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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이 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드라이브에서 분리한 이유


 구글 문서도구(Google Docs)는 웹 오피스를 대중화하고, 기업 시장이 원하도록 인식을 바꿔놓았습니다. 보조 기능에 불과했던 것이 MS는 협업에 치중하도록 오피스 웰을 업데이트했으며, 애플도 iWork.com을 내버리고, 아이클라우드와 연동하여 확장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웹 버전의 iWork를 새로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네이티브 앱을 이용하는 것을 많은 이가 선호하지만, 최근 포레스터의 조사를 보면 기업이 오피스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오피스 웹보다 구글 문서도구를 사용하는 직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구글이 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드라이브에서 분리한 이유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는 드디어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출시했고, 일주일 만에 1,200만 다운로드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물론 1,200만 건 중 오피스 구독 프로그램인 '오피스 365(Office 365)'를 구매한 비중이 많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기존 오피스 365 사용자를 포함했을 때 폭발력은 상당했습니다. MS로선 울며겨자먹기로 출시했으나 평가는 매우 좋으며, 업데이트 인쇄 기능을 추가한 첫 업데이트까지 하면서 지원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월 1일,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 앱에 포함되어 있던 문서(Document)와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를 분리하여 별도의 앱으로 출시했습니다. 이전까진 구글 드라이브 앱을 실행하여 저장된 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분리된 덕분에 원하는 문서 작업은 해당 앱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은 차후 출시될 예정입니다.
 
 분리된 앱은 독립적이긴 하지만, 딱히 드라이브에서 하던 것과 인터페이스나 기능이 다르지 않습니다. 추가된 것이라면 드라이브의 단점이었던 '온라인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을 보완한 오프라인 지원인데, 오프라인 모드는 이미 2012년에 웹 버전에 적용되었던 것이어서 새롭진 않습니다.
 
 구글이 별도의 앱을 내놓은 이유는 단연 아이패드용 오피스의 출현이겠지만, 그것만으로 분리했다고 하기에는 기능면에서 드라이브와 차별적이지 않습니다. 기존 드라이브 사용자 중 오프라인 모드가 필요한 사람 외 굳이 두 가지를 따로 사용할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은 것이죠.
 
 구글의 제품 관리자 브라이언 레비(Brian Levee)는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드라이브 앱은 문서를 저장하기에 편리하지만, 사용자들은 모바일 장치에서 쉽고 빠르게 검색하길 원하고, 이동 중에도 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싶어한다.'면서 문서도구 앱을 분리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한 가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단순히 기능의 차별화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한다는 것은 하나의 앱으로써 동작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딱히 구글 드라이브의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문서는 메모장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스프레드시트도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고, 프레젠테이션도 네트워크 연결없이 아이패드와 스크린을 연결하여 발표에 이용할 수 있겠죠. 기존 구글 문서도구에서 강조된 클라우드보다 독립적인 앱의 기능을 집중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앱의 분리입니다.
 
 MS 오피스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독립적인 앱의 영향력이 더 큽니다. 구글 문서도구와는 반대의 상황이고, 아이패드용 오피스가 등장했다는 점은 이런 영향력이 고스란히 개별적인 앱을 통해 넘어갔음을 의미합니다. 기존 구글 드라이브는 클라우드 스토리지로서 인식되는 존재였고, 오피스처럼 활용하고자 하는 방향보다는 저장공간의 보조적인 역할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피스가 아이패드용으로 출시되었으니 그대로의 드라이브는 저장공간 역할이 더 확고해집니다. 더군다나 오피스 제품군들도 클라우드로 드라이브처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보조적인 역할을 벗어나 개별적인 주 사용 앱이 되지 않으면 영향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이 문서도구를 드라이브에서 분리한 이유입니다.
 
 최근 조사를 보면 모바일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문서를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호환성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이미 사무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오피스고, 달리 말하면 호환성을 가장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오피스입니다. 그러므로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편리함보다 사용자들이 호환성을 빌미로 오피스를 선택하게 되었을 때 구글 문서도구는 큰 위협을 받게 되고, 기존에 쌓아두었던 기업 고객까지 잃는 것은 구글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문서도구를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 주 사용 앱으로 발전을 해야만 드라이브도 성장할 수 있음을 구글이 간과하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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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생산성 제품 경쟁에서 딱히 구글이 오피스에 밀리는 위치에 있는 건 아닙니다. 좀 더 대중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먼저 선보였던 것도 구글이니까요. 대신 MS는 이전에 기업을 대상으로 하던 것을 일반 시장에도 끌고 들어왔습니다. 기업 시장을 노리는 쪽과 일반 시장을 노리는 쪽으로 나뉜 것인데, 어느 쪽이든 팽팽하게 균형이 유지되고 있죠. 그런 유지되는 상황을 놓고 싶지 않은 것도 구글이고, 이번 앱 분리 결정은 그에 걸맞은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구글 드라이브와 크게 다르다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존 사용자들이 많겠지만, 개별적인 브랜딩으로 사용성을 확장하고, 오피스를 견주어 낼 수 있다면 현재 구글 드라이브의 위치를 지켜내는 것, 나아가 모바일에서 문서도구의 역량, 기업 시장을 노리는 포괄적인 전략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