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광고는 웹 사이트나 온라인 미디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입니다. 이용자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고, 제공자는 웹 사이트 구석에 광고만 놓아두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과도한 광고는 이용자의 사용자 경험을 끌어내렸고, 개발자들은 웹 브라우저에서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부가기능을 내놓았습니다.
애플 광고 차단 기능, 좋거나 나쁘거나
초기 광고 차단 기능은 아는 사람만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단 기능을 제공하는 웹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낮았던 탓도 있지만, 불편한 광고에 이미 많은 이가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광고가 브라우저 속도를 떨어뜨리더라도 한순간일 뿐이니까요.
애플은 곧 출시할 iOS 9에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애플의 행보가 '구글을 비롯한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는데, 대부분 이익을 온라인 광고에서 내는 구글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는 탓입니다.
올해 초, 구글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독일의 광고 차단 기능 개발사인 아이오(Eyeo)에 대규모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오는 사용자 경험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한 업체에 광고를 허용해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기에 광고 허가에 대한 일종의 로비인 셈입니다.
그러나 애플은 막강한 모바일 점유율을 기반으로 광고를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딱히 아이오처럼 투자를 받겠다는 것도 아니며, 자사 광고 모델에 힘을 보태려는 조치이므로 구글이 입을 타격이 더욱 클 수 있죠. 무엇보다 광고 차단 기능은 대개 PC 웹에서만 사용하던 것입니다. 이를 모바일에서도 차단할 수 있게 한다는 건 구글이 광고 차단에 대한 관심을 모바일로 돌려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물론 구글이 온라인 광고의 대표적인 업체라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겠지만, 전체 광고 업체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곳입니다. 세부적인 광고 가이드로 웹 사이트 이용에 방해가 될 광고는 게재를 거부하거나 검색에서 피해를 보도록 하며,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웹 사이트를 잘 이용하는 것에 근본을 두도록 합니다. 단지 애플의 광고 차단 범위에 구글이 들어가므로 피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또한, 브라우저에서 광고를 차단하도록 했으나 앱 광고는 그대로 놔두기로 했고, iOS 9에 추가하는 '뉴스'앱에 자사 광고 모델을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웹 브라우저 이용에서 광고 이익을 얻는 매체들을 앱으로 끌어들이고, 미디어들을 뉴스에 가두면서 광고 사업을 고착화하는 데 광고 차단 기능을 내세우는 겁니다.
애플의 이런 결정은 이용자들에게 환영 받을 만 합니다. 그동안 불필요한 광고에 고통을 받았던 이용자들은 애플의 조치로 쾌적한 웹 이용이 가능해졌고, 브라우저 속도도 빨리질 것이며, 광고에 쓰이던 데이터도 아낄 수 있죠.
광고 차단 기능을 개발 중인 개발자 딘 머피(Dean Murphy)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험해 본 바로는 10개 언론사의 웹 사이트 로딩 속도가 4배나 빨라졌고, 데이터를 53%나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습니다. 광고 차단 기능만 보면 이용자가 이득이 되는 건 분명하다는 겁니다. 이것은 좋은 점입니다.
하지만 머피는 '많은 매체가 이 기능으로 수익을 잃을 것'이라면서 갈등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매체들이 광고 이익을 잃으면 사라질 수 있고, 광고로 풍부해졌던 웹 생태계가 회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온라인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 언론사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개선 방안은 여전히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고는 어려움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하는 존재입니다. 언론사들이야 애플의 뉴스 생태계에 들어가면 되더라도 모든 매체가 그럴 수 없다는 거죠.
그럼 이것이 나쁜 점일까요? 필자는 광고 차단 기능이 되레 사용자 경험을 더 망가뜨릴 여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광고 차단 기능의 이용자는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6%가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조차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이용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애플의 개입으로 더 큰 상승 폭이 그려질 것입니다.
그런데 매체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PC 웹의 광고 차단 기능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이유는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었고, PC에서 얻지 못한 이익을 모바일에서 얻을 수 있었던 덕분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된다면 PC 웹에서 광고 차단 기능을 피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을 쓸 가능성이 큽니다.
그건 대형 언론사들이 시도하는 것으로 특정 뉴스를 보여주기 전 전면 광고 페이지를 먼저 띄우는 것으로 무조건 광고를 보도록 하고, 유튜브의 광고처럼 건너뛰어야만 볼 수 있게 합니다. 언론사들은 이런 방식이 사용자 경험을 떨어뜨린다는 걸 알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주요 기사에 적용하여 광고를 벗어날 수 없도록 조이는 것입니다.
지금은 광고의 배치를 사용자 경험에 두는 웹 사이트라도 광고 차단 기능의 폭발적인 사용 증가에 이익 감소로 내몰리면 상기했듯이 사용자 경험을 무시하면서 광고 차단을 피할 수 있는 광고 형태가 증가하리라 봅니다. 어차피 콘텐츠를 즐겨야 하는 이용자라면 피할 수 없게 된 광고에 악화한 사용자 경험을 겪어야 하겠죠.
사용자 경험의 악화가 지금은 가정이지만, 애플의 시도는 웹 브라우저가 아닌 운영체제 단위에서 광고를 막겠다는 거고, 해당 운영체제 사용자가 광고 차단에 적극적이라면 광고 시장도 본래 파이를 유지하고자 다른 방법을 내놓을 수밖에 없기에 쾌적해진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건 나쁜 점입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용자가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웹 사이트의 광고는 차단하고,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다고 판단한 웹 사이트의 광고를 놔두는 것입니다. 그런 방안이 고착화한다면 사용자 경험이 떨어지는 웹 사이트도 광고의 배치를 달리하고자 하리라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 이용자든 웹 사이트든 그렇게 하지 않죠.
이용자는 어쨌든 광고 자체를 보지 않으려 하고, 웹 사이트는 지속해서 접속하는 이용자가 아닌 이용자에게도 광고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므로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광고 차단은 아주 큰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좋아질 부분이 있지만, 광고를 게재하는 쪽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므로 나빠질 부분도 있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애플의 시도가 온라인에서 광고를 모두 몰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필자는 의문입니다.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다행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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