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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조직 개편의 2가지 의미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로 오른 지 1년째입니다. 그는 윈도 10을 준비하고, 스마트폰 사업을 다시 정비하면서 클라우드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가 CEO로 승진하기 전 클라우드 부문 수석 부사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할 수 있으나 지난 1분기 우수한 클라우드 실적으로 MS의 평가가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MS, 조직 개편의 2가지 의미
 
 2013년 7월, MS는 전 CEO 스티브 발머의 주문으로 부서를 개혁했습니다. 줄리 라슨-그린(Julie Las-Green)이 서피스, 엑스박스 등 전체 하드웨어를 담당하게 되었고, 테리 마이어슨(Terry Myerson)이 윈도와 윈도 폰, 나델라도 이때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총괄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델라는 2년 만에 다시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MS는 전 노키아 CEO였던 스티븐 앨롭(Stephen Elop)과 부사장을 지낸 조 할로우(Jo Harlow)를 회사에서 내보냈습니다. 더는 윈도 폰에 노키아의 흔적을 없애기로 한 것으로 보이며, 휴대폰 사업 부문을 윈도 조직과 합치면서 윈도우 및 디바이스 그룹(WDG)을 만들어 마이어슨이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나델라는 '서피스, 홀로렌즈, 루미아, 엑스박스 등 모든 MS의 하드웨어를 WDG가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전 하드웨어 부서가 제품 자체만 중요하게 여겼었다면 WDG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중점을 둔 부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부문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클라우드 담당했던 스콧 거스리(Scott Guthrie)가 키릴 타타리노브(Kirill Tatarinov)가 맡았었던 비지니스 솔루션 사업을 함께 총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타타리노브도 MS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클라우드와 비즈니스 솔루션을 함께 둔다는 건 역시나 역시나 둘의 연결을 생각할 수 있고, 클라우드를 통한 엔터프라이즈에 박차를 가하는 MS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MS가 조직을 개편한 이유는 통합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단지 발머 시절에도 통합을 강조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발머는 은퇴를 앞둔 채 마지막에 부서 개혁을 단행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딱히 엉망진창을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통합 외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첫 번째 MS가 완전히 나델라 체제로 넘어왔다는 점입니다. 엘롭은 발머 시절 인사이자 친구로도 유명한데, 노키아 인수로 MS에 돌아왔을 때 그는 MS의 스마트폰 부문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자 MS가 노키아를 인수한 것이기도 했으니까요. 문제는 발머를 통합을 외쳤지만, 그게 소프트웨어 단계에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 부서와 하드웨어 부서를 각각 통합하여 마이어슨에 맡겼으나 스마트폰 부문이 여전히 엘롭의 손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상황과 비교하자면 스콧 포스톨을 해고한 후 팀 쿡과 조니 아이브의 관계처럼 이번 개편으로 나델라와 마이어슨이 엮이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브가 디자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더 중요했던 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모두 총괄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마이어슨도 윈도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MS에서 마이어슨의 입지가 공고해졌다는 것이며, 통합 전략의 주축이 명확해졌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덕분에 나델라 체제가 더욱 탄력받을 수 있게 되었죠.
 
 두 번째는 클라우드 부문이 MS 서비스 사업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클라우드에 주력한다는 말이 지겹게도 들리지만, 클라우드 사업이 성장하는 만큼 사업의 중심이진 않았습니다. 기존 서비스 사업의 기반을 클라우드로 온전히 옮길 수 없었고, 특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클라우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지 완벽한 대체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발머도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부서를 합쳐놓았으나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을 분리해놓았던 것인데, 클라우드의 성장이 계속해서 가파른 상태에 놓이자 두 부서를 합칠 필요성을 느낀 것입니다. 그리고 마이어슨과 함께 거스리를 주목할 수 있습니다. 거스리는 35살부터 애저 플랫폼 개발을 담당했고, MS의 대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알려졌습니다.
 
 나델라는 취임 당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할 만큼 소프트웨어를 강조했고, 거스리는 진작 나델라의 후임으로 발탁되었었습니다. 그런 인물이 클라우드 기반의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까지 총괄하게 된 것입니다. MS의 전체 사업에 클라우드를 연결하고, 한 인물이 총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이제 클라우드가 MS의 서비스를 장악했다는 방증입니다.
 
 


 물론 MS는 여전히 윈도 10이나 홀로렌즈 등 몇 가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직 개편이 이들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통합 자체가 처음도 아니고, 계속 이어져 온 상태이기에 단지 의미가 있는 건 나델라가 MS를 어떻게 운영해갈 생각인가에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앞으로 MS의 하드웨어와 클라우드를 더 핵심으로 생각해야 하고, 소프트웨어가 이들을 얼마나 받쳐줄 수 있는가에 MS에 대한 평가로 나타나리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소프트웨어가 뒷전이라는 게 아니라 조직 개편이 체제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1분기, MS의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매출은 동반 성장했습니다. 이번 조직 개편이 지지를 얻으려면 1분기의 성장이 2분기로도 이어질 수 있었는가에 달렸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