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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버라이즌, AOL을 인수하다


 간혹 생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M&A 사례는 해당 기업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흥미를 유발합니다. 마치 평소 관심 없던 연예인의 결혼 소식처럼 말이죠. 그리고 흥미는 인수 목적에 끌리게 되고,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는지 궁금하게 합니다.
 


버라이즌, AOL을 인수하다
 
 버라이즌이 AOL을 인수했습니다. 앞서 관심이 많지 않은 기업이라고 한 이유가 버라이즌은 미국의 통신사이고, AOL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면 꽤 주목할 인수 사례입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 기업인 버라이즌은 44억 달러에 AOL(America Online)을 인수했습니다. 국내에는 AOL이라는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생소한 사람이 많겠지만, 1991년 상호를 AOL로 바꾼 후 인터넷 광고 및 미디어 회사로 성장한 곳입니다.
 
 작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허핑턴포스트, 미국 유명 테크 미디어인 테크크런치와 엔가젯, 인터넷 지도 서비스인 맵 퀘스트 등이 AOL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이며, 과거에는 넷스케이프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각보다 친숙한 기업이고, 한때는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이었죠.
 
 사실 AOL의 매각설은 1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거의 매년 나왔다고 보는 것이 좋은데,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항상 AOL을 인수할 곳을 꼽혔습니다. 매각설이 지속해서 등장한 이유는 AOL의 실적 탓인데, 이는 2000년 초기부터 이어진 것으로 당시 AOL은 타임워너의 자회사였고, 타임워너는 실적이 부진한 AOL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지만,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수년 동안 이어지자 2009년에 타임워너가 분사 결정을 내리면서 AOL은 떨어져 나왔고, 분리 후에도 매각 협상을 진행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고, 특허를 대거 처분하는 등 생존에 혈안이 되었기에 한동안 월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습니다. 그런 AOL을 버라이즌이 인수한 것입니다.
 
 

via_LA Times


 쉽게 생각하면 버라이즌이 미디어 사업을 확장하고자 AOL을 인수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허핑턴포스트나 테크크런치 등에 직접 투자하여 미디어 규모를 키우는 것이죠. 그러나 그 점이 버라이즌에 큰 이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새로운 사업 부문을 키워야 하기에 매력적인 인수라기보단 도박에 가깝습니다.
 
 다만 재미있게도 AOL은 최근 다시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미디어 사업보다 온라인 광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임워너에서 떨어져 나온 AOL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광고 수익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가시적인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엉망진창이 된 회사를 살리고자 광고 부문에 투자했으며, 자사 매체를 통해서 이익을 거두는 것이 목표였죠.
 
 그렇게 1년 만에 분사 후 첫 흑자를 기록했고, 2011년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린 후 1년 뒤 다시 흑자 전환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2013년에 동영상 광고 플랫폼인 어댑닷티브이(Adap.tv)을 인수하여 자사 광고 플랫폼에 경쟁력을 더하더니 지난해 다시 흑자를 기록했고, 1분기도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죠.
 
 정리하면 분사 후 광고 부문에 집중했고, 해당 모델을 탑재할 곳을 찾아 인수한 것이 허핑턴포스트였으며, 확대한 파이에 전체 경쟁력을 키우고자 어댑닷티브이를 인수한 것입니다. 허핑턴포스트는 올해 자사 콘텐츠의 절반을 동영상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조차 AOL의 수익 구조와 연관있는 선택인 겁니다.
 
 그래서 버라이즌의 COO인 존 스트래튼(John Stratton)은 AOL 인수에 대해서 '우리의 주 관심사는 CEO인 팀 암스트롱과 AOL이 구축한 광고 기술 플랫폼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AOL의 광고 플랫폼이 효과적이라면 허핑턴포스트 등의 미디어를 비추어볼 때 그 이상인 규모의 장을 만들면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주력인 이동통신은 사업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지만, 성장은 쉽지 않은데, 이동통신으로 키운 자사 포지셔닝에 AOL의 광고 플랫폼을 더하여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성장의 실마리를 찾을 의도이고, 버라이즌이 AOL을 인수한 이유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이유로 이후 허핑턴포스트의 거취를 예상하는 기사를 냈습니다. 버라이즌이 광고 플랫폼을 목적으로 AOL을 인수했다면 허핑턴포스트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목적이 광고였더라도 허핑턴포스트 등의 서비스를 유지한다면 미디어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니 그런 도박을 원하지 않는다면 서비스 부문들만 따로 매각하는 것도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이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다음 AOL의 행보를 보면 좀 더 뚜렷해지리라 봅니다.
 
 핵심으로 봐야 할 건 오랜 시간 온라인 미디어를 이끌어 온 AOL이 광고를 이유로 버라이즌과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는 점이고, 많은 주요 미디어가 AOL를 통해 유지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번 인수로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올 것인가와 버라이즌이 광고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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