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MS

윈도 9에 바라는 것


 윈도 8이 출시한 지 곧 2년입니다. 작년에는 윈도 8을 보완한 윈도 8.1을 출시했고, MS는 새로운 윈도 전략을 소비자에 피력하기에 주력했지만, 여전히 윈도 8의 전략 방향을 소비자가 인식하게 하긴 어렵나 봅니다. 덕분에 새 윈도 개발도 빠르게 진행했고, 8.1의 개선 사항을 포함하면서 윈도 8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주길 소비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윈도 9에 바라는 것
 
 윈도 8의 이전과 다른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눈길을 끌기 충분했지만, 거기에 만족을 느낄만한 사용자 경험은 부족했습니다. 그건 이전 버전인 윈도 7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였죠. 윈도 9은 이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버전입니다.
 



 지난 1일, 넷애플리케이션은 전체 운영체제에서 윈도 8과 윈도 8.1이 지난 6월에 12.54%였던 점유율이 7월에 들어서 12.48%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윈도 8은 0.01%, 윈도 8.1은 0.05%가 빠졌는데, 윈도 8은 윈도 8.1로의 이행으로 줄어든 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윈도 8.1이 감소한 건 사용자가 윈도 8.1 사용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윈도 7은 0.67% 상승한 51.22%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윈도 XP 지원 종료로 이어진 상위 버전 이행에 윈도 8보다 윈도 7이 흡수율이 높았다는 것이며, 윈도 8.1 사용자가 윈도 7로 되돌아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탈 이유야 어찌 되었든 MS는 윈도 7 사용자를 상위 버전으로 올려놓아야 하고, 이미 윈도 8은 힘을 못 쓰게 된 상황이므로 다음 타자인 윈도 9에 걸 수밖에 없습니다.
 
 코드명 스레시홀드(Threshold), 정식 명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윈도 9으로 불리는 운영체제는 내년 발매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윈도 8과 별개의 버전인지, 아니면 윈도 8.1의 연장선에 있는 버전인지, MS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소식으로는 내달 말이나 10월 초에 공개 프리뷰로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MS는 말이 없으나 스레시홀드를 몇 번 언급한 적이 있고, 윈도 8이 몇 가지 기능을 개선한 것 외에는 별다른 추가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 윈도 8이 좋은 소릴 못 듣는 상황에서 수정 방향을 잡지 않았다는 건 윈도 9이 그런 점을 전부 흡수하고 있다고 봐야 할 텐데, 덕분에 윈도 9의 평가는 상당히 무거워질 것입니다.
 
 


 윈도 9은 새로운 시작 메뉴와 부팅 방식, 데스크톱 모드를 초기 화면으로 사용하고, 태블릿에서는 모던 UI를 기본 시작 페이지로 설정합니다. 가상 머신을 지원하며, 확실하진 않지만, 음성 인식 기능인 코타나가 추가될 가능성도 나왔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윈도 8의 존재는 완전히 지우진 않으면서 소비자와 타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기능도 좋지만, 사실 소비자가 차세대 윈도에 바라는 건 거창하지 않습니다. 홀수 버전과 짝수 버전으로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고 말하곤 해도 윈도 비스타가 실패한 건 그저 윈도 XP와의 거리입니다.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건 둘째치고, 윈도 비스타가 윈도 XP를 계승했다는 느낌, 그러니까 윈도 XP가 더 나아졌다는 인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한 것이죠. 그건 다음 버전인 윈도 7이 성공적이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윈도 XP의 지원이 종료된 후 상위 버전으로 이행하게 되자 많은 소비자가 윈도 8이 아닌 윈도 7을 선택했습니다. 윈도 8은 상당히 좋은 운영체제이고, 비스타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으로 보기에는 안타까운 제품입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윈도 7을 선택하면서 기업이나 관공서도 윈도 7을 찾았습니다. 기존 윈도 XP의 업무 환경을 그나마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윈도 7이고, 윈도 8의 혼돈의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간 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으니 어찌 보면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그다음, 윈도 7 이후 이행해야 할 운영체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윈도 8이 아닌 윈도 7에서의 이행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윈도 9은 전통적인 윈도를 계승했다는 걸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윈도 8이 기존 윈도를 계승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윈도 사용 방식을 크게 바꿔 놓은 윈도에 사용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건 윈도 8이 잘 보여줬습니다. 소비자에 내세우는 방향이 달라야 했던 겁니다.
 
 윈도 9으로의 이행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위해선 윈도 8에서의 불편함보다 윈도 7에서의 개선과 비슷한 환경의 제공이 중요합니다. 아니, 그런 느낌을 소비자가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선이 아닌 이질감을 느낄만한 요소로 다가간다면 윈도 7 사용자를 떼어놓는데 MS는 고생할 뿐이겠죠.
 
 


 다행히 개선한 시작 메뉴는 그런 이질감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윈도 8을 데스크톱 모드보다 타일 형식으로 더 내보였던 점이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이기도 했고, 윈도 9은 개선한 시작 메뉴와 데스크톱 모드를 다시 부각하는 방향을 잡게 됨으로써 아주 일반적인 소비자는 윈도 7에 윈도 8을 포함한 것으로 차세대 윈도를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그것이 윈도 8을 윈도 7에서 이어진 것으로 인식하지 않더라도 윈도 9이 윈도 7을 계승한 것, 그러니까 윈도 XP로 이어진 전통적인 윈도 스타일임을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경쟁 운영체제인 OS X이야 대부분 사용자가 운영체제에 관심이 높고, 모바일에서 점유율을 쌓아가는 안드로이드는 제품 교체 주기가 빠르기에 사용자들이 새로운 버전에도 적응하기 수월합니다. 그러나 윈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PC가 보편화했지만, 마치 냉장고를 교체하는 것처럼 자리 잡았으며, 똑같이 문을 여는 방식인데도 방향을 다르게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이질감을 느낍니다.
 
 MS가 이런 점을 윈도 9에서 잡아줄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