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애플은 2015년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아이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나 더 팔았고, 판매 이익도 59%나 증가했습니다. 월가 예상치를 달성하진 못했으나 실적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죠. 오히려 너무 높은 기대치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애플, 6개월 만에 최저 주가를 기록한 이유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 분석가들의 애플 목표 주가는 18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적 발표 이후에는 조정되어 140달러 선까지 내려왔는데, 어쨌든 애플의 성장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애플 주가는 일주일 동안 내림세였고,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3일, 애플 주가는 2.36% 내린 118.44달러에 마감되었고, 시장 외 거래에서 0.57% 더 내리면서 117.76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중요한 건 애플 주가가 일주일 동안 꾸준히 내렸지만, 어제 급락한 탓에 120달러 선이 뚫렸고,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이는 좀 재미있는 부분인데, 지난 분기 미국 기술주들의 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애플은 양호한 실적을 냈고, 그나마 구글과 아마존이 좋은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급등했으나 예상치를 넘지 못했다는 것만 빼면 애플의 실적이 더 안정적이었습니다.
단지 구글과 아마존은 비용 감소로 실적을 올리면서 '언제든 이익을 낼 수 있다.'라는 걸 보여줬고, 애플은 좋은 실적임에도 유지할 가능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주가에 반영되면서 애플 주가는 구글과 아마존과 다르게 불안한 상태가 되어버린 겁니다.
불안 상태에서 계속 외부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중국 상황과 유가, GDP가 뉴욕증시를 흔들어 놓은 탓에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애플 주가는 계속해서 내림세를 타게 된 것입니다. 실적이 좋았음에도 안정적인 종목에서 점점 벗어나 버린 거죠.
그리고 어제 결정타가 애플 주가를 120달러 밑으로 끌어내렸습니다.
투자자들은 일주일 동안 돌아버릴 지경이었습니다. 외부 요인으로 내림세가 지속한 건 맞지만, 불안함이란 것이 더는 아이폰이 많이 팔리지 않을 수 있다는데서 나왔고, 신제품 발표까지도 아직 긴 시간이 남았으며, 서비스로 이익을 내기 시작한 구글과 아마존을 보니 애플에 대한 회의감은 연일 커졌습니다. 그래서 매도를 위해 외부 요인 탓인 내림세의 회복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간 자체가 애플 주가에 대한 불안 상태를 증폭했으며, 대신 영구 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가 발표한 420만 대라는 애플 워치 출하량이 아이폰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애플 워치가 다시 애플을 성장하게 하리라는 추측을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두 업체가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먼저 카날리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15.9%로 1위를 달성했고, 2분기 연속 1위였던 애플이 1위 자리를 내주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화웨이의 점유율까지 15.7%로 애플을 3위로 밀어냈다는 겁니다. 근 몇 년 동안 애플의 성장이 중국에 의한 것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데이터입니다.
다른 조사 기관인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도 샤오미가 15.8%로 중국 점유율 1위, 화웨이가 15.4%로 2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애플은 1분기 17.8%에서 하락한 12.2%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애플은 프리미엄 시장을 쥐고 있으니 직접적인 경쟁자는 아니지 않은가?'일 텐데, 주목해야 할 건 샤오미가 아니라 화웨이로 2분기 점유율이 1분기보다 5% 가까이 상승했고, 최근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 중저가 제품이 화웨이의 주력이긴 하지만, 점유율이 소폭 상승한 샤오미와 다르게 애플의 내린 대부분 점유율을 화웨이가 가져갔으며,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경쟁을 했을 때 애플이 중국에서 더는 급격한 성장을 하지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3일 뉴욕증시는 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혼조로 출발했고, 애플은 회복 기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상기했듯이 회복세만 기다렸을 뿐 회복세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진 않았는데, 중국 점유율 보고서가 나오자 일주일 동안 돌아버리게 한 불안감이 터진 것입니다. 아이폰이 불안하니 애플 워치에 대한 기대감도 소멸해버린 거죠.
물론 이전에도 내림세는 있었습니다. 단지 이번 내림세가 흥미로운 건 최근까지 애플의 성장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이었고, 여타 내림세는 그리스 사태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애플의 직접적인 실적이 크게 반영된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은 애플의 실적에 대한 의심과 의심을 뒷받침할 작은 조각이 내림세를 만들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것은 팀 쿡이 CEO가 된 후 성장을 의심받으면서 주가가 하락하던 때와 비슷하며, 당시 돌파구가 중국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즉, 중국에 대한 마련이나 신흥 시장의 성장을 증명할 때까지 내림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주말, 애플은 유튜브에 애플코리아로 한국 채널을 개설했고, 한국어 자막을 입힌 동영상을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실적 발표에서 애플은 한국의 아이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유튜브 채널 개설이 이런 부분에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애플이 중국 판매량을 만회할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당연히 한국의 판매량을 중국 판매량과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신제품 출시로 중국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을 대비하는 느낌이라는 거죠. 중국에 집중하기보단 주요 판매 지역을 늘리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애플의 성장에 대한 폭탄이 터졌고, 애플은 다시 성장을 추궁당할 위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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