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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타이젠폰 공개, 출시와 남은 과제


 삼성의 주도로 중단되지 않고, 꾸준히 개발되어 온 타이젠은 삼성의 웨어러블 제품인 '기어 2'에 탑재되면서 정식으로 시장에서 소비자들과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먼저 출시할 것이라는 오래 묵은 예상과 다르게 실험적이지만, 안정적으로 타이젠이 안착하도록 한 전략이었죠. 그러나 기어 2가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완벽한 타이젠 독립을 의미하진 않았습니다.
 


타이젠폰 공개, 출시와 남은 과제
 
 타이젠 스마트폰이 언제 등장할 것인지, 관심은 이전보다 많이 식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만, 어쨌든 거의 전멸해버린 iOS, 안드로이드 외 운영체제 플랫폼 중 가장 기대받는 것이었기에 기어 2에 탑재하면서 스마트폰 출시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긴 했습니다. 전략적으로 성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고, 드디어 삼성도 타이젠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삼성은 첫 번째 타이젠 스마트폰인 '삼성 Z'를 공개했습니다. 삼성이 타이젠에 쏟은 2년이라는 시간의 결과물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2.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4.8인치 1280 x 720 해상도 디스플레이, 8MP 카메라, 2.1MP 전면 카메라, 2GB 메모리, 16GB 저장공간, 2,600mAh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삼성 Z는 제원만 본다면 최상위 모델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준수한 사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초절전 모드, S 헬스 3.0, 메모리 기능 향상 등 타이젠에 특화한 기능들도 탑재하고 있어서 웬만한 미들레인지 제품과 비교해도 괜찮은 제품입니다. 아직 가격이 공개되지 않아 섣불리 '좋다'고 단정할 순 없어도 비슷한 제원의 미들레인지 제품들과 본다면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그토록 기다린 타이젠이 탑재된 제품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탑재된 타이젠 버전은 2.2.1이고, 3분기 러시아부터 출시할 예정으로, 출시와 함께 타이젠 기반 앱을 구매할 수 있는 타이젠 스토어도 열겠다는 계획입니다. 정확히 어떻게 구동하는지 좀 더 자세하게 공개되었을 때 할 수 있겠지만, 앞서 기어 2의 타이젠을 돌이켜보면 부드러운 동작과 배터리 효율에서 진가를 발휘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러나 준비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기대감에 비례하여 남아있는 과제에 대한 지적도 상당합니다.
 
 


 타이젠 스토어를 열 것이라고 했지만, iOS나 안드로이드보다 애플리케이션의 질이나 양에서 크게 밀리며, 이는 계속 지적되었던 부분입니다. 문제는 지적과 함께 나아진 부분도 있지만, 제대로 된 대처법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비교하면 블랙베리 10(BB 10)의 전략과 비슷합니다.
 
 BB 10은 출시 전 개발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개발자들을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했고, 부족한 애플리케이션 수를 채우기 위해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타이젠도 개발자 콘퍼런스는 매년 열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앱을 호환합니다. BB 10은 이런 방법으로 제대로 된 생태계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수는 늘릴 수 있었지만, 질적으로 떨어지는 애플리케이션들만 쌓였습니다. 안드로이드 앱 호환으로 BB 10 네이티브 앱이 줄어들었고, 기껏해야 웹 앱이나 하이브리드 앱이 쓸만하게 자리를 채우는 수준이니까요.
 
 타이젠에서 안드로이드 앱이 아무리 잘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타이젠 자체의 생태계가 확장하지 못하면 굳이 타이젠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타이젠이 가진 동작이나 배터리 효율의 장점도 안드로이드에서 개선되고 있는 부분으로 특출한 특징으로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결국, 생태계 확보가 여전히 중요하고, 그에 따른 전략도 다양해야 하는데, BB 10의 순서를 밟고 있기에 여전히 걸림돌입니다.
 
 안드로이드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똑같이 삼성의 터치위즈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다 보니 특징이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타이젠으로 인식하고, 타이젠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모습은 안드로이드의 파생형이며, 애플리케이션조차 안드로이드에서 끌어옵니다. 윈도폰처럼 실험적인 디자인을 해야 했다는 것이 아니라 후발 주자가 쫓아가는 그림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그림을 그리도록 했어야만 한다는 겁니다.
 
 현재 보기에는 누가 봐도 안드로이드입니다. 그런 걸 신경조차 쓰지 않는 소비자라면 타이젠을 크게 뽐낼 수 없을뿐더러 판매조차 어렵습니다. 삼성은 타이젠이라는 브랜드보다 '삼성이 만들었다.'는 쪽으로 브랜딩하여 안드로이드든 타이젠이든 삼성에 집중토록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삼성이 만든 안드로이드폰과 삼성이 만든 타이젠폰으로 나누었을 때 안드로이드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고, 이는 타이젠 성공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형태로 성공했다고 해봅시다. 그건 타이젠만의 경쟁력도 아니고, 삼성의 특출남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브랜딩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합니다.
 
 


 길었던 준비 기간 동안 '이것밖에 만들지 못했나?'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해당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나 안드로이드에 여전히 기대어 타이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점은 아주 좋지 못합니다. 타이젠 자체의 경쟁력이 아닌 안드로이드를 견인 역할로 세워 거기에 끌려다니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분명 기어 2에 타이젠을 먼저 탑재한 건 아주 잘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타이젠이 제대로 되었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웨어러블이 새로운 시장이므로 기어 2 탑재가 통했을 뿐, 이를 다시 스마트폰 경쟁으로 끌고 오면 다신 타이젠을 쓰지 못할 지경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삼성은 신중해야 하고, 그만큼 타이젠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