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리코드, 복스 미디어에 인수되다


 2014년, 올싱스디(All Things D)를 창간했던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와 카라 스위셔(Kara Swisher)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떠나 '리코드(Re/Code)'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술 미디어를 세웠습니다. NBC의 지원으로 운영된 리코드는 모스버그의 인지도 덕분에 단숨에 대표적인 기술 미디어가 되었죠.
 


리코드, 복스 미디어에 인수되다
 
 리코드는 올싱스디의 D 컨퍼런스를 이은 코드 컨퍼런스를 개최하거나 굵직한 뉴스를 단독으로 보도하는 등으로 창간 이후  올싱스디를 잊게 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NBC의 지원만으로 올싱스디 이상의 미디어로 성장하기는 부족했나 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스 미디어(Vox Media)가 리코드를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리코드 창간 1년 6개월 만입니다. 스위셔는 인터뷰에서 '모두 우리보다 크다. 더 작은 물고기가 힘들다는 게 어렵다는 건 이제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복스는 이미 더버지(The Verge)를 산하에 두고 있는데, 리코드의 리뷰 팀은 더버지에 편입되게 되었으며, 모스버그는 두 매체를 병행하여 기사를 기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경쟁 매체가 속한 굴에 들어가게 된 셈이죠. 리코드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 건 복스의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인 '코러스(Chorus)'입니다. 복스는 The Verge 외 여러 미디어를 운영 중이고, 코러스의 우수함은 꽤 소문이 났습니다. 특히 더버지가 신규 미디어로 급성장할 수 있는 이유에 코러스가 있다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NYT에 따르면 더버지는 지난 4월에만 1,200만 명이 방문하고 있고, 이는 4년 만의 성과입니다. 그 원인에 코러스가 있다면 리코드가 탐낼만합니다. 단지 좀 더 깊은 곳의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죠.
 
 


 NYT가 인용한 컴스코어의 자료로는 리코드의 월간 방문자는 150만 명 수준입니다. 적은 수는 아니지만, 더버지의 방문자가 8배는 많고, 올해 초 서비스를 종료한 Gigaom의 1월 방문자가 200만 명으로 줄어들어 재정에 문제가 생겼음을 돌이켜보면 리코드의 상황이 딱히 좋았다고 보긴 어려운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리코드와 기가옴의 수익 모델이 비슷했다는 점인데, 둘 다 컨퍼런스 개최와 다른 매체와 차별화한 고급 기사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올싱스디와 리코드의 맥락이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올싱스디는 WSJ의 전체 뉴스에 포함하여 여러 구독자를 끌어들였지만, 리코드는 독립적으로 구독자를 마련해야 했기에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기가옴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었고, 비슷한 매체인 테크크런치가 컨퍼런스 초점을 아예 스타트업으로 돌리거나 리뷰나 동영상 역량을 강화한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실제 같은 기간 방문자가 감소한 기가옴과 다르게 테크크런치는 늘었죠.
 
 물론 어떤 콘텐츠를 선택해야 기술 미디어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리코드가 기기옴과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운영을 지속하고자 몇 가지 선택을 해야 했을 테고, 복스를 선택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기대할만한 건 리코드가 올싱스디에 이어 대형 컨퍼런스에 강점을 보였고, 모스버그와 스위셔가 이끈다는 건 여전히 매력적인 것이었습니다. 반면 더버지는 마땅한 컨퍼런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기에 경쟁자처럼 보인 두 미디어가 한 지붕에 있더라도 시너지를 낼만한 충분한 조건이 됩니다.
 
 리코드가 원하는 것이 생존이고, 복스가 원하는 게 콘텐츠의 강화라면 서로 윈-윈을 노려볼 수 있는 제안이었을 겁니다.
 
 


 리코드와 기가옴의 사례만으로 기술 전문 미디어의 생존이 어려워졌다고 보긴 힘듭니다. 테크크런치는 AOL, 더버지가 복스 산하 미디어이기에 어딘가 속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매체도 많으니까요.
 
 단지 미디어 간 미세한 전략이나 미디어 접근이 차이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고, 2000년 초에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기술 전문 미디어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이제 리코드 뿐만 아니라 더버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모스버그의 기사를 기대해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