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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월마트를 넘보다


 아마존이 제친 것들을 생각해봅시다. 아마존은 킨들을 앞세운 전자책으로 반스앤노블을 꺾고, 미국 최대 서점이 되었으며, 인수자를 찾던 반스앤노블은 포기하여 전자책 사업을 분사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영향도 있으나 아마존과의 스트리밍 경쟁이 심해지면서 DVD 대여 업체였던 블록버스터는 파산했죠.
 


아마존, 월마트를 넘보다
 
 아마존은 디지털과 온라인을 내세워 거대 업체들을 하나씩 쓰러뜨렸습니다. 이제는 아마존도 거대 업체가 되었지만, 그만큼 시장에 많은 영향을 끼친 회사라는 거죠. 그리고 아마존의 가장 큰 사업인 온라인 쇼핑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무작정 성장만 하던 것이 아니라 정말 판도가 바뀔 지점이 되었다는 겁니다.
 
 


 지난주, 아마존은 201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232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9,200만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 예상을 깨뜨린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 2,600만 달러 순손실을 잊게 한 성과입니다.
 
 실적 발표 후 아마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9%나 상승했습니다. 흑자를 낸 것도 있으나 그동안 아마존은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고, 적자를 내더라도 그러려니 바라봤었는데, 이번에 이익을 낸 것으로 언제든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였다는 겁니다.
 
 이로써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670억 달러로 월마트의 2,335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다음날 다시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 이상 빠졌지만, 그래도 월마트는 넘어서는 수치를 유지했습니다. 물론 시가총액만으로 두 회사를 비교하긴 어렵고,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치더라도 월마트의 사업이 쉽게 무너지는 건 아니므로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
 
 다만 아마존이 월마트를 어떻게 쫓고 있는지 바라볼 필요는 있습니다. 여전히 한 해 월마트의 매출이 아마존의 4~5배 수준인데도 아마존의 가치가 월마트를 넘어섰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니까요.
 
 

via_BusinessInsider


 지난 분기 아마존의 이익을 견인한 건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존재 탓입니다. AWS의 순이익은 3억 9,100만 달러로 전체 이익보다 높습니다. 즉, AWS 부문 외 다른 사업에서 아마존은 적자를 기록했고, AWS가 성장하면서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대신 아마존이 비용을 줄인 덕분에 흑자로 돌아서게 된 것은 맞는 데, 어쨌든 AWS의 존재가 아마존은 견인한 거죠.
 
 그렇다면 아마존이 유통 분야에서 월마트를 이겼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단지 아마존은 AWS에서 난 이익으로 유통 분야에 재투자할 규모가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통 시장에서 보면 아마존이 월마트를 따라잡긴 어렵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데, 재미있는 건 이전부터 월마트는 이런 아마존의 재투자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마존의 강점은 회원입니다. 특히 프라임 제도는 강력한 혜택으로 고객이 아마존에 머물게 하고, 쇼핑으로도 이어지게 하죠. 2010년에 월마트는 온라인 영화 서비스 업체인 부두(VUDU)를 인수했습니다. 아마존의 스트리밍 생태계를 견제하여 소비자가 아마존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2012년에는 아예 보유한 DVD를 월마트로 가져오면 디지털로 변환해주는 서비스까지 내놓았습니다.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여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게 하고, 그 경험이 쇼핑으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아마존이 점점 더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했다는 거죠. AWS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대부분을 유통 분야뿐만 아니라 프라임 제도 전반에 걸쳐서 투자하는 탓에 월마트가 온라인 사업에 쫓아오지 못하도록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분야를 강화할 수 있었고, 이는 오프라인 기반으로 온라인을 강화하는 것보다 수월한 것이었습니다.
 
 가령 지난 5월부터 월마트는 프라임과 비슷한 주문 후 3일이면 배송해주는 멤버십을 마련했습니다. 최장 배송 기간이 프라임보다 하루 길지만, 가격을 연간 99달러의 프라임보다 저렴한 50달러로 책정하여 월마트가 판매하는 100만 개가 넘는 제품을 배송하는 계획입니다.
 
 그러자 아마존은 창사 20주년을 기념하는 프라임 데이 행사를 진행했고, 프라임 회원이라면 높은 할인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기존 배송 시스템과 온라인 회원 시스템을 활용하여 작년 블랙프라이데이보다 더 많은 물건을 판매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라임 데이에 '딱히 구매할만한 물건이 없었다.'라는 평가도 있으나 소비자라면 대개 한쪽의 멤버십을 이용할 테고, 프라임 회원으로 유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배송을 준비하는 월마트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핵심은 아마존이 그렇게 유통에 공격적으로 재투자한 것에서 이제 흑자를 단계에 왔다는 겁니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온라인 서비스에 대항해야 하지만, 충분히 투자한 아마존은 온라인 기반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유치한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사업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고객을 붙들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이 월마트보다 강점을 보이는 거죠.
 
 투자자들도 이점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현재 성장세라면 10년 안으로 아마존이 월마트의 매출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매출을 따라잡더라도 이익은 월마트가 높겠지만, 아마존이 매출을 가지는 만큼 월마트의 성장은 더딘 상태가 되므로 투자자들은 아마존의 가치를 높게 보는 것입니다.
 
 지난 분기 실적은 아마존이 충분히 월마트를 넘볼 수 있음을 증명한 실마리였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아마존의 온라인 기반이 유통 분야에서 월마트를 넘어서게 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