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미국 식료품 판매 점유율을 20%가량 차지하며, 수많은 매장을 거느린 거대 기업이죠. 미국 유통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곳이기에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 있기 때문입니다.
월마트, 배송 서비스 시험한다
물론 매출 규모나 직원 수를 따지면 아마존은 월마트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단지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강한 탓에 월마트가 온라인 유통 시장까지 장악할 순 없었다는 거죠. 이전에는 이것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으나 아마존이 온라인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월마트도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AP 통신은 월마트가 주문 후 3일 만에 배송해주는 멤버십을 제공할 계획이며, 해당 서비스를 곧 시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인 출시 일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름께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월마트의 멤버십은 아마존의 구독 서비스인 프라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연간 99달러의 프라임의 절반 가격인 50달러로 더 저렴합니다. 대신 프라임의 최장 배송 기간은 2일이지만, 월마트는 3일로 책정했습니다. 시험 기간 동안은 초대 받은 고객만 이용할 수 있으며, 전자기기나 완구 등의 100만 개가 넘는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고 월마트는 밝혔습니다.
물론 배송 혜택만으로 월마트 멤버십과 아마존 프라임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프라임을 구독하면 음악이나 영화, TV 프로그램을 무료로 스트리밍할 수 있고, 킨들용 이북을 무료로 대여하거나 아기를 위한 기저귀와 물티슈를 할인받을 수도 있습니다. 즉, 온라인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아마존 프라임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으며, 오직 온라인 주문을 통한 배송만 필요한 소비자라면 월마트 멤버십이 더 저렴한 선택지입니다.
월마트 나름대로 아마존 프라임과 가격이라는 차별점을 두면서 그것으로 배송 기간을 하루 연장한 점은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은 왜 아마존과 경쟁할 모델을 준비한 것일까요?
via_Wired
월마트가 자사 전체 품목을 판매한 것은 처음이지만, 식료품 배달은 해왔었습니다. 문제는 아마존도 프레쉬라는 프라임 고객을 위한 24시간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가 프라임에 포함한 탓에 프라임 고객을 월마트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건 큰 고민이었죠.
아마존은 2013년에 시애틀에서만 서비스한 프레쉬를 샌프란시스코와 LA로 확대했고, 간편 주문할 수 있는 기기인 대시와 대시 버튼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대시와 대시 버튼조차 프라임 고객을 겨냥한 제품이므로 프라임에 가입한 고객이 늘고, 편해질수록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을 붙잡을 기회를 월마트는 잃게 됩니다. 그것이 월마트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치리라 보진 않지만, 오프라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골칫거리였습니다.
또한,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도 돌아봐야 합니다. 월마트는 하루만 진행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를 11월 마지막 주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5일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사실 월마트는 멤버십 서비스를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맞춰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미뤄진 것인데, 그렇게 하려 한 이유가 해당 기간에 맞춰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시장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고, 오프라인 할인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한 탓입니다.
그래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배송을 빨리 받으려는 고객을 겨냥하여 멤버십을 출시하려 한 것이었고, 오프라인 할인으로 양쪽 고객을 모두 잡아낼 생각이었던 거죠. 이뤄지진 않았지만, 상기해보면 월마트는 멤버십 고객을 늘렸을 때 온라인 대응은 훨씬 수월해집니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처럼 이용객이 몰리는 시기라면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워 할인 폭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기에 오프라인 매장과의 가격 차이 등으로 증발하는 매출을 잡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해 사이버먼데이 온라인 매출은 사상 최대치였고, 아마존을 통해 3,700만 건의 주문이 발생했으니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사이버먼데이까지 고려한 시도인 겁니다.
이는 강력한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고객을 확보해야 할 지점이 되었으며, 월마트에 아마존이라는 존재가 그것을 겨냥하게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고객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죠.
월마트 멤버십이 온라인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아직 배송 기간을 3일로 줄이는 혜택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딱히 아마존이 아니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배송해주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으며, 배송 기간을 하루로 잡는 지역 기반 서비스도 생겼기에 경쟁자가 많습니다.
월마트는 멤버십 혜택을 좀 더 고민해야 하며, 월마트의 여러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을 찾아야 서비스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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