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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PC 시장, 교체 시기 맞춰 굳어질 것


 PC 시장이 울상을 짓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된 일입니다. PC 제조자들이 힘들다는 얘기는 귀에 못 박힐 만큼 들었고,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도 수년간 이어졌습니다. 승부처가 될 것 같던 태블릿도 애플과 삼성의 모바일 강세를 뿌리치지 못한 터라 가라앉은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PC 시장, 교체 시기 맞춰 굳어질 것
 
 그랬던 PC 시장이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웃었다기에는 출하량 감소를 막아내진 못했지만, 1.7%만 감소하면서 감소 폭을 크게 줄였습니다. 이는 IDC가 예상한 7.1%를 크게 넘어서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레노버, HP, 델 등 상위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IDC 기준 2분기 PC 시장 점유율 1위는 6분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레노버입니다. 19.6%의 점유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나 상승하면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과시했습니다. 2위는 HP입니다. 18.3%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델은 14.0%로 3위, 8.2%의 에이서, 6.2%의 에이수스는 각각 5위, 6위를 차지했습니다.
 
 올 2분기 전체 PC 출하량은 7,440만대로 집계되었으며, 절반 이상을 상위 5개 업체가 가져갔습니다. 감소가 줄진 않았지만, 감소 폭이 줄면서 1위인 레노버는 연매출 387억 달러를 기록하여 사상 최고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2, 3위인 HP와 델이 부진한 실적에서 크게 달아나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PC 시장이 활기를 찾으면서 PC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는 평가입니다.
 
 PC 시장의 감소 폭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단연 윈도 XP 지원 종료입니다. PC 교체를 해야 할 기업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상위 제조사의 점유율을 견인한 겁니다. 그리고 레노버가 주력하는 저가 모델과 크롬북 등의 가볍고, 부담 없는 제품으로 소비자가 이동하면서 발생한 판매도 적지 않습니다.
 
 출하량으로 보면 레노버, HP, 델이 분기 1천 만대를 달성했는데, 출하량 감소가 이어지곤 있지만, 교체 시기에 따라서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제조사들이 PC 시장에 대한 대응을 달리할 필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평생 쓸 수 있는 PC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일찌감치 제조사들은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레노버는 꾸준한 모델 출시와 저가 전략으로 교체 수요를 언제든 대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일부 손해를 감수한 박리다매지만, 일체형 PC나 워크스테이션 라인은 고급화 전략으로 대처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레노버라는 브랜드를 단지 저가 브랜드로 돌려놓지 않으려는 것이 핵심입니다.
 
 간혹 레노버가 자국에서의 높은 판매량으로 전체 판매량을 늘린다고 말하지만, 2분기 미국 점유율은 11.5%로 3위입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자국에서 저가 제품의 판매를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으로 대처하면서 골고루 균형을 맞추는 겁니다. 이는 중국을 공략하려는 회사들 모두가 생각하는 부분이므로 딱히 레노버만의 전략은 아니죠.
 
 HP와 델은 저가 시장보다 기업 시장과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력으로 판매 중인 모델조차 저가 라인보다 프리미엄 라인의 수가 더 많습니다. 하나를 팔아도 제대로 팔겠다는 것이며, 가격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면 저가 시장을 포기하면서 한 곳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나저러나 중요한 건 이제 교체 시기입니다. 윈도 XP 종료로 대량의 교체가 필요한 시기를 맞이하면서 집중한 전략에 따른 점유율 상승을 제조사들이 고루 보였습니다. 이전에도 교체 시기는 제조사에 중요했고, 얼마나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다만, 전략 자체는 비슷하여 대부분 가격 라인을 거의 모든 제조사가 가졌고, 전체 PC 수요를 대상으로 접근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집중할 세부적인 시장을 가지고, 해당 PC 시장의 교체 시기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제조사가 되어야만 대량 공급을 성사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라인을 보유하는 건 그만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줄어드는 PC 시장에 맞춘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가령 기업 시장이라 하더라도 필요로 하는 PC의 가격대와 성능은 차이 나기 마련입니다. 제조사들이 세부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만큼 교체 시기에 미묘한 전략 차이가 제조사들의 차이를 벌려놓게 될 것입니다. 단지 비용만 아니라 다음 교체 시기까지의 지원과 관리를 얼마나 유동적으로 할 수 있느냐가 좌우할 것이고, 이는 기업 시장이 아닌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크게 작용하는 동향으로 이어질 겁니다. PC 시장이 줄어들고, PC 제조사도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의 선택폭조차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즉, 교체 시기에 맞춰 나뉜 세부적인 시장에 따라서 제조사들의 위치는 굳어지게 될 것입니다. 같은 PC 시장이지만, 대응하는 시장이 서로 걸친 형태를 띠게 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대응하는 시장이 세분될 수록 이전 PC 시장보다 신생 업체가 파고들 여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달리 말하면 PC 시장이 정체기를 벗어나 시장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기를 맞이할 때, PC 시장에 대한 위기의 시선이 거둬질 시점이라는 겁니다.
 
 제조사의 움직임만 보더라도 이런 시장을 구성해야만 생존할 수 있음을 감지한 느낌입니다. 오랜만의 나은 실적이 PC 시장에 어떤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