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일은 아주 평범한 일이 되었습니다. PC에서의 스트리밍이 아닌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스트리밍을 통한 더 많은 데이터 소모와 더 많은 음악 재생이 과거의 음악 재상과는 다른 양식을 길들였습니다.
벚꽃엔딩으로 본 스트리밍과 콘텐츠 산업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음원이 익숙해졌고, 더는 음원을 저장공간에 붙잡아 놓지 않아도 어떤 음악이든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음악 듣는 방식을 바꿔놓은 건 아닙니다. 좀 더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2012년 3월, 버스커버스커가 발표한 1집 타이틀 곡 벚꽃엔딩은 작년에 이어 벚꽃 필 무렵이 다가오자 주말 동안 다시 주요 음원 차트 10위권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발표된 지 2년 된 곡이 다시 차트 상위권에 오른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었기에 주목할 사례입니다.
벚꽃 필 무렵이라 벚꽃이 들어간 노래라서 다시 인기몰이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IT 산업과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이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왜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을까요? 가령 도서 출판에서는 인쇄가 중단된 책이 영화로 제작되어 다시 인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아날로그 음반 시장에서도 아티스트의 주요 곡들을 묶어서 재출판하기도 하죠.
그런데 디지털 음반 시장, 그러니까 벚꽃엔딩의 사례는 재출판 없이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서 몰려들었다는 것에 의미가 큽니다. 이미 구매한 음반에 수록된 곡이 특정 계절에 생각이 나서 다시 꺼내어 듣는 일은 종종 있지만, 스트리밍은 곡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이용권의 구매이고, 소비를 지속하는 형태이므로 소비자가 이전 곡을 언제든 다시 소비할 수 있습니다.
벚꽃엔딩의 사례는 스트리밍의 특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이후 스트리밍 산업과 음악 산업이 장기적으로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지 실마리를 던집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저작권에 문제만 없다면 출판의 지속과는 상관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고, 콘텐츠의 소비 경계가 시기를 넘어섭니다.
이미 벚꽃엔딩의 사례 전에 광고 등의 매체에서 주목받은 오래전 발매된 음원이 차트 상위에 기록되는 일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절이었다면 녹음을 하거나 돌려서 듣거나 했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콘텐츠가 소비됩니다.
콘텐츠가 시기 경계 없이 언제든 소비될 수 있다는 건 무엇을 얘기할까요? 콘텐츠의 가치가 유통하는 측면에서 이전보다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소비하는 쪽에서 보면 직접 음원을 소유해야 콘텐츠 가치를 가장 크게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통하는 쪽에서는 유통기한이 길수록 가치가 상승하게 되죠.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가 상승한 가치에 이바지할까?'라는 물음에 필자가 답으로 내놓은 것이 벚꽃엔딩이라는 겁니다.
벚꽃엔딩이 왜? 소비 형태는 지속하도록 변했습니다. 벚꽃 피는 시기는 계속 돌아오겠죠. 벚꽃엔딩이라는 곡은 발매 당시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올해와 더불어 작년에도 벚꽃 시기에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현재의 스트리밍 음원 소비 형태와 벚꽃엔딩이라는 음원의 시너지가 이런 사례를 나타나게 했습니다.
이 얘기가 향후 콘텐츠를 무조건 계절에 맞춰 지속하는 소비 형태에 끼워 맞추라는 것이 아닙니다. 계절뿐만 아니라도 콘텐츠를 지속하는 방법은 존재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소비 형태가 스트리밍을 통해 이뤄집니다. 짧은 기간에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해서 수익을 얻는 유통 방식은 아주 구식이 되었고, 한마디로 정리하면 콘텐츠의 질은 이 지속 형태에 적합할 만큼 우수해져야 콘텐츠 산업에서 도태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겁니다.
이는 음원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납니다. 영상 스트리밍을 보면 이전에는 재방송 채널을 돌려야 볼 수 있었던 지난주 드라마가 지금은 다음 날이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이용권만 있다면 드라마든 영화든 어떤 영상이든 상관없이 볼 수도 있게 되었죠. 다시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은 콘텐츠 산업을 더욱 폭넓게 봐야 할 이유가 됩니다.
콘텐츠가 디지털화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증가도 점점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이런 콘텐츠 홍수 속에서 콘텐츠 산업을 성장하도록 하려면 스트리밍 산업을 이해하고, 발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벚꽃엔딩이 이런 걸 염두에 두고, 계획하에 나온 곡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이 사례 자체를 콘텐츠 산업에서 간과해선 안 되며, 이후 콘텐츠 산업 발전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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