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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팟, 언제 단종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MP3 플레이어의 전체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다.'는 표현보다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관심 밖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가장 성공한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은 여전히 시장에 살아남아 7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판매량이 줄어드니 이 점유율조차 별 의미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아이팟, 언제 단종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지난해 아이팟은 16GB 아이팟 터치만 조용히 출시되었을 뿐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이팟 클래식은 2009년, 셔플도 2010년에 멈춰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매년 아이팟을 얘기하는 자리는 존재했고, 2012년까진 나노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작년에는 아이팟이 완전히 변방에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고는 등장했던 것이 '아이튠즈 라디오(iTunes Radio)'였습니다.
 
 


 애플은 지난 24일, 회계연도 2분기 실적발표를 했습니다. 456억 달러의 매출과 102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이는 월가가 예상한 수치를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폰은 무려 4,370만 대를 판매했는데, 월가가 예상한 3,800만 대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팟의 판매량은 276만 대로 아주 많이 떨어졌고, 아이팟은 애플 매출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아이팟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2%나 준 것이며, 판매량은 64.1%나 감소했습니다. 작년 신제품이 크게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거의 500만 대가량 판매량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음악을 저장하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시대에 MP3 플레이어의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팟은 매우 가치 높은 브랜드로 사랑받아왔으며, 여전히 아이팟을 따돌릴만한 제품은 시장에 없습니다. 대개 업체들이 일반 소비자 시장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고급 시장에만 집중하면서 MP3 플레이어 시장 자체가 많이 축소된 탓이기도 하지만, 작년까지 연 1,000만 대 수준의 MP3 플레이어를 팔아치운 건 아이팟뿐이었죠.
 
 그런데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팟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이튠즈 라디오의 서비스를 시작했고, 여파를 견딜 수 있는 아이팟은 터치밖에 없습니다. 아이팟 나노가 와이파이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는 한, 애플의 주요 전략이 된 아이튠즈 라디오와 아이팟은 상생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아이팟은 단종 순서를 밟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판매량도 줄고, 매출도 줄고, 실제 사용자도 줄어들 테니까요. 단종되더라도 MP3 플레이어를 원하는 소비자는 존재하겠지만, 다른 대체 품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므로 애플로써는 단종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적절합니다.
 
 '그래도 아이팟을 붙들 이유'를 꼽으라면 '아이팟이라는 브랜드', '아이튠즈 스토어의 유지', '4억 5,000만 달러 수준의 매출' 정도이고, 매출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다른 쪽, 그러니까 아이튠즈 라디오를 통한 음악 사업에 집중했을 때 매출을 유지하고, 아이튠즈 스토어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팟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서스쿼해나 파이낸셜 그룹(Susquehanna Financial Group)의 분석가 크리스토퍼 카소(Christopher Caso)는 '올해 아이워치(iWatch)가 아이팟을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팀 쿡은 올해 초, '아이팟은 2008년 80억 달러의 최고 매출을 기록한 이후 작년 매출은 5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감소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아이팟의 휴대성을 아이폰이 대체하지 못한다면 아이워치라는 새로운 품목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떨어지는 매출을 제고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고로 이 아이팟 단종에 대한 결정은 늦어도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꼭 단종된다고 단안을 내릴 순 없지만, 언제 단종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위치에 와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애플의 결정을 기다려 볼 차례이죠.
 
 


 사실 많은 아이팟 사용자들이 새로운 아이팟 클래식을 기다리고 있긴 합니다. 아이팟 클래식처럼 160GB의 높은 용량 제품이 현재 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탓에 많은 음원을 담고 싶어하는 소비자는 아이팟 클래식을 찾게 되고, 업데이트된 아이팟 클래식의 수요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중단된 아이팟 클래식은 사실상 단종으로 봐도 좋고, 브랜드 유지 차원에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그 수요조차 새로운 아이팟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케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이팟이 완전히 단종'되거나 '새로운 카테고리가 아이팟을 대체'하거나 낮은 확률이지만 '새로운 아이팟을 기대'하거나 세 가지 갈래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