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의 자체 영화나 TV 시리즈 제작에 대한 단상


 분명 애플은 콘텐츠 강자입니다. 덕분에 애플이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경쟁력에 항상 콘텐츠가 붙었고, 콘텐츠 사업으로 마련한 생태계 경쟁력이 애플의 하드웨어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건 이제 와서 특별한 얘기도 아니죠. 이번에는 TV입니다.
 


애플의 자체 영화나 TV 시리즈 제작에 대한 단상
 
 애플은 지금도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아이튠즈로 제공합니다. 단지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스트리밍 업체가 강세를 보이지만, 애플은 다운로드 중심이고, 애플 TV가 있으나 서비스 측면에서는 제대로 스트리밍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으로 기존 TV 미디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죠.
 
 


 버라이어티는 단독 보도를 통해서 '애플이 독점적인 TV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논의를 최근 몇 주간 할리우드 인사들과 진행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논의 내용은 부사장인 에디 큐에 보고되며, 애플은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애플과 접촉한 할리우드 관계자는 '애플이 넷플릭스와 경쟁하고자 장기적으로 독점할 수 있는 콘텐츠의 제작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넷플릭스는 2012년부터 자체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2017년까지 사무실을 할리우드로 옮긴다고 발표하는 등 단순 서비스 업체가 아닌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입지를 다진다는 목표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애플에 위협이 되는 건 애플이 TV 사업을 진행하는 데서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스트리밍 업체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이들 업체는 자체 콘텐츠 제작과 함께 멤버십으로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TV 생태계로 옮겨가는 것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가령 애플이 스트리밍 TV 사업을 확대하고자 구독료를 설정하면 넷플릭스 소비자는 넷플릭스 구독을 끊거나 둘 다 이용해야 하는데, 그 고민에서 높은 품질의 콘텐츠가 변수가 된다면 스트리밍 서비스 고객뿐만 아니라 애플 TV 판매 자체가 흔들릴 수 있겠죠.
 
 그러므로 되레 넷플릭스를 짓누를 수 없다면 똑같이 콘텐츠 경쟁에 나서는 것은 애플로서는 당연한 순서일 겁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 뮤직만 하더라도 독점적인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여타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하려는 움직임이니 버라이어티의 보도는 상당히 의미가 큽니다.
 
 그러나 콘텐츠 경쟁이 애플에 효율적인지는 두고 봐야 할 부분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애플이 아이튠즈 스토어로 음원 디지털 판매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튠즈 스토어처럼 체계적인 디지털 판매 서비스가 그동안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디지털 콘텐츠든 판매할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아이튠즈 스토어가 잘 보여줬고, 이런 방식은 현재 다른 디지털 판매 플랫폼이 적용한 상태입니다.
 
 넷플릭스도 다를 바 없으며, 아이튠즈 스토어의 동영상 판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애플이 애플 뮤직으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후발주자인 것처럼 애플이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진출하고 자는 것도 아이튠즈 스토어를 출시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입니다.
 
 물론 후발주자라서 부정적이라는 건 아닙니다. 애플의 콘텐츠 사업이 탄력받을 수 있었던 건 하드웨어 판매가 껴있었던 탓입니다.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도 그곳에 있고, 애플이 TV 스트리밍 사업을 원한다면 그 이유도 애플 TV 또는 새로운 TV 제품에 있다고 봐야 하겠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모바일 제품만 겨냥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규모로 생각하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이유로서는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도달할 수 있는 건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으로 애플 TV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가'입니다.
 
 애플은 이미 인기 콘텐츠의 우선 방영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애플 TV가 목적은 아니었지만,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의 시즌 3 에피소드 3의 방영 권한을 얻어 PBS보다 먼저 아이튠즈에서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PBS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했고, 다운튼 애비의 우선 방영은 애플뿐만 아니라 아마존도 포함한 것이었지만, 핵심은 애플이 콘텐츠 제작자와 직접 접촉했다는 거였죠. 문제는 이런 시도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데 딱히 효과를 주지 못하더라는 겁니다. 오히려 아마존은 주력 사업인 프라임의 회원을 모으는 데 효과를 봤습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애플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아마존처럼 혹은 애플 뮤직과 통합한 멤버십으로 애플 뮤직이 안드로이드를 지원하기로 한 것처럼 콘텐츠 초점을 맞춘 경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애플 TV에 넷플릭스 등 콘텐츠를 모으고, 자체 콘텐츠를 포함하는 것으로 여타 셋톱박스와의 경쟁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로 선택해야 합니다. 전자라면 실질적으로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며, 후자라면 코드커팅 동향을 겨냥한 쪽이 되겠죠.
 
 


 자체 콘텐츠의 효과만 두고 말한 것이고, 애플 TV에 다른 요소가 추가될 것도 생각해야겠으나 어느 쪽이든 자체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건 콘텐츠 경쟁력을 어느 쪽에 무게를 둘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양쪽에 모두 무게를 두기에는 아마존이나 넷플릭스가 진입한 시장이 너무 커졌고, 넷플릭스는 매년 20개 이상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애플은 넷플릭스와 콘텐츠 경쟁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가져올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콘텐츠 간 경쟁이라면 넷플릭스가 콘텐츠 수를 크게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애플이 매년 20개 이상 쏟아지는 넷플릭스의 콘텐츠에 견주어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뛰어드는 건 애플 TV에 경쟁력을 두는 것보다 넷플릭스처럼 일종의 스튜디오가 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애플 TV에만 무게를 두고자 투자하기에는 너무 크죠.
 
 애플이 자체 콘텐츠를 어떤 위치에 두느냐에 따라서 애플의 스트리밍 사업과 TV 사업의 방향도 결정되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