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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노키아, 알카텔 루슨트 인수의 의미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후 새로운 활로 찾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에서 매각 후 남은 노키아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한 회사였죠. 지도나 통신 장비 사업을 유지하고 있긴 했으나 휴대폰 업체라는 인식이 강했던 탓입니다.
 


노키아, 알카텔 루슨트 인수의 의미
 
 매각 전 노키아는 지도 사업인 히어(Here)의 성장에 집중했습니다. 네트워크 사업부도 있지만, 모바일에 대응하여 키울만한 사업으로 지도를 내세운 겁니다. 그러나 제조 부문 매각 후 지멘스와 합작한 노키아지멘스 네트웍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네트워크 사업을 차세대 노키아의 사업으로 가지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노키아는 알카텔 루슨트를 156억 유로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수는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하며, 알카텔 루슨트 주주들은 한 주당 노키아 주식 0.55주를 받습니다.
 
 알카텔 루슨트가 생소할 수도 있어서 잠깐 설명하자면, 프랑스의 네트워크 업체로 벨 연구소가 이 회사의 산하 기관입니다. 대규모 네트워크 설비나 기업용 솔루션 등의 공급이 주요 사업인데, 시스코나 BT 등의 업체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업 영역은 알카텔 루슨트가 더 넓습니다.
 
 알카텔 루슨트는 통신 장비 부문 점유율 세계 3위로 4위인 노키아와 합병하게 되면 단숨에 에릭슨 다음인 2위에 오릅니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터 인수처럼 업계에 파격적인 것으로 당장 시너지가 폭발하진 않겠지만, 사업 지역 확대와 운영 안정화에서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이며, 중국 업체의 추격에 대비하여 기존 네트워크 업체가 가장 쉽게 몸집을 불릴 방안입니다.
 
 그리고 노키아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노키아가 휴대폰 제조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후 남은 건 3개 부문입니다. 지도 사업인 히어, 첨단 기술 개발 및 기술 특허 사업인 노키아 테크놀로지스, 그리고 네트워크 부문인 노키아 솔루션스 네트웍스(Nokia Solutions and Networks)인데, 알카텔 루슨트 인수 전, 노키아가 지도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은 3개 부문 중 가장 성적이 좋은 곳이 노키아 테크놀로지스였고, 다음이 노키아 솔루션스 네트웍스로 두 부서는 클라우드, 5G, IoT, 가상화 등으로 밀접하게 연관해 있습니다. 지도도 마찬가지였으나 노키아지멘스 네트웍스의 인수 후 네트워크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지도 사업 비중이 크게 줄어버립니다.
 
 노키아는 제지 회사로 시작하여 고무 회사를 거쳐서 전선을 만들면서 케이블 회사와 합병 후 현재 노키아의 모습이 됩니다. 이후 제지, 고무 등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통신과 휴대폰 부문에 집중했는데, 노키아가 제지와 고무를 털어낸 기간과 휴대폰과 지도를 털어내려는 기간의 차이는 크지만, 노키아의 위기를 돌이켜보면 꽤 비슷합니다.
 
 보통 휴대폰으로 발생한 노키아의 몰락을 생각하지만, 80년대 노키아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2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하여 거대 재벌이 되었으나 핀란드 금융 위기와 구소련 붕괴로 재정 위기가 오면서 CEO인 카리 카이라모(Kari Kairamo)는 자택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합니다. 이후 요르마 올릴라(Jorma Ollila)가 노키아의 사업 중 가장 비중이 낮았던 통신 부문을 끌어올리면서 제지와 고무 등의 기존 핵심 사업을 모두 매각해버리고, 그렇게 통신에서 입지를 다진 후 휴대폰 제조 업체로 발전하게 된 것이죠.
 
 즉, 노키아의 설립부터 위기 극복에 꼭 존재했던 게 통신입니다. 그리고 합병과 매각으로 체제 전환을 한 역사도 있습니다. 똑같은 통신 분야이긴 하지만, 노키아가 첫 번째 몰락을 체제 전환으로 극복한 것처럼 제조와 지도 부문을 매각하고, 통신 분야를 단단히 하겠다는 것 자체에 전략이나 시너지를 떠나서 노키아의 소망이 있는 겁니다.
 
 


 노키아로서는 휴대폰 제조 업체로 망한 회사의 인상이 큽니다. 휴대폰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남은 것으로 회사를 유지한다는 데 회의적인 반응이 클 수밖에 없죠.
 
 그러나 알카텔 루슨트 인수는 노키아가 통신 장비와 기술 업체로 체제를 전환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기존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통신만 남겨서 노키아가 기술 선도 업체라는 인상을 준 것처럼 말입니다. 그 점에서 필자는 노키아의 인수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사업이 제대로 이행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인수는 2016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이제 노키아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