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10을 출시했고, 윈도 10에는 기본 브라우저로 '엣지(Edge)'가 탑재되었습니다. 여전히 익스플로러가 탑재된 상태긴 하지만, MS는 엣지를 자사의 차세대 브라우저로 놓고자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해두고, 익스플로러를 원하는 사용자는 설정을 바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윈도 10, 기본 브라우저 논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독점하던 시기에 넷스케이프에서 뻗어나온 파이어폭스는 빠른 속도와 웹 표준에 근접한 설계로 호평받으면서 24시간 동안 800만 2,530번 다운로드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MS는 다시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오페라도 프리웨어로 전환했으며, 구글도 크롬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하지만 크롬이 빠르게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파이어폭스나 오페라 등은 다시 밀렸고, 익스플로러는 윈도의 기본 브라우저로써 영향력을 과시했죠.
최근에도 웹 브라우저들의 경쟁은 이어지고 있으나 이전만 못 한 게 사실입니다. MS는 2009년 반독점 합의를 이유로 윈도 구매자에게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의 제공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위원회는 MS가 운영체제 점유율을 이용하려 웹 브라우저 점유율을 올린 것을 반독점으로 판단했는데, 덕분에 유럽에서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크롬의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여 익스플로러를 넘어섰죠.
의무 기간 동안 크롬의 유럽 점유율이 오르긴 했으나 파이어폭스와 오페라, 맥스손, 루나스케이프 등 웹 브라우저의 점유율은 하락했는데, 그 이유로 선택 화면을 제공하기 시작한 초기에 선택 웹 브라우저의 위치를 무작위로 설정하지 않은 탓에 크롬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여파로 신규 윈도 구매자들이 크롬을 더욱 선택하게 했으며, 더군다나 윈도 7 SP1에 선택 화면을 제대로 탑재하지 않으면서 1년 여 동안 파이어폭스의 다운로드가 63%나 줄어들었습니다. 이미 빠르게 정착한 크롬을 직접 다운로드하는 사용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부터 브라우저 선택 화면 제공 의무 기간이 끝나면서 MS는 다시 자사 웹 브라우저를 기본 브라우저로 탑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윈도 10의 기본 브라우저로 엣지가 자리하게 되었고, 상당한 성능과 기본 브라우저라는 이점이 작용하여 높아진 크롬의 점유율을 다시 MS로 돌려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여기서 쟁점이 생깁니다.
MS가 엣지를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한 것은 수긍할 만 한데, 문제는 업그레이드 사용자까지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윈도 8에서 파이어폭스를 기본 브라우저로 사용했으나 윈도 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 기본 브라우저가 자동으로 엣지로 설정되는 겁니다.
이에 모질라 재단은 MS를 비난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롬이 점유율이 지속해서 상승하리라는 건 예상된 것이었으나 유럽위원회의 결정이 가속하는 원인이 되었고, 그나마 남은 사용자들이라도 붙들어야 하는 와중에 기본 브라우저로 엣지를 탑재한 것 그렇다 하더라도 업그레이드로 설정을 바꿔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러자 모질라는 파이어폭스 40의 출시와 함께 윈도 10에서 웹 브라우저의 기본 설정을 변경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나섰습니다.
또한, 윈도 10의 가상비서 시스템인 코타나를 이용한 웹 검색에 빙이 아닌 사용자가 선택한 검색 엔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코타나의 웹 검색은 기본적으로 빙을 이용하게 되어 있으나 모질라는 이를 수정하였고, 덕분에 이런 방식을 다른 웹 브라우저들도 도입할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MS에 대한 일종의 시위인 셈입니다.
그런데 MS도 물러서기 힘든 부분입니다. 물론 웹 브라우저 선택권을 강제했다는 게 변하는 건 아니지만, 넷애플리케이션즈가 발표한 윈도 10의 점유율은 아직 2.7% 수준이며, 윈도 간 점유율은 3%입니다. 윈도 8보다 빠르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익스플로러를 떼어놓을 생각이므로 MS로서는 크롬에 뒤처진 웹 브라우저 점유율을 엣지로 회복해야 합니다. 사용자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는 운영체제 이점을 가진 게 아니라 순전히 선택으로 점유율을 올린 크롬에 밀릴 수밖에 없고, 되레 모질라의 주장은 함께 무너지자는 것으로 들릴 뿐이죠.
시장 경쟁 관점에서 보면 이상한 논란일 수도 있는데, 이는 웹 브라우저라는 특성이 적용된 탓입니다. 일반적으로 월드 와이드 웹에 접근하려면 웹 브라우저의 존재가 꼭 필요하지만, 웹이라는 것 자체가 어디에 존속한 존재가 아니면서 웹 브라우저라는 여러 개의 문을 허용하고 있다는 건데, 하나의 문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웹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여지가 있으므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웹 브라우저들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하지만 이를 시장 경쟁으로만 얘기하기에는 웹 브라우저 선택권이라는 개념은 제대로 자리 잡질 못했습니다. 웹 표준에 기반을 둔 선택권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조정되어 가야 하지만, 각 지역의 제도적인 문제나 이해관계, 보안 문제 등이 얽히면서 수년 동안 큰 변화가 나타나진 않았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모질라의 주장은 '웹 브라우저를 선택한다는 개념이 확대되어 웹 표준이 정착되려면 윈도 10에서 선택권을 줘야 한다.'라는 것이고, 반대로 MS는 아직 선택권 개념이 정착하지 않았으니 크롬의 점유율을 끌어 내려 균형을 유지하려면 엣지를 기본 탑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해당 논란의 완벽한 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실상 유럽위원회의 결정조차 예상 밖으로 크롬의 점유율만 크게 올려놓으면서 딱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긴 어려우니까요. 단지 모질라와 MS가 다투면서 발생한 코타나의 검색 엔진 변경은 구글이 활용할 활로가 되었습니다. 코타나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로 변경하는 건 도움이 되겠죠.
그래서 확신할 수 있는 건 특정 그룹이 독단적으로 웹 균형을 맞추려고 시도했을 때 오히려 다른 결과, 유럽위원회의 결정이나 코타나의 기본 검색 엔진 변경 등 이 문제를 더욱 어려운 문제로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점유율과 상관없이 웹 브라우저에 대한 쉬운 접근을 허용하고,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웹 표준을 기준으로 발전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적어도 이 논란이 소모전이 아닌 웹 발전에 다시 한 걸음을 뗄 수 있는 담론이 되길 바랍니다. 좀 더 어려운 문제가 되었으나 가까운 답으로 갈 방법이 되긴 바란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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