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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익명 SNS 이크야크, 폐쇄적 익명성의 폐단


 2012년 8월,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인터넷실명제'는 위헌 판결을 받아 개정되었습니다. 개인의 표현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판결과 함께 명예훼손과 악성댓글을 활성할 것이라는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실명제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명제의 실효성을 다시 돌이켜보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악의적인 게시물이나 댓글이 완벽히 근절되진 않았지만, 그것을 전적으로 익명성에서만 문제점을 찾을 건 아니라는 것이죠.
 


익명 SNS 이크야크, 폐쇄적 익명성의 폐단
 
 그러나 익명성이 보장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말썽의 범위는 분명히 확대됩니다. 해당 말썽의 주범을 잡을 수 있다, 없다를 떠나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의 가지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심각한 문제로 커진 사례가 최근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화제의 앱인 '이크야크(YikYak)'를 통해서 말입니다.
 
 


 이크야크는 퍼먼 대학의 타일러 드롤(Tyler Droll)과 브룩스 버핑턴(Brooks Buffington)이 개발한 서비스로 3개월 만에 1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인기앱입니다. 기능은 아주 간단합니다. 익명으로 글을 게시할 수 있고, 이 게시물은 설정에 따라서 가장 가까운 이크야크 사용자에게 전달됩니다. 설정은 100명, 250명, 500명으로 선택할 수 있고, 0.99달러를 내면 1,000명, 1.99달러에 2,500명, 4.99달러에 5,000명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대개 주위 500명에게 전달하게 되어 있죠.
 
 게시물을 본 사람은 Up과 Down을 선택하여 게시글에 점수를 줄 수 있고, 리약(ReYak)을 통해 다시 전달하거나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주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익명성이 학교를 중심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CNN은 '이크야크가 고등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카고의 공립고인 휘트니영 고교와 주변 학교들로 이크야크 사용이 확대되면서 교내 따돌림 문제는 물론, 음담패설, 욕설, 모독, 담배나 마약 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익명성을 타고 퍼지고 있습니다. 교내에서 게시하다 보니 교내 이크야크 사용자가 많다면 해당 게시글은 거의 교내에서 작동하게 되고, 일종의 일탈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iOS용과 안드로이드용으로 제공 중인 이크야크는 17세 이상만 내려받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부모가 사생활침해로 자녀의 스마트폰 제어에 관여할 수 없는 탓에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크야크 개발자인 타일러 드롤과 브룩스 버핑턴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고, 리포팅 기능으로 문제 있는 게시물을 신고받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 있는 게시물이 너무 많아서 신고하는 것으로 해결하긴 어려워 보이고, 이크야크로 문제가 발생한 학교는 아예 교내 사용을 금지해버렸습니다.
 
 


 이크야크가 개발한 이유는 원래 대학교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학교 내에서 특정 인원을 대상으로 익명이 들어가지만, 게시를 할 수 있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죠. 그 밖에 홍보처럼 더 많은 인원에 게시물을 전달해야 할 때 유료 결제를 하도록 기능을 넣은 겁니다. 그러나 이것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시카고 나우(Chicago Now)는 '이크야크에 대해 부모가 알아야 할 11가지'를 소개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이크야크가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이를 위해 부모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고 있는데, 많은 이가 익명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별도의 계정이 필요 없으니 마음껏 누군가를 비방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얘기조차 게시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크야크의 익명성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보통 익명성은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없어서 어떤 얘기를 하든 완전히 진실이 될 수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자유지만, 실제 누가 게시한 것인지 파악할 수 없으니 당연합니다. 반대로 이크야크는 특정할 수 있습니다. 학교가 중심이라면 해당 학교의 학생이라는 점이죠. 더군다나 얘기가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퍼진 얘기를 주워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에 대한 비방을 500명에게 전달했다면, 500명 모두가 당한 학생과 학교에서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마주한 학생은 당한 학생에 대한 비방을 어떻게 할까요? 같은 내용이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계속 이어지고,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따돌림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국내에서 단체 메신저 앱을 이용한 따돌림 문제가 계속 주목받고 있지만, 이크야크는 익명성을 보장하여 가면 쓴 사람들이 공격하게 되는 더욱 무서운 결과로 나타납니다. 익명성이 있긴 해도 공간에 고립된 폐쇅적 익명성으로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익명성이 오히려 피해를 가중하는 역할로 작용하며, 많은 학생이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학교들이 이크야크를 금지한 이유입니다. 익명성을 잘못 사용했을 때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을 이크야크가 보여주고 있고, 이는 본래 제작 의도와는 전혀 다른 폐단입니다.
 
 


 우리는 이번 사례를 통해 익명성이 아주 잘못 사용되었을 때, 단지 악성 게시글이나 댓글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닌 극단적인 형태가 어떤 식으로 악용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실명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뉴트리어 고교는 '학생들이 익명이라고 해도 디지털 공간에 남은 흔적이 자신과 타인에게 오랜 시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서비스를 제작하는 단계에서 이런 부분을 좀 더 고민해야 하고, 피해자가 빠져나갈 구멍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앱만으로 차단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적어도 이런 서비스가 늘어난다는 가정에서도 심각하게 인지하고, 사회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스마트폰이든 뭐든 인터넷 환경에 노출될 생각이라면 말이죠. 이는 학교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종교적 공간 등 묶여있는 폐쇄적 공간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익명성이 가진 진정한 위험이 발생하는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애틀랜타 캐피털은 이크야크의 성장에 20,000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