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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레노버, '성장의 핵심은 균형'


 지난 2월, 레노버는 '슈퍼피시'(Superfish)'라는 애드웨어를 미리 자사 랩톱에 설치한 것으로 논란이 있었습니다. PC 출하량 1위를 달성하는 등 PC 시장 침체를 역주행한 레노버의 만행은 꽤 충격적이었죠. 그런데도 레노버의 1분기 PC 시장 점유율은 1위였습니다.
 


레노버, '성장의 핵심은 균형'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5년 1분기 레노버의 PC 시장 점유율이 18.9%라고 밝혔으며, IDC는 19.6%로 집계했습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2위인 HP와 차이를 크게 벌리면서 성장하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PC만으로 전체 실적을 견인하기에는 PC 시장의 성장률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레노버는 지난 22일, 연간(2014년 3월 ~ 2015년 3월) 매출액이 전년보다 20% 늘어난 463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레노버가 연간 매출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영업이익은 11억 달러로 5%, 순이익은 9억 9,700만 달러로 22%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환율 문제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었으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상승하면서 113억을 기록했는데, 분기 실적을 잘 유지한 덕분에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레노버는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환율 문제만 없었다면 1분기 매출은 28% 상승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매출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낮은 것 같지만, 레노버의 가격 전략을 생각해보면 PC 시장에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5.2% 감소했는데, 델도 1분기에 전년 출하량보다 5.1% 감소했습니다. 전체 PC 출하 감소량만큼 PC 제조사들의 출하량도 감소하는데, 레노버는 1% 수준 성장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레노버의 PC 성장률도 안정적인 건 아닙니다. PC의 내림세가 계속된다면 레노버의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겠죠.
 
 


 주목해야 할 것은 레노버가 1분기에만 인수합병에 9,4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는 점입니다. 규모 확장에 끈을 놓고 있지 않으며, 씽크패드 인수로 PC 시장에 깊게 진입했듯 모토로라와 IBM x86 서버 부문 인수는 레노버에 큰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PC 사업 외 스마트폰, 태블릿, 서버, 서비스 등으로 확대한 사업들은 1분기 레노버 전체 매출에서 37%나 차지했는데, 지난해 17%와 비교하면 PC의 현재 성장률을 뛰어넘습니다. 연간 실적에서 스마트폰은 7,600만 대를 출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보고서로는 삼성과 애플에 이어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 3위를 달성했습니다. x86 서버 상품에 대한 마케팅도 확대하고 있죠.
 
 레노버가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빠르게 눈을 돌리는 이유는 씽크패드 인수가 성공적이었다는 겁니다. 2005년 인수한 씽크패드는 당시 연간 매출이 3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9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매출만 보면 13배나 성장한 것입니다. 이를 모토로라를 통한 스마트폰이나 IBM 서버 부문을 통한 x86 서버 시장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면 PC 시장이 가라앉더라도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레노버의 생각입니다.
 
 적어도 PC 외 사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건 레노버에 희소식이며, 레노버 회장 양위안칭(Yang Yuanqing)은 '레노버는 모바일 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새롭게 확보하면서 균형 있게 성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확실히 스마트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중요한 점은 PC에서 쌓은 레노버의 포지셔닝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양위안칭은 '씽크패드 인수 덕분에 IT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밝혀 각 사업부를 엮어낸 전략이 연간 매출액을 사상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방증하듯이 레노버는 곧 '레노버 테크 월드(Lenovo Tech World)'라는 자사 첫 기술 컨퍼런스를 오는 28일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PC 제조에만 중점을 둔 업체로 남을 생각이었다면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이 그리 유용하진 않겠지만, 자사의 넓어진 제품 라인과 이를 결합하여 조성한 생태계를 언급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탓에 레노버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균형을 중시하는 레노버의 전략이 PC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부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하며, 지금까지 인수합병 전략을 실마리로 했을 때 이후 어떤 기업을 인수하여 사업을 확장할 계획인지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