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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삼성과 LG, 플랫폼 주도권 잡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4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하량이 10억 대를 넘었으며, 전 세계 점유율이 81.2%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iOS의 애플도 승승장구 중이지만, 운영체제 기반이 부실한 제조사로서는 안드로이드가 경쟁력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이고, 점유율이 80%를 넘긴 시점에서 제조사들이 다른 선택을 하는 건 위험한 도박입니다. 덕분에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가 주도권을 유지한 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삼성과 LG, 플랫폼 주도권 잡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운영체제 기반으로 안드로이드가 지배하고 있으나 제조사들은 얼마든지 다른 플랫폼 기반을 마련할 기회는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고착화한 단계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완전히 시장에 정착한 현재는 그런 기회가 돌아오려면 구글이 문을 닫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죠. 그렇다고 플랫폼 주도권에 대한 기회가 완전히 날아간 건 아닙니다. 패러다임은 매 시간 변하고 있죠.
 
 


 내달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할 MWC 2015에서 삼성은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 워치인 오르비스(Orbis)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아우디가 행사에서 선보인 LG의 스마트 워치가 '웹 OS' 기반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 업체는 구글이 내놓은 웨어러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제품도 내놓고 있지만, 독자적인 운영체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최근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겁니다.
 
 다만 계속해서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독자 운영체제 기반이 성공적이리라 확신할 수 없고, 구글이 지닌 스마트폰 시장 지위가 고스란히 제조사를 압박하므로 쉽사리 구글과의 경쟁 구도를 갖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MWC 2015에서 LG가 공개할 스마트 워치인 어베인(Urbane)도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으로 알려졌는데, 무작정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웨어러블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구글은 사물인터넷 스타트업 네스트(Nest)를 인수했고, 네스트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가전제품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네스트에 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미국의 가전 전문 업체인 월풀(Whirlpool)도 네스트에 참여했습니다.
 
 물론 그렇다 할 성적을 낸 건 아닙니다. 이제 막 네스트 플랫폼을 확장하는 단계이기에 그럴 수도 없지만, 중요한 건 네스트 플랫폼이 확장하면서 가전에서도 플랫폼의 역할이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삼성과 LG도 플랫폼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via_Instamun


 LG는 웹 OS를 탑재한 스마트 TV를 출시했고, 삼성도 타이젠 TV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와 함께 TV에도 독자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그 밖에 다른 가전에도 탑재하면서 사물인터넷에 접근하려는 계획입니다.
 
 윤부근 삼성 소비자 가전 부문 사장은 CES 2015에서 '2020년 안으로 삼성의 모든 제품이 사물인터넷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LG도 웹 OS를 사물인터넷 핵심으로 내세워 사물인터넷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전략만 보면 두 업체가 비슷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에 휘둘린 것과 다르게 IoT 시장이 과도기를 맞이한 입구부터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독자 운영체제를 확보했다고 해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요? 운영체제 경쟁력이 플랫폼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인 건 맞지만, 시장을 주도했던 건 항상 제대로 한 기업들뿐이었습니다.
 
 흔히 삼성과 LG의 사물인터넷 강점을 얘기할 때 풍부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꼽습니다. 대형 가전부터 소형 가전,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 만들지 않는 걸 얘기하는 게 더 편할 정도죠. 만약 삼성이나 LG가 원하는 대로 타이젠이나 웹 OS로 가전과 모바일 기기를 묶어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기존 제품들도 새로운 경쟁력을 얻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어떻게 경쟁력을 더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이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냉장고나 청소기에 운영체제를 탑재하겠다는 것일 뿐, 실상 어떤 식의 생태계를 구성하리라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반면 네스트는 딱히 많은 수의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온도조절장치와 화재경보기만 판매 중이지만, 충전 시스템, 세탁기, 천장 팬 등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네스트 자체 보고서로는 온도조절장치만으로 가정에서 10% 정도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네스트 플랫폼 제품을 포함하면 비용을 더 낮추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IP 전화기와 스마트 조명으로 집 안에 문제가 생기면 알려주는 시스템을 제품을 구매하기만 해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범위는 좁으나 사물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네스트를 구매할 이유가 어떤 것인지만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죠.
 
 삼성과 LG는 아직 그런 점에서 독자 운영체제와 풍부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닌 것치고는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LG는 네스트와 연동하는 오븐과 냉장고를 선보였습니다. 이는 자체적인 구심점이 없다는 걸 방증하는 것으로 웹 OS가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홈 서비스인 '홈챗'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가전을 제어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물인터넷만의 생태계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사물인터넷이 지향하는 각 제품이 유기적으로 소통하여 동작하는 방식이 아닌 수동적인 방식이면서 네스트를 통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입니다. 모든 가전에 웹 OS를 탑재할 수 있을지언정 사물인터넷 연결을 네스트의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애초에 네스트는 운영체제를 개방하여 서드파티 업체를 끌어모으지도 않고 있으며, 그저 네스트를 구심점으로 사물들이 소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별개로 스마트폰이 관찰을 위한 도구로서 해당 사물과 사용자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지 스마트폰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에서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찾으려고 하진 않습니다. 온전히 사물인터넷을 주축으로 한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LG만 아니라 삼성도 매우 부족합니다. 분명 타이젠과 웹 OS를 확보한 건 좋은 행보지만, 여전히 사물인터넷 매커니즘은 사물을 스마트폰으로 조작하거나 냉장고로 TV를 직접 조작하는 등 수동적인 형태와 사물과 사용자 간 연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 플랫폼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운영체제만 탑재한 제품을 이전과 똑같이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죠. 플랫폼 전략이라고 할만한 실체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겁니다.
 
 당연히 현재 상태를 벗어나지 않으면 네스트, 혹은 다른 플랫폼에 얽매인 제품을 스마트폰처럼 또 생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플랫폼 주체에 휘둘리거나 주도권을 가져오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의 강점이라 여겼던 다양한 제품들도 일부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에 안착한 신생 기업들에 빼앗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부풀려 말하면 그다음으로 플랫폼 주도권을 가질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거죠. 스마트폰부터 가전까지 플랫폼 주도권을 얻지 못하고, 다른 제조사들과 똑같은 지점에 놓이게 되면 새롭게 무언가를 할 방안에 발목이 잡히므로 이전처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술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면 부품을 판매하는 역할은 계속 수행할 테지만, 완제품 시장에서 멀어지겠죠. 독자 운영체제를 확보한 만큼 플랫폼 경쟁력을 마련할 기회를 얻었으니 어떻게 살려놓느냐에 따라서 두 기업의 운명도 크게 달라지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자체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안드로이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생존하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단지 플랫폼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소재가 있으면서 그러지 못하는 건 역량을 의심하게 하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낮추는 것으로써 결코 좋은 상황이 연출되진 않을 것입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존 강자들이 신생 플랫폼 경쟁에서 어떤 꼴을 당했는지가 방증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LG, 꼭 둘 중 하나가 성공할 것이라기보단 사물인터넷 시장이 넓은 만큼 각 플랫폼이 적당한 파이를 차지하고 경쟁할 수도 있습니다. 요점은 어느 쪽이든 운영체제만 내세울 게 아니라 플랫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며, 목표를 제시하지 않으면 넓은 파이조차 다른 경쟁사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기회인 만큼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필자는 두 업체가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길 바랍니다. 2006년, 스티브 발머는 5년을 내다보며, '그 땐 사람들이 통신 기기와 음악 기기를 함께 들고 다니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것에 기회가 있다.'고 말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매커니즘을 뒤집어버렸습니다. 당시에도 MP3폰 등이 존재하긴 했으나 발머는 그렇게 빨리 시장 판도가 바뀌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두고 '5년을 앞선 휴대폰'이라고 말했죠.
 
 두 업체가 어떤 것을 하려는 건 알겠는데, 언제까지 구글과 눈치 싸움하면서 경쟁력을 양분하고, 또는 간 보기 식으로 전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처음부터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을 배제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러길 원하면서 접근은 매우 소극적이고,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행보는 본 적이 없습니다. 삼성과 LG가 이후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