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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불법 복제판은 무료로 윈도 10 업데이트할 수 없다.'


 제목만 놓고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불법 복제한 소프트웨어의 사후까지 책임져야 할 이유는 처음부터 없으니까요. 그러나 지난 3월, 로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불법 복제판에도 윈도 10의 업데이트를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MS가 그렇게 선택한 이유에 대한 추측도 이어졌죠.
 


MS, '불법 복제판은 무료로 윈도 10 업데이트할 수 없다.'
 
 곧 출시를 앞둔 윈도 10은 MS에 새로운 시작과 같습니다. CEO가 교체된 후 첫 윈도 업데이트이며, 처참했던 전작을 만회하기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로이터의 보도는 MS가 윈도 10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MS가 어떤 정책을 내놓는가는 달라질 윈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기에 실제 불법 복제판도 업데이트가 이뤄지게 될 것인지 주목받았습니다.
 
 


 사실 로이터의 보도로도 불법 복제판의 윈도 10 업데이트는 MS가 의도한 정책으로 보긴 어려웠습니다. 단지 업데이트의 하나로 복제판도 이행에 포함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는데, 단지 MS의 공식적인 태도가 허용하는 쪽인지, 아니면 반대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는 MS가 윈도 10과 윈도 10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해석할 지표가 될 중요한 의견이었죠.
 
 앞서 윈도 7, 윈도 8, 윈도 8.1 이용자는 윈도 10을 무료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고 밝혔기에 MS가 최대한 윈도 10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거기에 불법 복제판이 낄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된 겁니다.
 
 이에 MS 운영체제 담당 부사장인 테리 마이어슨(Terry Myerson)은 '무료로 제공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신 다른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어쨌든 이 발언으로 복제판 윈도를 이용하고 있다면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확정된 것입니다. 로이터의 깜짝 보도도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이제 핵심은 상기했듯이 이런 결정이 MS가 윈도 10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어떤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느냐입니다.
 
 


 MS의 개발자 제리 닉슨(Jerry Nixon)은 최근 개최한 행사에서 '윈도 10을 끝으로 더는 운영체제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번에 OS X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인데, 윈도 10을 기점으로 운영체제보단 서비스로서 윈도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지난 1월, 마이어슨도 '윈도 10을 서비스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가 있기에 서비스가 된다는 게 윈도 10에 대한 포괄적이면서 간략한 설명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떻든 윈도가 운영체제라는 사실이 변하진 않지만, 서비스로 인지하려는 접근이 MS가 윈도 10 이전 버전들과의 단절을 희망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윈도 7까지 무료로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상 채용률은 그렇게 높지 않을 겁니다. 특히 기업 시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기에 단숨에 윈도 10으로 이행할 수 없고, 윈도 10의 전략을 보면 안정성에서 장기간 두고 볼 필요도 있으므로 무료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고객이 많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MS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테고, 딱히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이 전력투구처럼 안 보이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윈도 10을 서비스로서, 혹은 OS X처럼 운영하려면 빠르게 쫓아올 고객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고, 그런 윈도 고객을 구분하고자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을 내놓았다는 게 타당해 보이죠. 윈도 10을 서비스처럼 유지하려면 서비스에 지속성을 가진 고객이 필요한데 여태 그러한 접근을 한 적이 없었기에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으로 범주를 형성한다는 겁니다.
 
 이는 불법 복제판에 대한 MS의 의견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로이터의 보도 직후 대개 '불법 복제판 사용자까지 포섭하여 윈도 10을 키울 생각.'이라고 추측하고 보도했으나 위 내용대로라면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만으로 윈도 10이 성공할 수 없음을 MS는 알고 있을 것이고, 불법 복제판 사용자를 끌어들일 명분도 없는 겁니다.
 
 대신 마이어슨이 다른 제안을 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어떤 사용자든 윈도 10이라는 범주에 들어올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할 선택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죠. 윈도 8.1까지 MS가 윈도를 다뤘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MS는 윈도 10을 이전 윈도들과 단절된 범주에 놓고 있으며, 이 범주에 정착할 수 있는 고객을 찾고 있습니다. '그럼 그 외 고객은 버리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원이야 계속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윈도 10에 들어오느냐, 들어오지 않느냐로 고객을 구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걸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과 윈도가 서비스라는 설명, 그리고 불법 복제판 사용자 대응이 방증하죠.
 
 그건 전체 PC 시장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운영체제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PC 판매가 저조하다면 MS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속성을 가진 고객을 확보하여 장기적으로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미 애플의 전례가 있기에 수월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윈도 10의 정책이 무작정 고객을 끌어모으려는 것이 아님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료 정책으로도 초기 윈도 10 채용률이 높지 않다면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결국 MS가 원하는 건 윈도라는 서비스를 지속할 고객이고, 이것이 꾸준히 유지되어 성장할 수 있는가를 성공의 관점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