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샤오미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습니다. 한 때 MIUI에 관심을 둔 스마트폰 사용자들만 알던 이 회사는 보조배터리, 체중계로 더 많이 알려졌고, 국내 기업들이 긴장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수없이 언급되고 있으니 무섭다는 말도 절로 나오죠.
샤오미, 제품 확대 전략의 이유
이젠 정말 샤오미가 또 뭘 만들어 낼지 궁금합니다. 이미 기존 시장에 있는 제품이라도 샤오미가 만든다는 것과 가격을 어떻게 제시할지 말이죠. 다만 샤오미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특별하게 분석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종합 가전 회사로 바뀌면서 나오는 기세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점점 더 제품 수를 확대하고 있는데, 보조배터리로 시작했던 것이 액션캠, TV, 공기청정기, 체중계, LED 램프 등 아주 다양합니다.
이런 움직임을 놓고, 샤오미의 전략을 분석하는 여러 내용을 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사물인터넷'입니다. 조금씩 제품 수를 늘리면서 종합 가전 회사로 입지를 다지고, 이를 기반으로 자사 제품들을 연결하여 자사 스마트폰과 연결한다는 거죠. 현재 샤오미가 출시하는 제품들을 보면 그럴 여지가 있는 제품들이 많으니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의견입니다.
샤오미의 CEO 레이 쥔도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것이 스마트홈 전략이다.'라고 말했으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전체 시장 추세가 그러하니 샤오미도 그중 하나로 보일 뿐인데도 단지 제품 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데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외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그런데 벌써 20가지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니 대개 사물인터넷 제품들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2~3가지 제품에 집중하면서 플랫폼 추이를 지켜보는 것과는 다른 공격성을 지닌 겁니다. 더군다나 판매도 나쁘지 않게 이뤄지는 탓에 샤오미의 성장이 여타 업체나 플랫폼보다 진취한 성과로 보이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목적을 '스마트폰과 모든 기기의 연결'에만 두기에 샤오미의 전략은 허점이 많습니다. 먼저 스마트폰과 제품을 1:1로 연결하는 방식 자체를 사물인터넷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스마트폰과의 연결보다 제품 간 연결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사물인터넷이고, 스마트폰과 1:1로 대응하는 제품은 사물인터넷 열풍 이전부터 존재했었죠.
샤오미가 출시한 제품은 많지만, 이를 앱으로 통합하여 조작하도록 제공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조작한다는 것 외 각 제품이 서로에게 주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네스트를 예로 들면, 네스트의 온도조절장치와 연결한 제품들은 통합한 앱을 이용하지 않고, 제품들은 각자 앱으로 조작하더라도 네스트 플랫폼의 지침에 맞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작동합니다. 제품끼리 연동하면서 에너지 절감에 도움을 주는 겁니다.
그런 네스트는 최근에야 '네스트 앱'이라는 자사 제품을 통합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는데, 이는 새로 출시한 음성 안내 기능을 탑재한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나 가정용 보안 카메라인 '네스트 캠(Nest Cam)'을 보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제품은 직접 조작하는 것 외 제품들이 시너지를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가령 네스트 프로텍트로 연기나 일산화탄소 감지가 발생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클립 영상을 네스트 캠으로 자동 생성하는 거죠. 네스트 앱은 이를 전달하는 허브 역할이며, 본질은 제품 간 연결입니다
그런데 샤오미 제품들은 그런 점이 빠져 있습니다. 통합한 앱으로 기기들을 관리하지만, 예를 들어, 체중계인 미스케일과 피트니스 밴드인 미밴드는 미핏 앱에 데이터를 동기화하면서도 동기화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 외 두 제품의 연결로 발생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또한, 스마트 조명 분야도 실내 온도에 따라서 불빛을 자동 조절하거나 화재 등 위험 상황을 알려줄 때 깜빡이는 등 시도를 하지만, 샤오미는 그렇지 않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니 그럴 수 있지 않은가?', '나중에라도 제품 간 연결로 경쟁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네스트가 딱 3개 제품만 출시하여 시너지를 시험하는 건 너무 많은 제품이 플랫폼에 범람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서드 파티 접근을 현재 에너지 절감에만 허용하는 것도 연결 제품이 갑자기 늘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제품 간 시너지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플랫폼을 확장하겠다는 건데, 샤오미는 당장 제품 수만 늘리고 있는 거죠.
오히려 제품이 많은 거로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거라면 삼성만 한 회사도 없을 겁니다. 유독 샤오미에 쏠리는 관심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고, 핵심은 현재 샤오미의 제품이 사물인터넷을 제대로 겨냥하고 있진 않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샤오미의 전략을 다른 방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샤오미의 영업 이익은 1%대에 머물러있습니다.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니 당연히 영업 이익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런데도 적자는 아니므로 괜찮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샤오미 제품들은 OEM 방식에 기대어서 제품 가격과 영업 이익을 보면 매출에서 연구 개발 비중이 아주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주문한 제품을 적자가 나지 않을 수준으로 판매하고, 매출에서 OEM 비용을 빼면 연구 개발 비용이 남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샤오미가 매출 성장을 하려면 매출을 추가할 수 있는 제품 라인을 계속 늘리는 게 최선입니다. 박리다매로 제품 수를 늘려 판매량만 올리면 매출도 상승하니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제품 확대 전략은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에 있다는 거죠.
어찌 보면 매출 규모만 키운다는 게 폭탄을 쥔 것 같은데, 샤오미가 제대로 이익을 내려면 결국은 중국을 벗어나서 스마트폰을 판매해야 합니다. 그나마 자체적인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MIUI와 앱스토어이기에 다른 제품들은 기존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스마트폰은 샤오미가 가진 기반으로 박리다매를 벗어나 이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항목인 겁니다.
그러나 알려졌다시피 특허 문제가 걸림돌인데, 샤오미의 글로벌 부사장 휴고 바라는 '외국 시장에 모바일 액세서리를 먼저 출시한다.'라고 말했고, 얼마 전에는 '미국 진출을 하고자 지적재산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 진출까지 1년 이상 걸리겠지만, 라이센싱을 위해서 누구와도 협상하겠다.'라고 전했지만, 현재도 샤오미에 라이센싱 제안을 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점을 보면 단순 의지 문제는 아닙니다.
역시나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이 상실하는 걸 아직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대신 여러 제품으로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이익도 커진다면 스마트폰에 대한 재투자를 조금씩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현재 출시하는 샤오미 제품들은 자사가 지원하는 스타트업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이 지원이라는 것도 이익에서 뗀 것이 아니라 불어난 규모에서 얻은 자금을 비용으로 처리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연구 개발 없이 크기만 부풀린 겁니다. 현재 제품들이 사물인터넷과 동떨어져 있다면, 결국에는 미래에 이들을 자사 스마트폰의 투자 가치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설명 밖에 할 수 없죠.
실제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잘나가는 제품입니다. 만약 스마트폰만 판매했다면 현재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없었겠죠. 그리고 북미나 유럽 지역에 모바일 액세서리를 먼저 출시한다는 건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못하니 그거라도 판매하겠다는 모양새지만, 상기한 대로라면 배터리 판매량을 늘릴 새로운 지역이 필요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야 매출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샤오미는 팬덤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샤오미 팬을 지칭하는 '미펀'을 위한 할인 행사인 '미펀제'를 실시하는 등 자사 제품 구매자와 결속력을 가지고자 하는데, 최근 미펀제에서 샤오미는 12시간 만에 211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경쟁 업체인 화웨이가 고가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걸 보면, 향후 샤오미가 저가가 아닌 이익을 낼만한 스마트폰을 내놓더라도 팬덤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것처럼 보입니다.
샤오미는 이런 미펀의 존재와 자사 제품의 결합을 '샤오미 생태계'로 강조하면서 계속 출시하는 샤오미 제품을 구매할수록 샤오미 생태계에 들어오는 것으로 말합니다. 실상 제품들을 뜯어보면 어떤 생태계를 갖췄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단지 가격을 기점으로 생태계라는 믿음을 소비자에게 준다는 건 브랜딩에 꽤 효과적이죠. 그걸 스마트폰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현재 샤오미의 모든 전략이 들어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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