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크롬은 상당히 본격적입니다. 기존의 플랫폼 개념을 넘어서 크롬 OS를 탑재한 크롬북이나 크롬박스 외 윈도와 OS X에서도 크롬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크롬북을 구매할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낮은 가격과 기존 넷북의 포지셔닝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장점을 가졌습니다. 애플은 결국에 넷북을 출시하지 않고, 맥북과 아이폰 사이에 아이패드가 있다고 했지만, 크롬북의 등장으로 기존 랩톱과 태블릿 사이에 크롬북이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크롬북, 구글과 인텔이 손잡은 이유
초기 크롬북은 저장장치가 없는, 오로지 클라우드 저장공간과 온라인 상태에서만 사용하며, 크롬 브라우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점점 개선하면서 저장장치를 탑재하여 파일을 저장할 수 있고, 오프라인 모드를 제공하고, 웹 앱의 성능이 강화하면서 기존 PC를 대체하기에 손색없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PC에서 하던 웬만한 활동은 크롬북에서도 큰 아쉬움 없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롬북과 관련한 이벤트를 열었고, 인텔과 여러 하드웨어 제조 업체가 새로운 크롬 기기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여태 조금씩 조용하게 출시되었던 크롬북이 한꺼번에 등장하게 된 셈인데, 본래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크롬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인텔이 참여하면서 단단한 제품 구성과 하드웨어 제조 업체와의 제휴가 긴밀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델과 에이서는 인텔 코어 i3 프로세서를 탑재한 크롬북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델은 11인치 제품인 크롬북 11, 에이서는 C720을 신학기에 맞춰 출시하며, 가격은 350달러로 책정했습니다. 델의 제품은 아직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다가올 여름에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i3 프로세서가 탑재된 크롬북은 여태 본 크롬북 중 픽셀을 제외한 보급형 제품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배터리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에이수스와 에이서는 베일트레일-M 기반의 크롬북을 준비했습니다. 에이수스는 11.6인치의 C200과 13.3인치의 C300, 에이서는 한 가지 제품을 준비 중이고, 인텔에 발표로는 11시간의 배터리 수명이 제공됩니다. 또한, 팬이 필요 없어서 사용자는 커다란 소음 문제에서 해방될 겁니다. 베일트레일 기반의 제품들은 따로 출시일과 가격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인텔과 하드웨어 제조 업체들이 새로운 라인업을 공개하는 동안, 구글은 크롬 OS의 몇 가지 업데이트를 설명했는데, 여태 베타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구글 나우의 모든 기능을 크롬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음성 인식 기능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또한, 구글 플레이의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며, 오프라인 보기를 지원하여 온라인 상태가 아니더라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하드웨어와 간단하지만, 크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늘려주며, 좀 더 오프라인에서, 좀 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구글과 인텔이 크롬북을 두고, 손을 잡은 이유입니다.
사실 인텔은 현재 PC 시장이 잠식하는 상황에서 PC보다는 태블릿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전에 이미 스마트폰은 ARM에 밀려났으며, 태블릿에서도 그다지 특출난 모습을 보이고 있진 않습니다. 그나마 윈도 태블릿과 하이브리드 제품이 주력이 돼버린 셈이죠.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인데, 이런 상황에 독보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구글의 크롬은 놓치기 아까운 재목감입니다.
크롬북이 기존 넷북의 포지셔닝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것을 충족할 수요는 이미 이전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파악한 터입니다. 더군다나 넷북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아톰 기반의 PC에 기존 윈도 PC에서 하던 활동을 그대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사소한 것이 소비자에 좋은 경험이 되지 못한 탓인데, 낮은 제원으로도 만족할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넷북보다 나은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롬북에 있습니다.
미리 크롬북을 인텔 기반의 사용자 경험에 붙잡아둔다면 향후 크롬북의 성과에 따라 인텔도 이득을 볼 것은 뻔합니다. 그렇다고 인텔이 크롬북에 얹혀가기만 한다고 볼 순 없고, 구글도 나름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인텔이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건 크롬북에 대한 차후 로드맵을 좀 더 명확하게 하고, 제조 업체들이 쉽게 이 로드맵을 따라 크롬북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까지 크롬북은 제조사의 역량에 따라서 로드맵을 구축해야 했지만, 전반적인 동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원래는 어려워도 그렇게 해야 하지만, 특히 보수적인 하드웨어 회사들은 동향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쉽게 대처하려 하니까요. 그걸 인텔이 대신 잡아준다면 하드웨어 업체들이 크롬북 시장에 진출하기 수월해집니다.
이는 구글에 좀 더 체계적인 크롬북 출시와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하며, 비용에 민감한 교육이나 기업 시장에서 특출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교체 시기 조정 등의 여러 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크롬북이 체계적인 시장을 갖추는 것만으로 인텔과 손을 잡을 이유가 충분한 것입니다.
이러나저러나 더는 전통적인 PC 시장에서 인텔이 승승장구하긴 어렵습니다. 회사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그걸 성장이라고 부르진 않죠. 결국, 모바일을 내다봐야 하고, 잠재적으로 크롬북은 적절한 대상입니다. 구글은 크롬북을 넷북의 포지셔닝을 완전히 대처할 독보적인 시장을 형성해야 하고, 인텔과 서로 윈-윈하는 관계 형성을 잘 이뤘습니다.
이 둘이 손을 잡은 성과가 크롬북의 미래, 그리고 모바일 시장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매우 기대됩니다. 구글이 크롬을 단지 크롬북, 또는 크롬박스 같은 기존 폼 팩터에서 끝낼 생각이 아니라 태블릿 환경까지 지원하고자 나선다면 그 파급력은 고스란히 인텔도 맞이하게 될 테니까요.
당장은 여름의 델과 에이서의 크롬북을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리고 구글과 인텔의 맞잡은 손에서 이 제품들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것인지 지켜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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