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NYT now, 언론이 모바일에 대응하는 진정한 방법


 1851년에 창간된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을 대표하는 일간지이자, 종이 신문입니다. 당연하게도 현재는 종이 신문보다 웹 페이지의 구독자가 훨씬 많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신문을 보는 이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작년 NYT의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2012년보다 19%나 늘었고, 유료 구독 매출은 1억 4,910만 달러를 기록하여 전년대비 33.5% 증가했습니다.



NYT now, 언론이 모바일에 대응하는 진정한 방법
 
 지난해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게 넘어가자 NYT는 '워싱턴포스트가 헐값에 매각되었다.'면서 '텀블러와 같은 모델이 미디어의 미래.'라고 밝혔습니다. 텀블러의 모든 블로그가 저널리즘을 가지고 미디어 생산에 참여한다고 할 수 없지만, 미디어의 중심이 언론사에서 비언론사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말로서 NYT의 고민도 함께 담은 말이었죠.
 
 


 Mashable의 보도를 보면, NYT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개최된 미디어 콘퍼런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서 직접 뉴스를 선별하여 구독자에 제공하는 뉴스 플랫폼인 'NYT now'를 공개했습니다. NYT now는 모바일 앱으로 제작되어 기존 NYT 앱과는 다르게 운영됩니다.
 
 NYT가 추려낸 콘텐츠를 10~15명의 편집자 그룹이 좀 더 특별하게 생산하여 구독자에게 전달합니다. 구독료는 월 8달러이며, 월 디지털 구독 비용인 15달러의 절반 가격에 모바일에서 유료 구독을 가능하게 하는 모델입니다. 일반 PC에서 기존처럼 구독하면서 NYT now도 함께 보려면 15달러의 비용을 내면 되지만, 모바일 한정으로 8달러를 책정한 것은 NYT가 모바일을 통한 구독자 확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먼저 iOS용 앱이 제공되고, 이후 안드로이드 앱도 제공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NYT의 모바일 이행이 NYT now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을 예견했다는 것만으로 미디어 업계를 술렁이도록 하기에 충분한 내용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모바일 신문'입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기존 웹의 뉴스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놓는 형태가 아니라 모바일에 제공될 뉴스를 따로 정리할 편집자 그룹을 마련해서 배치하고 있다는 겁니다. '모바일만을 위한 편집자'라는 것은 아주 의아합니다.
 
 'PC 웹이든 모바일 앱이든 사용자가 전달받는 내용은 달라지지 않는데, 모바일을 위해서 편집자를 두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말이죠. 더군다나 텀블러를 미디어의 미래라고 밝혔던 NTY가 자유로운 뉴스 소비가 아닌 닫힌 뉴스 소비를 지향하는 서비스를 내놓는 것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후는 CES 2014에서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Yahoo News Digest)’라는 뉴스 선별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3,300만 달러에 인수한 섬리(Summly)에 기반을 두어 아침과 저녁에 최대 9개의 야후가 선별한 뉴스를 알림으로 보내는 기능을 합니다. 기능만 놓고 보면 NYT는 언론사고, 야후는 언론사가 아니다는 것일 뿐 뉴스를 선별한다는 점을 같습니다. 야후도 자체적인 미디어 사업부를 두고 본격적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페이스북은 '페이퍼(Paper)'라는 뉴스피드 앱을 선보였습니다. 페이스북이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체를 선정하여 선별된 뉴스를 주제별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후 매체를 사용자가 추가할 수 있도록 변할 순 있겠지만, 현재는 그렇습니다.
 
 NYT now, 뉴스 다이제스트, 페이퍼. 세 가지는 '뉴스 선별'이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여기서 NYT now는 자체 생산한 뉴스만 선별하고, 뉴스 다이제스트는 자체 생산하거나 다른 매체에서 공급받은 뉴스를 선별하며, 페이퍼는 오로지 외부 뉴스를 선별합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선별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왜 이런 선별 서비스가 생겼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겁니다.

 이전 모바일 뉴스 서비스들은 선별 과정을 사용자에게 맡기고, 미디어를 개인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RSS 리더를 활용하거나 플립보드와 같은 형태로 말이죠. 문제는 미디어 매체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하루에 전달되는 뉴스의 양은 한계가 있고, 많은 미디어 매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꼭 좋은 뉴스를 본다는 것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쏟아지는 뉴스 중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주기만 하면 다 들여다보진 못하더라도 정보 흐름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제공자 선별과 사용자 선별이 경쟁 관계라는 게 아니라 NYT now, 뉴스 다이제스트, 페이퍼가 사용자 선별과 병행할 수 있는 서비스로 등장했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구독자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미디어 매체의 뉴스를 얻기 위해 선별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완벽한 뉴스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뉴스 선별 서비스가 존재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NYT가 지적한 텀블러, 또는 여타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에서 생산되는 정보가 미디어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면 기존 언론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 현재 어떻게 하고 있나요? 반대로 NYT now는 무엇을 지향하고 있나요?
 
 NYT now가 그저 뉴스를 선별한다는 탓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모바일 미디어에서 넘치는 정보를 감당하기 위해 언론사는 종이 신문보다 더한 저널리즘을 강요받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에서 언급한 미디어 매체들과 동등해지거나 잠식당하기 마련이고, 언론사가 설 자리는 협소해지겠죠. 워싱턴포스트의 매각을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대응하는 포지셔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앞서 야후나 페이스북이 포지셔닝을 점령하고 나섰습니다. 미디어 매체가 자생보단 선별되는 쪽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고, 기존 언론사도 마찬가지라면 정보의 무게만 선별에 동등하게 적용되었을 때 선별하는 쪽이 미디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국내의 기형적인 포털의 뉴스 독식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결국, NYT는 자신들이 뉴스를 선별하고, 이를 통해 정보 제공의 격차를 벌리려는 시도를 NYT now를 통해 해낼 생각입니다. 언론이 언론으로 존재하는 방법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인 겁니다. 편집자 그룹을 따로 두는 이유도 더욱 강요받는 저널리즘에 선별하는 뉴스의 모바일 제공에 만족도를 주기 위함이고, 구독자들이 자신들이 지정한 뉴스도 읽겠지만, NYT가 선별한 뉴스만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종이 신문을 대체할 진정한 언론의 모바일 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YT는 차별화된 콘텐츠 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각화를 극대화한 '스노우 폴(Snow Fall)'이 대표적이며, 소치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비교하는 기사를 체계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단순히 사진만 찍어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듬어지고, 고급화하면서 디지털에 걸맞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NYT가 들이는 공은 상상을 초월하며, 막대한 투자를 퍼붓고 있습니다.
 
 하나의 기사라도 제대로 쓰는 것이 모바일에서 더 잘 먹힌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NYT now가 이를 완전히 선별할 서비스입니다.
 
 야후나 페이스북이 왜 뉴스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NYT가 이런 부분을 수용하고 자신들의 포지셔닝을 마련하고자 하는지, 미디어 업계는 주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