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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룸', 익명 욕구를 채워줄 것


 페이스북은 지난달, '룸(Rooms)'라는 새로운 앱을 출시했습니다. 페이퍼나 슬링샷처럼 미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 앱은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로그인이나 페이스북 연동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필자는 룸을 상당히 흥미로운 서비스로 보고 일주일 정도 사용해봤습니다.
 


페이스북 '룸', 익명 욕구를 채워줄 것
 
 한때 실명제가 발목 잡았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 페이스북은 과도한 실명 사용으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계정에 사용하는 이름이 실명이어야 한다고 규정했으며, 그 탓으로 페이스북의 실명 정책에 반대하는 캠페인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오프라인에서 있을 법한 일이 온라인에서 일어났고,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의 익명성을 보장받고자 합니다.
 
 


 페이스북은 익명 커뮤니티 앱이 '룸'을 출시했습니다. 출시 전만 하더라도 '페이스북 내 기능인 그룹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룹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였습니다.
 
 슬링샷처럼 페이스북과 연동을 하지 않는 것과 함께 아예 별로의 로그인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용하면서 인증할 이메일로 코드를 받아 등록만 하면 계정으로 인식하며, 계정 비밀번호를 외우지 않아도 됩니다.
 
 슬링샷이 스냅챗과 흡사한 앱이라면 룸은 이크야크(YikYak)와 비슷합니다. 이크야크는 가장 가까운 이크야크 사용자에 익명으로 게시물을 전달하고, 전달 사용자 수에 따라 결제를 하는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안녕'이라는 게시물을 가장 가까운 이크야크 사용자부터 차례대로 1,000명에게 보내려면 0.99달러를 지급하면 됩니다. 100명, 250명, 500명은 무료로 보낼 수 있습니다. 게시물을 받은 사람은 UP와 DOWN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시할 수 있고, 리트윗과 비슷한 '리약(ReYak)'으로 다시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크야크를 개발한 처음 목적은 대학교를 위한 것이었지만,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제한으로 17세 이상만 내려받도록 권고하고 있음에도 10대 사용이 줄어들지 않아서 학교에서는 아예 교내 이크야크 사용을 막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학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데, 직장에서 이크야크를 사용할 때, 거리에 따라 차례대로 전달하는 이크야크의 특성상 직장 내 이크야크 사용자의 익명 게시물이 전달된다는 점이 악용되어 직원, 혹은 부서 간 유언비어가 퍼지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크야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순전히 익명 덕분입니다. 특히 페이스북이 실명 정책을 펼치면서 실명 사용이 어려워진 사용자, 가령 특정한 그룹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하도록 권하여 계정을 만들면 어쩔 수 없이 실명의 계정을 생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명 정책 덕분에 그런 식으로 사용하도록 굳어진 것이죠. 그렇다고 별도의 계정을 생성하여 가명이나 예명을 쓰고자 하면 로그인을 반복하는 등 번거롭기에 익명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차라리 트위터 등 서비스를 따로 이용하는 실정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크야크는 익명으로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유용한 출구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구와 함께 익명성에 따라 폐단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피로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룸은 이런 피로감도 덜어내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룸은 사용자가 룸이라는 작은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 룸에는 사진이나 영상 등을 올릴 수 있고, 맴버로 참여한 사용자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올라온 게시물에 좋아요나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룸마다 완전히 다른 맴버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인데, A에서 'A-room'이라는 별명을 사용했다면, B에서는 'B-room'이라는 별명을 사용할 수 있고, 좋아요 버튼도 커스터마이징으로 Like가 아닌 Good 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맴버 초대와 가입은 QR코드를 이용한 초대장으로만 가능합니다. 원하는 룸을 검색으로 찾는 기능조차 없으며, 룸을 이용하는 사람이 가입을 원하는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내거나 공유한 초대장의 QR코드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방식으로만 룸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초대장도 생성자가 계정을 우회하면 익명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크야크가 일정한 거리를 그룹으로 묶었다면, 룸은 관심사나 단체, 직장 등 원하는 주제로 그룹을 생성하고, 맴버를 모아서 커뮤니티를 구성하도록 합니다. 맴버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있고, 일종의 모바일 카페 기능 같지만, 따로 게시판이 존재하진 않은 그런 모습입니다.
 
 페이스북을 실명으로 사용해야 한다면, 룸은 완전한 익명으로 원하는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이크야크처럼 통제가 어려운 것도 아니며, 맴버를 관리하거나 새로운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방법으로 언제든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익명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면서도 이크야크에서 나타난 폐단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고 폐단이 전혀 없는 서비스로 볼 수 없는 건, 만약 학교에서 교내 룸을 만들고, 그 안에 학생들을 끌어모아 익명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특정 학생을 따돌릴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대신 이런 문제점들이 항상 익명성을 통한 표현의 자유와 부딪혀 어느 쪽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실명 서비스인 페이스북과 익명 서비스인 룸으로 균형을 잡아보겠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시도인 듯합니다. 실명의 커뮤니티, 그러니까 페이스북으로도 접촉할 수 있고, 익명의 커뮤니티인 룸으로도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흥미롭죠.
 
 물론 오프라인에서 접촉하지 않은 사람들과 룸으로 소통할 수도 있고, 꼭 페이스북이 목적으로 한 것처럼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온라인에서 익명 활동에 대한 욕구는 채워줄 괜찮은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겁니다.
 
 


 룸은 흥미롭지만, 아직 좋은 평가를 받진 못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필자는 이 서비스가 슬링샷보단 시장성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초기 앱의 튕김 현상이나 시작하기 위한 초대장 접근이 번거롭기에 설치한 사용자를 전부 잡아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이크야크처럼 비밀스러움을 좋아하는 10대나 직장 등에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되레 거리가 그룹이 되는 이크야크보다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든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겠죠.
 
 페이스북은 자사의 실명 정책에 대한 비판을 룸으로 돌리고 싶을 겁니다. 그 부분에서는 그다지 효과가 있으리라 보진 않지만, 어쨌든 여러 방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가 룸입니다. 필자가 사용한 일주일 동안은 큰 문제가 나타나진 않았으나, 룸이 이크야크처럼 문제아가 될지, 전혀 새로운 익명 서비스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