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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원노트, 진입부터 에버노트에 밀렸다


 에버노트는 이제 가장 유명한 노트 앱입니다. 다양한 활용법과 확장성, 지속적인 새로운 시도와 젊은 느낌으로 꾸준히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앱이 아닌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사업도 시작하면서 에버노트를 통한 사용자의 생활 양식에 더욱 밀착하여 혁신적인 미래 가능성도 제시하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이기도 합니다.
 


원노트, 진입부터 에버노트에 밀렸다
 
 MS가 개발한 원노트는 강력한 기능을 바탕으로 10년간 최고의 노트 앱으로 군림했었습니다. 에버노트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죠. 버전이 오를수록 기능이 막강해져 굳이 워드가 필요하지 않은 사용자는 웬만한 문서 작성은 원노트만으로 해냈고, 다른 MS 오피스 제품과의 연결이 매끄러워서 여전히 많이 사용되지만, 모바일이 주요 시장이 되면서 에버노트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The Verge는 MS에 정통한 소식톡을 통해 'MS가 이달 맥용 원노트를 무료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노트는 10년 동안 맥에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웹에서 맥 사용자들도 원노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대개 윈도만을 위한 것으로 존재해왔습니다. 그랬던 MS가 원노트를 맥용으로 선보인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더군다나 무료로 말이죠.
 
 무료로 돌리는 것부터 생각해봅시다. 에버노트는 급성장했고, 원노트 사용자를 다수 흡수했습니다. 에버노트는 구독료를 받고,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개인이 가볍게 사용하기에는 굳이 유료로 이용하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접근성에선 원노트보다 항상 우위에 있었습니다. 에버노트에 원노트가 위협을 느낀다면 원노트를 무료로 전환하는 부분은 이해할만합니다.
 
 그럼 왜 맥일까요? MS는 이미 원노트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윈도폰에 원노트를 기본 탑재하는가 하면 iOS용 원노트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 수는 무시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맥 사용자는 원도와 비교하면 아주 소수이고, 모바일 전략에서 배제해도 좋을 위치에 있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맥용 출시와 함께 무료로 제공하겠다?
 
 사실 일반 PC 사용자 중 에버노트가 강세를 보이는 쪽은 맥입니다. 실상 원도에서는 원노트 사용자가 우세한데, 이유라고 거창하게 얘기할 것도 아니고, 에버노트의 원도 지원 자체가 썩 양호하지 않습니다. iOS용 에버노트와 안드로이드용 에버노트도 마찬가지지만, 에버노트는 기능의 추가나 개선을 맥과 iOS를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해당 플랫폼 사용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원노트보다 앞선 노트 비즈니스를 선보이고 있죠.
 
 또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가 윈도를 사용하더라도 에버노트를 사용하면 원노트보다 기능이 떨어지고, 단점을 쥐고 있더라도 에버노트를 쓴다는 겁니다. 주요 사용이 모바일로 이동한 탓이고, MS는 이를 찢어버리기 위해선 원노트를 맥용으로 출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구글도 킵(Keep)을 밀어붙이는 중이라 모바일 주권을 찾기 위해선 모바일에서 PC로 이어지는 부분을 와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모바일을 위해 맥용을 출시한다.'는 말이 다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데, 모바일 사용자들이 늘어나면 그것으로 경험이 윈도 PC든 맥이든 이어지도록하여 꾸준한 사용을 요구하겠다는 겁니다. 에버노트는 윈도에선 그다지 좋은 사용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윈도 8용 앱이 준수하지만, 터치 인터페이스 맞춰진 디자인으로 전체로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에버노트 5에서 나아지긴 했으나 맥용이 출시된 후 거의 반년이 지나서야 윈도용이 출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양쪽을 깔끔하게 지원하는 원노트로 지속 사용을 노려볼만 하다는 겁니다.
 
 문제는 원노트가 진입하기에 매우 늦었다는 사실입니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돌아선 사용자는 에버노트, 혹은 다른 노트 앱이라도 해당 노트를 모바일로 사용한 이력이 오래되었습니다. MS의 전략은 둘째치고, 쌓아온 자료를 놔둔채 노트 플랫폼을 완전히 갈아타는 사용자는 드물 것입니다. 거기다 에버노트는 에버노트 비즈니스로 기업 시장, 특히 스타트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 솔루션을 구축을 할 수 있어서 오랜 시간 기업 환경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기존에 원노트가 그런 위치였다고 하더라도 먼저 모바일에서 강세를 보인 에버노트가 새로운 방식의 선봉에서 원노트를 앞질렀습니다.
 
 그리고 생태계 측면에서 모바일의 에버노트는 원노트가 PC에서 보여준 연계 기능들보다 낫습니다. 왠만한 모바일 생산성 앱은 에버노트 공유를 지원하고, 그뿐 아니라 단어장부터 가계부 등의 다양한 문서도 에버노트로 쉽게 불러들일 수 있어서 에버노트의 활용법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생태계는 PC와 맥으로도 이어져 있죠. 원노트가 에버노트 수준의 생태계를 모바일에서 구현하여 경쟁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또한, 원노트를 단독으로 맥에 출시하지만, 스토리지 사용은 여전히 원드라이브를 이용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원노트를 사용하기 위해 원드라이브까지 사용해야 합니다. 7GB라는 기본 용량으로 노트치고는 많은 용량처럼 보이지만, 이런부분마저 상쇄할만큼 에버노트는 잘 성장해왔습니다. 다른 예로 구글 드라이브도 드롭박스보다 더 나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드롭박스에 몰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지 선점때문만도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 원노트의 이러한 진입은 에버노트에 한참 밀린 다음의 시작이란 겁니다.
 
 


 '시작'이라는 표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단지 맥용을 출시하고, 무료로 전환하는 것뿐이니까요. 하지만 이는 MS에 있어서 중요한 결단이고, 전략의 시작입니다. 멀티플랫폼 강화와 무료 제공을 통한 일종의 실험을 포함하고 있죠. MS는 어떻게든 원노트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진입에 늦었다고 완전히 기회를 잃은 건 아닙니다. 그러나 MS는 이런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되고, 여전히 윈도와 MS 오피스에 제한적인 것을 원노트를 기회로 풀어내는 결과에도 도착해야 합니다. 차라리 원노트가 아닌 아예 새로운 걸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리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에버노트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주목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