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아마존은 타워 스피커 형태의 '에코(Echo)'라는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에코는 실제 스피커 기능도 하지만, '알렉사(Alexa)'라고 부르면 반응하여 사용자의 명령어를 인식하는 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가상 비서를 스피커 형태에 담아놓은 것이죠.
아마존, 알렉사를 주요 사업으로 올리다
알렉사는 에코를 부르는 명령어로 인식되었고, 하드웨어 중심의 기기로 보였습니다. 일단 에코가 있어야만 알렉사를 부를 수 있으니까요. 아마존은 그런 알렉사를 애플의 시리(Siri), 구글의 구글 나우(Google Now),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와 경쟁할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통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1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했습니다. 필자는 에코가 공개된 당시 에코를 '룸 에코시스템(Room Ecosystem)' 제품으로 구분하고자 했는데, 아마존은 알렉사를 활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 홈(Connected Home)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알렉사라는 명령어가 닿을 수 있는 공간까지 제어하는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겁니다.
앞서 에코는 스마트 전구인 필립스의 '휴(Hue)', 스마트 스위치인 벨킨의 '위모(WeMo)'의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휴와 위모를 에코와 연결한 후 알렉사에게 명령하면 조명을 조절하거나 전원을 차단할 수 있죠. 이는 에코와 연동하는 다른 서드파티 제품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과 같았는데, 아마존은 에코 본체보다는 알렉사에 좀 더 비중을 둔 모양입니다.
투자금 조성 소식과 함께 아마존은 알렉사용 API와 개발자 도구인 '알렉사 스킬 킷(Alexa Skills Kit)'과 '알렉스 음성 서비스(Alexa Voice Services)' 공개했고, 서드파티 제품을 에코와 연결하여 조작할 수 있는 음성 명령을 알렉사에 추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알렉사를 에코가 아닌 자동판매기나 알람 시계에 탑재하여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하는 제품을 만들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에코는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래퍼런스 제품, 혹은 허브 제품으로 이해할 수 있고, 여러 하드웨어에 알렉사를 탑재하여 연결함으로써 알렉사가 집 안 어느 공간에 있더라도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커넥티드 홈을 구축할 방안이 마련된 셈입니다.
필자는 처음에는 에코만이 알렉사를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에코가 비서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로 존재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니까요. 그러나 아마존은 알렉사를 기반으로 계속 다양한 제품들을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API와 개발자 도구로 방증했죠.
지난 2월, IBM의 왓슨을 탑재한 어린이 장난감인 코그니 토이(CogniToys)가 화제였습니다. 사용자와 대화하고, 학습하여 함께 성장하는 장난감이었는데, 몇몇 업체가 알렉사를 이용한 장난감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인지 컴퓨팅 영역의 왓슨과 가상 비서인 알렉사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코그니 토이를 토대로 알렉사로 제작한 장난감을 유추해볼 수는 있습니다. 사용자의 물음에 답하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등 말입니다.
그리고 장난감을 다른 알렉사 제품과 연결함으로써 여러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어린이 장난감 외 요리 기구, 가정용 보안 시스템, 원격 감시 시스템, 운동 관리 시스템, 커넥티드 자동차 등을 개발하는 7개 기업에 투자한다고 아마존은 발표했는데, 가령 에코에 파이 조리법을 물어보고, 연결된 오븐에 예열 요청을 하여 파이를 굽고, 다 구워지면 방에서 알렉사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에게 알아서 알려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애플이나 구글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분명한 건 아마존이 알렉사를 주요 사업으로 올렸으며,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경쟁할 수단으로 내놓았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유통 시장을 쥐고 있는 아마존이기에 굳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잡지 않더라도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을 모아서 판매할 수 있고, 알렉사가 제품 간 연결은 담당하면 경쟁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듯합니다.
그리고 커넥티드 홈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기본이 될만한 에코를 다음 달 14일부터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가격은 179.99달러이며, 모바일 기기가 아닌 스피커 형태의 제품을 거실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기에 스마트폰과는 별개의 허브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고, 알렉사 생태계만 잘 조성된다면 아마존의 판단도 기대해볼 만 하죠.
알렉사는 본래 아마존의 웹 분석 자회사의 이름입니다. 그러나 아마존이 알렉사를 자사 가상 비서로 포장하면서 이제는 아마존의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의미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사물인터넷을 품을 가상 비서들이 각자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재미있는 부분인데, 경쟁에 알렉사가 포함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죠.
단지 이 분야에서 구글과 애플은 선두에 있고, 기존 모바일 플랫폼 개발자의 자발적인 참여도 높아서 투자금만으로 맞설만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아마존의 첫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은 실패했고, 많은 사용자를 가진 스마트폰과 다르게 에코를 허브로 인식하는 소비자를 찾아야만 알렉사의 생태계로 흡수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필자는 이런 문제를 유통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존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지켜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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