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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패스포트, 특이하기만 한 제품일까?


 블랙베리는 지난 1분기 실적을 순이익 2,300만 달러의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폭락했던 주가가 급등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매각으로 공중분해 될 뻔했던 회사가 전략을 수정하면서 부활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런 실적을 살려 재기하는 것이 목표이고, 하반기 실적은 블랙베리가 정말 살아날 가망성이 있는지 확인할 자리입니다.
 


블랙베리 패스포트, 특이하기만 한 제품일까?
 
 그런데 경제전문지 24/7 월스트리트는 블랙베리를 2015년이면 사라질 브랜드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신제품의 부진한 실적이 블랙베리의 상황을 악화한 탓이 이유입니다. 블랙베리가 흑자전환을 한 것은 맞지만, 이는 북미 외 지역의 실적이고, 감원 효과도 컸습니다. 독자적인 생존 가능성을 검증받기 위해선 이 다음 제품이 아주 중요해졌다는 겁니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선 말이죠.
 
 


 블랙베리는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3가지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풀터치 스마트폰인 Z3와 물리 쿼티 제품인 클래식, 그리고 '패스포트(Passport)'라는 이름의 널찍한 제품입니다.
 
 4.5인치 1440 x 1440 해상도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 3GB 메모리, 13MP 카메라, 3,450mAh 배터리를 탑재한 패스포트는 외형부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LG의 뷰 시리즈에 물리 자판을 장착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고, 현 동향에 맞지 않은 과도기적 제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사각형의 디스플레이에 가로 너비만 3.18인치입니다. 갤럭시 노트 3보다 길고, 너비만 보자면 처음부터 두 손으로 사용하라고 만든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블랙베리가 어째서 이런 모험적인 모델을 출시하는가?'하는 생각이 들 만큼 최근 등장한 스마트폰 중 가장 아이러니한 제품입니다. 패스포트의 성적에 따라 블랙베리의 생사가 크게 갈라질 것인데, 블랙베리는 어째서 이런 제품을 내놓은 계획일까요?
 
 


 해당 질문은 패스포트가 단지 특이하기만 헸을 때 할만한 것입니다. 패스포트는 나름의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습니다.
 
 4.5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지만, 형태로 보면 패블릿의 한 갈래입니다. 뷰 시리즈보단 패블릿의 아래에 물리 자판을 장착한 형태이죠. 정확히는 '처음으로 등장한 물리 자판 패블릿'입니다. 현재 주목할만한 물리 자판 제품을 블랙베리만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패블릿 라인을 블랙베리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디자인의 재해석 인가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처음부터 두 손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스마트폰의 형태로 본다면 한 손으로 사용하기 매우 불편한 디자인 같지만, 기존 물리 자판 제품들이 한 손으로 쥐일 크기에 자판을 포함하여 화면 크기를 포기했었다면, 패스포트는 4.5인치 대화면을 유지하면서 물리 자판 활용이 가능합니다.
 
 두 손으로 넓은 화면에 물리 자판을 활용하는 제품은 여태 없던 제품 포지셔닝입니다. 덕분에 한 손으로 무언가를 하긴 어려워 보이지만, 메일을 작성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거나 문서를 탐색하고, 수정하는 면에서 여타 패블릿보다 훨씬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갤럭시 노트에 S팬 대신 물리 자판이 포함된 것으로 비교할 수 있겠죠.
 
 대신 한 손 사용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블랙베리는 패스포트에 ‘블랙베리 어시스턴트(Blackberry Assistant)’라는 음성 인식 비서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몇 가지 기능을 소개했는데, 일정이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현재 트위터에서 화제인 주제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능은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구글 나우도 가능한 것들이고, 소개된 것보다 훨씬 많은 음성 인식 기능을 제공합니다. 다만, 물리 자판을 탑재한 패블릿으로 한 손 사용을 포기한 만큼 이를 보완해줄 인터페이스의 존재가 블랙베리 어시스턴트임을 확인해줬습니다.
 
 즉, 패스포트는 화면 크기의 극대화, 물리 자판의 극대화, 음성 인식의 극대화까지 접근한, 어찌 보면 3가지 요소를 최종적으로 밀어붙여 합친 제품입니다. 하나가 빠져버리면 그만큼 우스꽝스러운 형태가 돼버릴 제품이지만, 요소를 극대화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블랙베리가 이상한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절벽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시장 판단과 제품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포기하지 않고, 포지셔닝을 새로 구성한 것이 패스포트입니다.
 
 실제 시장에서 성공하리라 장담할 수 없는 것은 BB10의 평가를 다시 돌려놓아야 하는 탓에 있지만, 패스포트의 포지셔닝이 통하기만 한다면 거의 유일하게 물리 자판 스마트폰을 유지 중인 블랙베리에 상당한 수요를 넘겨줄 것입니다.
 
 살아나도 어쭙잖게 살아나진 않으리라는 CEO 존 첸(John Chen)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