스냅챗이 정부에 20년간 감시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블링크가 대체 서비스로 꼽히기도 했는데, 시기상 야후가 스냅챗의 상황을 보고 인수했다고 볼 순 없지만, 스냅챗이 화제가 된 만큼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지 워낙 많은 메신저가 서비스 중이라 야후가 메신저 시장에 진출하여 괜찮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부정적 전망이 더 강하다는 겁니다. 야후가 메신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기존 메신저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그리고 차별화가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야후는 이 부분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요? 야후가 블링크를 인수한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단편적으로 보면 야후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후는 이미 블링크와 비슷한 메신저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굳이 인수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블링크를 인수했고, 7명의 직원을 영입했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라고 하더라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메신저만 생각했을 때이며, 야후 전체를 본다면 얘긴 달라집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하도록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여타 메신저처럼 전화번호로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였고,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는 분리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보면 페이스북 메신저는 여전히 페이스북의 일부이며, 일부로서 사용자를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에 포함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하지 않고, 전화번호로 가입하니 분리되어있다는 것은 표면적인 얘기죠.

야후가 블링크를 인수한 이유로 메신저로 수익을 내고, 메신저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야후는 미디어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야후를 이용하게 하는 사용자 기반입니다. 사용자들이 모바일을 통해 어떤 업체, 어떤 플랫폼, 어떤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용하느냐는 모바일 중심의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모든 업체의 고민이자 목표입니다.

메신저를 모바일로 서로를 연결하는 가장 작은 단위 중 하나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특정 메신저를 사용하느냐는 해당 업체가 어느 수준의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 같은 것이며,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한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야후도 자체 메신저 기술이 있었음에도 마찬가지 이유로 블링크를 인수했습니다.

그러므로 야후에선 블링크 자체의 성과보단 블링크를 통한 야후의 사용자 기반이 얼마나 탄탄해질 수 있을지에 의의를 두고 있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될뻔한 스냅챗이 거의 지옥 밑바닥에 도착했고, 야후가 사생활보호를 미끼로 차별화를 강조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사용자 기반을 탄탄하게 하기에 필요한 건 많은 사용자의 확보이고, 일각에서는 사용자를 확보한 것만으로 서비스 가치를 섣불리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용자 기반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야후에게 기회입니다.

'메신저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보다 '야후가 본격적으로 모바일 플랫폼 기반을 작은 단위부터 굳히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블링크 인수의 핵심을 찌르는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야후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리라 장담하진 않겠지만, 기회를 맞이한 것은 분명하며, 야후가 공격적으로 나설만한 마땅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