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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안드로이드를 해법으로 둔 건 아니다


 블랙베리는 존 첸(John Chen) 체제로 넘어온 후 사물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생산하지만, 사업의 비중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넘어왔죠. 하지만 소프트웨어 사업이 하드웨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이기에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블랙베리, 안드로이드를 해법으로 둔 건 아니다
 
 지난해, 블랙베리는 클래식과 패스포트 두 제품으로 과거 블랙베리의 모습을 되찾은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품이 똑같은 건 아니었지만, 블랙베리 특유의 물리 키보드와 제품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고, 스마트폰 시장에 재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성적이 좋진 않았다는 겁니다.
 
 


 블랙베리는 1분기(3~5월) 실적에서 6억 5,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억 6,600만 달러에서 32% 감소한 것으로 6억 8,300만 달러였던 월가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 것은 하드웨어 사업의 부진인데, 블랙베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저가 스마트폰 판매에 주력했고, 그것을 발판으로 클래식과 패스포트로 북미 시장에 다시 뛰어든 것이었습니다. 클래식과 패스포트는 초기 물량이 매진될 만큼 관심이 쏠렸는데, 초기 물량 판매 이후 뒷심 부족이 매출을 떨어뜨렸고, 저가 전략도 힘을 잃으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판매량도 전 분기 130만 대에서 110만 대로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판매량이 떨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사업이 어렵다.'라고 판단할 수 있고, 블랙베리는 지난달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업용 앱 부서를 통합하기로 했으며, 임직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하드웨어 사업부의 인력을 줄이고 있으니 이번 매출 발표와 함께 블랙베리의 하드웨어 사업을 더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블랙베리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개발입니다. 블랙베리는 앞서 MWC 2015에서 슬라이더 형태의 스마트폰을 공개했고, 로이터는 '이것이 블랙베리의 첫 번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블랙베리가 실제로 '프라하'와 '베니스'로 불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8월에 공개할 것이라는 뜬소문이 등장했습니다. 폰아레나는 안드로이드와 자사 운영체제인 BB10을 탑재한 두 가지 버전이 제공되리라 전했습니다.
 
 


 블랙베리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진작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했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지 않으리라고 말이죠. 특히 스마트폰 매출이 감소했다는 소식까지 있던 탓에 너무 뒤늦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휴대폰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노키아도 내년에 다시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시가 유력하기에 블랙베리조차 마지못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블랙베리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건 조금 다른 의미이며, 전략의 핵심인 건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를 어려운 상황을 해법으로 내놓게 아니라는 겁니다.
 
 분명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사업 매출은 지난해 7,400만 달러에서 1억 3,700만 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EEM(Enterprise Media Manager) BES12의 성과 덕분인데, 1분기에만 2,600개 업체에 BES12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첸이 강조한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BES12는 블랙베리 단말기만을 위한 기업용 솔루션이 아닙니다. 안드로이드와 iOS를 지원하고 있으며, 여타 블랙베리 소프트웨어를 쓸 수는 없지만, 직원들의 'BYOD(Bring Your Own Device)' 요구에 대응하여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써 다양한 단말기를 지원하는 겁니다. 단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BES를 설치하기만 하면 되므로 기업 선호도가 올라갔죠.
 
 블랙베리는 이를 자사 단말기 판매야 연결할 생각입니다. 최근 기업들은 BYOD 지원 비용이 늘어나자 지원 솔루션을 줄이고, 단말기와 통신비 지원 정책을 회사가 권하는 스마트폰 중 선택하여 자유롭게 사용하는 CYOD(Choose Your Own Device)로 변경하고 있습니다. 단지 BES가 안드로이드와 iOS도 지원하니 꼭 블랙베리 단말기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며, 회사도 직원들에게 권할 스마트폰으로 블랙베리만 두지 않아도 됩니다. 즉, 블랙베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사 단말기를 선택하게 할 기회를 늘려야만 하죠.
 
 단순히 '안드로이드가 BB10보다 나으니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프트웨어 사업이 성장하는 중이라 하드웨어 사업 부진이 큰 타격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며, CYOD 동향에 대응하는 빠른 판단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방증하는 것일 뿐입니다. 어쨌든 핵심은 여전히 소프트웨어에 있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이를 거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 점이 하드웨어 사업부 인력을 줄이고, 부서를 통합한 이유입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주력할 생각이었다면 사업부를 축소할 이유가 없죠. 그렇기에 이제는 블랙베리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으로 인식해야 하고, 하드웨어 사업이 소프트웨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블랙베리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소프트웨어 사업을 거들기 위한 것이라면 기업용 제품으로 출시할 가능성도 큽니다. 일반 판매를 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 시장에 판매하는 데 주력한다는 거죠.
 
 첸은 지난달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하드웨어 사업은 자본이 있다면 매우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고, 감소한 스마트폰 판매량이 블랙베리에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자본이 부족했다면 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니까요.
 
 대신 블랙베리의 소프트웨어 사업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감초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초점을 맞춘다면 블랙베리의 새로운 시도를 흥미롭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