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이패드가 공개되고, 태블릿 시장은 스마트폰 이상의 급격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던 플랫폼 기반들이 태블릿으로 옮겨붙으면서 속도를 낸 것인데, 그로부터 4년입니다. 가트너의 예상으로는 올해 태블릿 출하량이 3억 4,910만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난해보다 38.6%나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패드, 추락하는 시점이 되었는가
문제는 태블릿이 빠른 성장을 기록함과 동시에 포화 상태 진행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패드는 아이폰보다 8개월이나 빠르게 1,000만 대를 달성했고, 이는 신제품 없이 1세대 아이패드만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비교한다더라도 이점을 고려해보면 8개월이란 기간 이상의 성과를 아이패드가 보였다는 것인데, 회계연도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아이패드는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월가는 1분기 아이패드 판매량을 1,970만 대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애플이 발표한 수치는 1,635만 대로 크게 밑돌았습니다. 아이폰의 판매량은 예상을 웃돌았지만, 애플의 새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아이패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입니다. 월가가 1,970만 대로 예상한 것도 성장 폭을 높게 잡지 않은 수치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950만 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했고, 단지 1%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16%나 감소해버렸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성과에 부정적인 분석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애플인사이더는 '아이폰은 성황을 이뤘고, 아이패드는 감소했다.'고 보도했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미 아이패드는 내림세.'라며, 아이패드가 성장하지 않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팀 쿡은 이 같은 판매 결과에 '아이패드는 3년 만에 2억 대 이상 판매되어 애플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제품.'이라면서 채널 재고량을 감축한 탓에 판매량이 줄었다고 밝혔지만, 되레 관리 능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핵심은 '아이패드의 성장이 멈추고, 추락하는 시점이 되었는가?'입니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수요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고, 애초 태블릿이라는 카테고리가 거품 낀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석이든 지금껏 태블릿 시장을 주도한 아이패드의 향후 동향에 시장 전체가 여파를 받을 수 있다 보니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아이패드는 내림세를 타게 된 것일까요? 필자가 먼저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건 '아이패드의 성장이 이전만큼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패드가 내림세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봅니다.
먼저 지난해와 올해 상황을 그대로 두고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가 출시되기 이전에 아이패드 시장을 맡고 있었던 제품은 아이패드 4세대와 아이패드 미니였는데, 불과 7개월 만에 단종된 아이패드 3세대를 이어 등장한 제품이 아이패드 4세대였습니다. '이미 3세대를 구매한 소비자가 있으니 4세대 구매자가 줄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패드 4세대가 가장 크게 판매되었던 2012년 4분기에 아이패드는 2,286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아이패드 에어는 같은 시기 2,600만 대를 기록하여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이미 2012년 4분기에 2,286만 대의 아이패드를 두고, '아이패드 성장이 멈췄다.'는 논란이 있었으며, 그걸 떨쳐내도록 한 것이 아이패드 에어의 2,600만 대 판매량이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분기 만에 이전 논란을 다시 끄집어낸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패드 4세대와 아이패드 에어의 같은 시기 판매량을 대치할 수 없는 이유는, 같은 1분기지만, 아이패드 3세대가 아무리 빨리 단종되었다 해도 출시한 지 대략 1년이 된 시점이었으며, 아이패드 2세대 사용자와 아이패드 3세대 사용자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었던 제품이었습니다. 반면에 아이패드 에어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다수의 수요를 흡수한 터였고, 그것이 사상 최대치를 남겼던 것이죠.
즉, 애초 1분기에 흡수할 수 있었던 수요의 차이가 존재했고, 아이패드 미니라는 작은 크기의 태블릿 수요까지 포함하게 되어 같은 분기 상황으로 엮어내기 힘듭니다. 이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이 이전 아이패드의 판매 곡선인데, 아이패드 1세대부터 아이패드 2까지 완만한 곡선으로 상승했지만, 아이패드 3세대 이후 요동치면서 그나마 내림세였던 지난해 판매 곡선을 붙잡아 두었던 것이 아이패드 4세대와 아이패드 미니였습니다. 그리고 단숨에 상승 곡선으로 끌어올린 것이 아이패드 에어였죠. 1분기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꺽어든 것만 두고, 아이패드의 추락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가파르게 치고 올라온 판매량을 본래 궤도를 다시 잡았다고 봐야 합니다.
이는 아이폰의 판매 곡선과 비교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데, 아이폰은 한동안 거의 내림세 없이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아이폰 4S가 등장했던 2011년 4분기에 전 분기보다 2배 이상 판매한 3,700만 대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런 뒤 상승세 없이 판매량은 크게 떨어졌는데, 당시 이런 곡선과 스티브 잡스의 사망에 애플 위기론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아이폰 5와 아이폰 5s가 비슷한 곡선 형태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잦아든 것이지 내림세를 타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위기론을 떨쳐냈는데, 마찬가지로 아이패드가 아이폰보다 시기가 빠르긴 하지만, 성장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폰처럼 성장 곡선을 그려나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번 판매량만 두고, 아이패드를 내림세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한, 아이패드가 이런 곡선 형태를 갖게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보다 훨씬 빨랐던 다양한 저가 제품의 등장을 꼽을 수 있으며, 더군다나 아이폰이 안드로이드와 경쟁하기만 했던 스마트폰 시장과 다르게 윈도 기반의 태블릿과 스마트폰 업체뿐만 아니라 PC 업체들까지 달려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곡선 형태를 두고도 잘 견뎌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아이패드 생태계도 유지해나갈 수 있겠죠. 아이패드를 아이폰과 맥의 중간 제품이라고 했으니 그나마 맥 수준의 판매 상황으로 내려가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아이패드의 성장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긴 이릅니다.
팀 쿡은 회계연도 2분기 실적발표에서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아이패드의 상황은 매우 좋다.'면서 낙관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야 얼마든지 내보일 순 있지만, 그렇다고 궁색한 변명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애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패드가 '커다란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점'과 '다른 태블릿과 무엇이 다른가'를 소비자에게 확실히 전달하는 일입니다. 아이패드가 PC를 대체하기에는 아이패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그리 폭넓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저가 태블릿과 아이패드의 간극을 크게 좁혀놓고 있습니다. 굳이 아이패드를 구매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PC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지도 않으며, 스마트폰의 연장선에서 생각하기 마련이죠. 이것이 아이패드가 당면한 과제입니다.
'도대체 아이패드로 무엇을 할 수 있는데?'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도리어 '그럼 PC로 무엇을 해보았는데?'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게 현재 아이패드의 위치니까요.
'APPLE > APPLE Geek Bi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3D 프린터, 아이폰 6 목업을 양산하다 (2) | 2014.05.14 |
---|---|
OS X 10.10 시라(Syrah)를 주목해야 할 이유 (9) | 2014.05.12 |
아이팟, 언제 단종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13) | 2014.04.26 |
애플-샤잠 협력, 총체적 이득이 될 것 (2) | 2014.04.18 |
애플 카플레이, 더 다양한 옵션 확인해줬다 (5) | 2014.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