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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에너지 절감 보고서가 가진 의미


 네스트(Nest)는 CES 2015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입니다. 네스트가 신제품을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웍스 위드 네스트(Works with Nest)'를 통해서 여러 업체의 제품을 네스트와 연결하는 방안이 대거 등장했죠. 현재 스마트폰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구난방의 사물인터넷 시장에 새롭게 중심이 될 수 있는 포지셔닝을 마련했다는 건 큰 수확입니다.
 


네스트, 에너지 절감 보고서가 가진 의미
 
 이제 네스트가 증명해야 하는 것은 네스트 플랫폼과 연동하여 작동하는 제품들을 구매했을 때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가치입니다. 세탁기, 잠금장치, 전화기, 조명 등 네스트와 시너지를 내는 것이 기존 사용하는 방법보다 번거롭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면 네스트와 연결하고자 집 안의 여러 장치를 죄다 바꿀 이유는 없으니까요. 확실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증명되어야 웍스 위드 네스트 제품의 보급이 능동적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네스트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 자사 온도조절장치(Thermostat)와 에너지 절감에 대한 내부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기 앞서서 네스트는 '대부분 온도조절장치 제조사와 EPA는 프로그램식 온도조절장치(Programmable Thermostat)를 설정하는 것으로 난방과 냉방 요금의 20%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가정에서는 설명처럼 설정하지 않으며, 복잡하다.'면서 '소비자는 약속받은 절감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네스트의 학습형 온도조절장치(Learning Thermostat)는 '사용자의 생활 양식을 학습하고, 자동으로 적응한다.'라며, '지난 3년 동안 에너지를 더 절감할 수 있도록 수차례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얼마나 절감할 수 있었는지 확인할 시간입니다.
 
 네스트는 자체 연구에서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난방시 평균 15%, 냉방시 10~12% 정도 에너지를 절감했고, 연간 131~145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2년만 사용하면 온도조절장치 구매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네스트 학습형 온도조절장치 에너지 절감 보고서 PDF -
        
 네스트의 주장대로라면 학습형 온도조절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보겠지만, 따로 설정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지역 환경이나 건축물의 내부 조건에 따라서 내용이 크게 차이 날 수 있기에 꼭 보고서의 수치만큼 절약할 수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단지 이것이 긍정적인 의미를 지난다는 건 변하지 않죠.
 
 


 네스트의 특성상 초기에는 일정한 온도를 설정해야 하지만, 생활 양식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설정할 필요가 줄어들며, 센서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파악하거나 로컬 데이터로 낮과 밤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개인화한 온도 조절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는 시간만 맞춘 조절이 아니므로 사용자가 평소보다 장시간 집을 비우거나 주말에 늦게 일어나는 등의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고서의 내용이 중요한 건 '기기가 스스로 학습하여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며, 변수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프로그램식 온도조절장치보다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사용자 경험에서 학습형 온도조절장치가 효과와 함께 편리하다걸 간접적으로 얘기하고 있죠.
 
 그리고 웍스 위드 네스트입니다. 네스트와 연동하는 대부분 제품이 학습형 온도조절장치처럼 에너지 절감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어거스트(August)의 스마트 록(Smart Lock)과 퀵셋(Kwikset)의 키보(Kevo)는 잠금장치이며, 사용자가 해당 장치의 잠금을 해제하면 네스트가 인식하여 온도를 조절하고, 공간에서 나가는 걸 확인하면 냉난방을 중지합니다. 차지포인트(ChargePoint)의 전기차 충전 시스템과 월풀(Whirlpool)의 새로운 세탁기와 건조기는 네스트의 러시아워 리워드 프로그램(Rush Hour Reward Program)에 가입하면 전기가 비싼 시간에 충전이나 작동을 멈춥니다.
 
 즉, 불필요한 에너지의 사용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최적의 방법으로 소모하도록 사물 간 연결하는 겁니다. 그래서 따로 설정하지 않고, 학습하여 스스로 동작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보고서가 방증했기에 네스트와 연동한 제품들이 에너지 절감을 골자로 하면 소비자가 사물을 연결할 가치의 여지를 늘릴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세탁기를 조작하는 기능보다는 말이죠.
 
 무슨 말인가 하면 네스트와 어떤 제품이 연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소비자가 네스트 플랫폼을 소비하고자 뛰어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왜 사물들이 연결되어야 하는지 뚜렷하지 않고, 그것이 어떤 기능을 할 것인가 보다 그렇게 연결했을 때 비용 대비 가치를 끌어내기에 복잡한 과정이나 새로운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인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건 플랫폼화한 사물인터넷 기기 보급의 최대 걸림돌입니다.
 
 그러나 자동으로 학습하여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과 서드파티 제품과 연동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는 플랫폼 형성에 당위성을 더합니다. 연결할수록 에너지 절감 효과를 집안 사물들이 총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플랫폼을 소비할 목적을 대변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관점은 앞으로 여러 제품을 선택하기에 단일 제품의 선택 조건보다 플랫폼 내 선택 조건이라는 동향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말합니다. 네스트가 온도조절장치의 판매량보다 플랫폼의 확장에 목적을 둔다면 이보다 긍정적일 의미도 없습니다.
 
 


 '그럼 에너지 절감에 무신경한 소비자는 관심이 없지 않을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표방하는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의 명확한 기준이 여태 없었다는 겁니다. 연결했을 때 어떻게 작동한다는 건 알겠지만, 그런 기기들을 늘리고 연결하여 확장하는 데 의의를 두게 할 기준은 없었죠.
 
 덕분에 사물인터넷 플랫폼도 단일 제품의 기능에 따라서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에 놓여있었습니다. 잠금장치를 예로 들면 '이 제품과 시너지를 내서 에너지 절감 효율을 올릴 수 있더라.'가 아니라 '잠금을 해제하면 자동으로 불을 켜주더라.'로써 해당 제품의 기능 자체에 의의를 두지 않으면 소비가 발생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네스트의 사물인터넷은 플랫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소비 형태를 바꿀 수 있다면 에너지 절감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수월해질 테죠. 그 시작점에서 네스트의 보고서는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