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애플 주가가 118.44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애플에 대한 미래 성장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투자 시장을 뒤덮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부터 중국 효과에서 비롯한 아이폰 성과로 7월까지 애플 주가는 130%나 상승했습니다. 그동안 애플의 성장 규모는 분석하더라도 의심하는 투자자는 없었기에 급락한 주가에 요동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애플, 우려 벗어날 3가지 전제
발단은 중국발 경기 불안입니다. 지난주 다우존스 지수와 S&P 500지수는 6%, 나스닥 지수는 7%까지 떨어졌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술주들도 9%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뉴욕증시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인데, 그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종목이 애플입니다.
애플 주가는 약 한 달 동안 20% 이상 하락했습니다. 22일 하루만 6.12% 하락한 105.76달러에 마감했으며, 하락 폭만 보면 여타 기술주들과 큰 차이가 난다고 보긴 어려우나 쟁점은 2년 간 중국 효과로 성장한 애플의 실적이 이번 여파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점입니다.
애플 성장에 대한 회의감은 8월에 들어서 심해졌고, 해당 기간 동안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 정도 증발했습니다. 이런 추세가 달아오른 건 2가지 이유 탓인데, 첫 번째는 상기한 중국 효과이고, 두 번째는 아이폰만으로 기대하기에 스마트폰 시장이 이전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겁니다.
먼저 중국 효과로 재미를 충분히 봤던 시기는 신제품 효과도 겹쳤던 시기입니다. 2013년에 출시한 아이폰 5s와 아이폰 5c는 중국 공략의 초석이 된 제품이었고, 이어 2014년 출시한 아이폰 6와 아이폰 6+는 크기 변화로 더욱 다양한 수요를 만족할 수 있게 한 제품이었습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서 신제품 효과도 가장 탄력받을 수 있었던 기간이었죠.
하지만 올해 신제품은 새로운 수요를 향하고 있다기보단 기존 중국 고객의 교체를 얼마나 끌어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2년간의 중국 성과를 유지하려면 줄어든 신규 수요를 포함하여 교체 수요까지 잡아내야만 하는 데, 외형이나 큰 사양 변화 없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는 차기작에 이런 효과를 기대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예상치를 낮추게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애플의 높은 아이폰 의존도는 언젠가 발목을 잡을 거라는 예상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폰 5가 출시되던 때에 심했는데, 아이패드가 아이폰만큼 결실을 보지 못한다면 아이패드가 아닌 다른 제품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고 그게 TV인지, 자동차인지, 시계인지는 판단을 하지 못했기에 아이폰 자체에 회의가 더 깊어졌습니다.
그런 분위기에도 애플은 아이폰이 건재하다는 걸 알리면서 성장했습니다. 단지 너무 아이폰에 집중한 탓에 다른 제품 라인에 대한 관심이나 전략도 명확하지 못했고, 특히 아이패드는 6분기 연속 판매량이 하락했습니다. 또한, 신규 카테고리인 애플 워치조차 아이폰 판매량이 많아야만 긍정적일 수 있는 제품입니다.
문제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인데, 가트너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2015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은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성장률이 낮아진다면 아이폰에 대한 기대도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아이폰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지점에서 애플의 다른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이 우려가 된 거죠.
내려간 주가야 중국 불안으로 공통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으나 애플로 향한 부정마저 낙관적으로 해석하긴 어렵습니다.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은 아이폰의 판매 증대이지만, 그것마저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하기에 전제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지가 더 필요하죠.
첫 번째는 '인도'입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2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습니다. 중국조차 한계가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인지할 자료인데, 규모로 보면 중국 덕분에 이전보다 비대해졌지만, 새로운 시장의 필요성도 뚜렷해진 것입니다. 이는 애플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삼성과 구글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삼성은 인도에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고, 자사 운영체제인 타이젠의 초석으로도 인도를 밀고 있습니다. 또한, 구글도 저가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인 '안드로이드 원(Android One)'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장에 공격적입니다.
이로써 인구 12억 명의 인도가 중국을 이은 새로운 시장으로 꼽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애플도 인도 시장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이 인도 공장 설립을 준비하는 등 움직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과 다르게 인도 시장에서 애플이 어려운 건 가격입니다. IDC의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100달러 미만 스마트폰 점유율의 50%를 차지하는 곳이 인도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5c로 딱 한 번 가격 조정 전략을 썼던 걸 빼면 중국도 북미나 일본처럼 애플이 강세인 시장과 똑같이 대응했습니다. 그 탓으로 중국의 프리미엄 시장도 커질 수 있었는데, 이조차 중국 내 중산층의 급증이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인도도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가고는 있으나 중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장이고, 삼성이나 구글, 혹은 샤오미나 화웨이조차 인도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애플도 마찬가지로 현재도 인도에 아이폰이 유통되고는 있으나 신제품보다는 구형 제품 위주로 판매되어 중국처럼 신제품 효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죠.
고로 애플이 인도 시장에 대응하려면 프리미엄 전략을 수정하거나 저가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제품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건 인도 외 시장에도 적용해야 하므로 지금의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는 데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판매 전략에서 찾아야 하지만, 인도의 휴대전화 유통은 아주 기형적이라서 무작정 공격적인 약정 조건을 걸 수도 없습니다. 구글이 제품 가격을 내리는 데 힘을 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런 인도 시장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정말 중요한 시장이므로 앞으로 인도를 빼놓고 애플을 논할 수는 없을 테죠.
두 번째는 '아이패드'입니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살리고자 기업 시장 공략을 위해 IBM과 손을 잡았습니다. 둘의 제휴는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굵직한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휴가 아이패드만을 위한 건 아니라서 콕 집어 아이패드의 동아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폰이나 맥이 주력 제품이고, 기업이 아이패드를 업무 활용에 얼마큼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되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은 꾸준히 업무 활용이 연구되었으나 IBM이 내놓은 아이패드용 업무 앱이 과연 실용적인가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검토되지 않았기에 꼭 IBM 고객이 아이패드를 구매하리라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애플이 기업 시장에서 아이패드를 살리고자 한다면 제품의 정체성도 기업 시장에 적합하도록 구상적인 요소가 드러나야 합니다. 소문의 아이패드 프로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해당 제품이 기존 아이패드와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애플의 딜레마입니다.
달리 말하면 기존 아이패드 라인은 생산성보다 동영상 시청 등 콘텐츠 소비의 포지셔닝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탓에 초기 맥과 아이폰의 사이의 제품으로 시작했던 것과는 다른 스마트폰과 더 직접적인 경쟁을 해야 하므로 아이패드 프로의 판매량이 오르는 것만이 전체 아이패드 판매량에서는 희망적이진 않은 것입니다. 즉, 아이패드 프로의 출현이 필연적이라면 기존 아이패드의 포지셔닝은 태블릿 및 저가 노트북과의 경쟁이 아닌 패블릿과의 경쟁으로 완전히 넘어가야 하고, 전략도 변경되어야 합니다. 기업 시장에 대응하는 만큼 일반 소비자 시장도 고려되어야만 아이패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죠.
세 번째는 '새로운 카테고리'입니다. 앞서 애플은 애플 워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애플 워치가 근본적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다른 이유는 독립한 제품으로서 소비자가 애플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게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가령 윈도 PC 사용자가 아이폰을 사용하거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아이패드로 애플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접근한 생태계를 기점으로 윈도 PC가 아닌 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아닌 아이폰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애플 워치는 그런 면에서는 형편없는 제품입니다. 대개 웨어러블 제품이 그렇기도 하지만, 어쨌든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구매를 고려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애플의 생태계를 공고히 할 수는 있어도 확장하는 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도움이 되진 못합니다. 애플이 지금까지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성장했다는 걸 돌이켜보면 애플 워치가 성장의 실마리라기에는 약하고, 가격으로 승부를 띄운 것도 아니기에 새로운 카테고리로서 영향력도 떨어지는 제품입니다.
애플 TV를 예로 들면, 코드 커팅(Cord Cutting) 가정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급하는 명목으로 소비자를 포괄적으로 모을 수 있고, 애플 TV를 허브로 확장하여 커넥티드 홈으로 사용자가 애플 생태계에 접근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태계를 더 확장할 수 있게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연동하는 방법도 도입할 수 있죠.
비슷하게 아마존은 '에코(Echo)'라는 스피커 형태의 허브, 구글은 공유기 형태의 허브인 '온허브(OnHub)'를 출시했습니다. 물론 애플 TV가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뿐 아마존과 구글과 똑같은 허브 전략을 취하리라 단안 하진 않겠습니다. 그저 핵심인 아이폰 사업을 강화하기에도 애플 워치처럼 보조 제품인 아닌 하드웨어 측면에서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지만, 애플 생태계에 들어가도록 할 새로운 카테고리로 독립적인 전략을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이폰 비즈니스가 악화하더라도 애플 전체 사업이 추궁당하진 않겠죠.
애플이 위태롭다는 건 아닙니다. 재정적으로는 어느 회사보다 안정적이지만, 위의 3가지 전제를 쉽게 말하면 아이폰을 빼면 해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자사 웹 사이트를 빼놓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기도 하나 현재는 그걸 투자자들이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을 지난 2년처럼 다시 아이폰으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 시장에서도 한계가 나타나거나 아이패드의 성장이 더는 불가능하거나 새롭게 애플 생태계를 확장할만한 제품 없이 현상유지만 반복했을 때 추궁 당할 상황은 다시 돌아올 겁니다. 규모만큼이나 성장의 압박이 한 제품에 몰려있다는 걸 어떻게 깨뜨리느냐의 시험대에 애플은 오른 것입니다.
가장 가깝게 애플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는 건 9월로 알려진 신제품 이벤트입니다. 애플에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반전의 지점을 해당 이벤트로 잡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제품의 발표가 아니더라도 우려에 대한 어느 정도 얘기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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