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애플 9월 9일, '아이패드 프로, 아이폰 6s, 애플 TV'

 9월 9일 행사가 잡히기 전부터 아이패드 프로나 새로운 아이폰, 애플 TV에 대한 뜬소문은 계속 있었기에 뭔가 새로운 걸 볼 수 있는 자리라기보단 실제 어떤지에 대해 확인하는 자리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볼 수 있죠. 발표한 굵직한 것들의 대부분 이미 우리가 인지하고 있었으니까요.
 


애플 9월 9일, '아이패드 프로, 아이폰 6s, 애플 TV'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프로가 등장하리라는 얘기는 2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세대로 표시했던 아이패드의 명칭이 '에어(Air)'로 변하면서 맥북의 라인처럼 될 여지가 생긴 겁니다.
 
 A9 X 프로세서
 M9 모션 보조 프로세서
 32GB / 128GB 저장 공간
 2732 x 2048 해상도 12.9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8MP 카메라

 
 아이패드 프로는 12인치의 역대 가장 큰 아이패드입니다. 대형 아이패드의 이름표는 이제 아이패드 프로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크기가 커진 것 외 기기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은 상당히 적습니다. 기존의 아이패드 앱이 작동할 테고, 손가락을 놓을 공간과 더 많은 요소를 화면에 배치할 수 있지만, 당장은 그게 전부죠.
 
 그나마 특징이라고 한다면 4개의 스피커입니다. 스피커는 본체의 모서리마다 탑재되어 있고, 애플의 설명으로는 다른 아이패드보다 3배 더 강한 출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스피커는 가로와 세로 방향을 인식하여 음역을 조절하여 균형 잡힌 소리를 전달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필자는 이 스피커의 역할이 상당히 재미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스피커는 상당히 부가적인 요소입니다. 이동성 탓에 콘텐츠를 즐기더라도 스피커보다 헤드폰을 이용하는 일이 잦으며, 스피커의 성능이 우수하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소비자들도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스피커에 꽤 공을 들인 느낌인데, 아이패드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실제 공연장 등에서 쓰일 순 없으나 가령 음악을 제작하고자 다른 장비들과 연결해서 사용하더라도 아이패드 프로의 스피커가 도움될 수 있다면 이동성을 겸하여 좀 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실제 스피커 성능이 어느 수준인지 봐야겠지만, 성능에 따라서 외부 스피커 겸 제작 도구로서 폭이 넓어질 여지가 생겼죠. 그리고 이런 점이 외부 장치로 시선을 옮겼을 때 아이패드 프로의 정체성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스마트 키보드(Smart Keyboard)'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였던 서피스의 키보드 커버를 떠올릴 수 있는데, 특별할 것 없이 그냥 키보드입니다. 이전에도 아이패드를 위한 키보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스마트 키보드는 '스마트 커넥터(Smart Connector)'를 이용하여 따로 전력을 공급하거나 페어링 할 필요 없이 장착하는 것으로 바로 키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하므로 서드파티 제품들보다 편한 방식입니다. 키보드의 이용이 편하다는 것만으로도 아이패드로 문서 작성에 사용자가 접근하게 할 요소로는 충분하죠.


 


 그리고 '애플 펜슬(Apple Pencil)'입니다. 이름 그대로 스타일러스 펜인데, 펜의 성능이야 경쟁사인 삼성의 S펜도 출중하므로 딱히 놀랄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개 펜을 이용하는 앱들이 특정 펜을 사용해야 나은 성능을 보여주거나 연결할 수 있었지만, 애플 펜슬은 서드파티 앱을 고루 지원하여 하나의 펜으로 여러 앱들이 지원하는 기능을 고루 이용하게 할 수 있습니다. 펜을 이용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고, 아이패드를 사용 중이라면 꽤 매력적인 점입니다.
 
 즉,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패드를 새롭게 디자인했다거나 단순히 키보드와 스타일러스 펜을 추가하여 생산성을 높였다고 말하기보단 기존에 아이패드를 생산성 도구로 사용하던 소비자, 주로 특정 분야에 활용했던 방안에 하나씩 요소를 부여하여 옮겨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실질적인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면 기존 아이패드에서 교체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고, 그건 곧 새로운 수요가 되겠죠.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아이패드 프로는 다음 세대로 갈수록 생산성을 뭉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 요소를 강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요소를 명확히 하여 태블릿의 생산성에 대한 의문보다 생산성을 한 단계식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전달하는 게 세일즈 포인트라는 겁니다. 그동안 아이패드는 특정 분야를 찍어내는 게 아니라 두루뭉술한 탓에 콘텐츠 소비와 생산성에서 헤매야 하는 제품이었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아예 방향을 정해두고 있으니까요.
 
 

<


애플 TV
 
 드디어 4세대 애플 TV를 공개했습니다. 사실 공개한 3개의 새로운 제품 중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제품이 애플 TV입니다. 단순 셋톱박스에서 더욱 iOS나 OS X처럼 변했고, 기능도 대량 추가했습니다.
 
 먼저 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넷플릭스나 ESPN 등 채널은 제공했지만, 이번에는 이들을 채널보다는 하나의 앱으로서 강조하고 있고, tvOS라는 iOS 기반의 새로운 운영체제 체계를 발표하여 애플 TV를 이용하는 것이 그저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닌 컴퓨팅에 근접했다는 인상을 주도록 했습니다.
 
 그 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게 '게임'입니다. 애플 TV에 앱스토어가 탑재되고, 게임을 내려받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돕고자 함께 나온 것이 터치 인터페이스를 채용한 새로운 리모컨입니다. 이 리모컨은 상단에 터치 패드를 장착했습니다. 다른 iOS 기기에서 터치스크린으로 하던 게임을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리고 리모컨에 손몬스트랩을 달아서 닌텐도 wii의 컨트롤러처럼 동작을 인식하여 휘두를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밖에 더 풍부한 게임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면 서드파티 컨트롤러를 구매하면 됩니다.
 
 문제는 게임의 종류가 아주 제한적이고, iOS 게임을 늘려놓은 것밖에 되지 않다는 겁니다. 키노트에서 소개한 게임 중 '길건너 친구들'은 모바일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이걸 TV로 해야 하느냐에 의문이 듭니다. 게임성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필자는 앞서 '애플 TV, 게임 기능 탑재와 과제'라는 글을 통해서 '거실은 접근성보다 오랜 시간 콘텐츠를 즐기려는 소비자를 붙잡아 두는 장소이고, TV는 게임 간 경쟁뿐만 아니라 게임과 영상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지분을 빼앗아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플 TV로 길건너 친구들을 이용하는 것보다 TV 쇼를 한 편 더 보는 걸 나은 콘텐츠 소비라고 여길 수 있고, 애플 TV의 길건너 친구들은 2인 플레이를 추가하여 파티 게임처럼 변했지만, 지속해서 게임을 하게 할 부분은 전혀 아닙니다. 2인 플레이에 관심이 없다면 되레 TV 쇼를 보면서 아이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쪽이 낫겠죠. 게임이 다른 영상 콘텐츠와 경쟁하게 되었다는 점이 게임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필자는 평가합니다.
 


 리모컨은 게임 컨트롤러 역할뿐만 아니라 '시리(Siri)'를 탑재하여 비서 역할도 합니다. 보고 있는 영화에 출연한 인물을 검색하거나 보고 싶은 콘텐츠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등 버튼을 누르지 않고, 조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음성 인식을 탑재한 스마트 TV는 많지만, 단순 조작보다 비서 역할을 한다는 게 특징이면서 밖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아이폰의 시리보다 거실에 앉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시리의 활용도를 높일 것입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분명 애플 TV로서 업그레이드는 좋았으나 그 밖에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겁니다. 아마존의 '에코(Echo)', 구글의 '온 허브(On Hub)'는 각각 스피커와 무선 라우터의 형태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집안 전체를 제어할 허브로 자리하는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제품과의 연결뿐만 아니라 집 안의 상황들은 인공지능으로 파악하고, 사용자에게 알려주면서 스스로 제어, 집을 하나의 컴퓨팅 장으로 만드는 존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애플 TV는 여전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tvOS가 iOS 기반이므로 향후 홈킷과의 연계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키노트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애플 TV의 포지셔닝이 여전히 셋톱박스라는 작은 틀에 가둬뒀다는 건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이폰 6s

 
 차세대 아이폰, '아이폰 6s'와 '아이폰 6s+'가 공개되었습니다. 전작인 아이폰 6와 아이폰 6+와 외형에서 달라진 점은 없으며, 로즈골드 색상이 추가된 게 특징입니다.
 
 4.7인치 3D 레티나 디스플레이 (아이폰 6s)
 A9 프로세서
 M9 모션 보조 프로세서
 120MP 카메라
 2세대 터치 ID

 
 사실 아이폰 6s는 크게 설명할 부분이 없습니다. 키노트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몇몇 성능이 향상된 것 외 프로세서나 카메라는 매번 좋아졌고, 기능도 자체적인 것보다 iOS 9에 집중해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공식 홈페이지의 아이폰 6s 페이지에서도 강조한 건 '3D 터치(3D Touch)'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3D 터치가 꽤 획기적이라는 게 핵심이죠.
 
 이미 누르는 압력을 감지하는 기술은 애플 워치와 12인치 맥북에서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아이폰에 어떤 식으로 탑재될 것인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애플은 작정하고 새로운 인터페이스로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피크(Peek)'와 '팝(Pop)'입니다.
 
 피크와 팝은 슬라이드, 줌/아웃 등의 조작 방식처럼 새롭게 이름을 가지게 된 터치 인터페이스입니다. 피크는 콘텐츠의 내용을 직접 들어가지 않고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이메일이나 웹사이트, 사진 등을 새로운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고, 실행한 앱에서 미리 볼 수 있게 합니다.
 
 가령 메시지로 모르는 사이트의 URL을 받았다면 사파리로 연결하지 않고도 메시지 앱에서 해당 사이트를 미리 볼 수 있죠. 그리고 이를 자세히 보고 싶을 때 좀 더 깊게 눌러 사파리로 이동하는 동작을 팝이라고 합니다. 피크와 팝은 연결된 동작이고, 압력을 감지하는 기술보다는 기술의 정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는 건 꽤 애플답습니다.
 
 무엇보다 서드파티 앱도 3D 터치를 적용할 수 있어서 다른 플랫폼의 앱과 인터페이스의 차별점을 크게 둘 수 있게 되었고, 인터페이스의 차별점이 앱의 경쟁력이 된다면 그건 또 아이폰의 다른 경쟁력으로 더해질 수 있기에 동작 자체는 간단하지만, 한동안 큰 특징으로 자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기존의 앱조차 다른 앱이 될 수 있게 한다는 건 실제 사용했을 때 사용자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비슷비슷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새로운 화두가 되기에 충분한 정의이지 않나 싶습니다.

 



 상기했듯이 이미 많은 뜬소문에 키노트의 내용이 노출된 상황이라 큰 기대를 하고 볼 행사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생산성에서도 분야별 특징을 고려한 아이패드 프로의 방향, 컴퓨팅에 초점을 맞추게 된 애플 TV, 3D 터치로 인터페이스 차별화를 시도한 아이폰 6s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서 뜬소문에 쌓인 제품 외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필자는 평가합니다.
 
 단지 아이패드 프로가 신규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애플 TV가 향후 허브 역할이 될 수 있을지, 3D 터치가 아이폰의 경쟁력으로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고, 그건 제품이나 기술의 문제보다는 발표한 제품들의 변화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변화, 예상한 변화가 기대를 요동치게 하진 못한다는 거죠. 물론 그렇게 요동치게 할만한 시기는 지났습니다. 이전보다 경쟁사들의 속도도 빨라졌고,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도 과거 애플과 다르지 않습니다. 애플이 느려졌다기보단 경쟁 업체들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죠.
 
 그런데도 그런 시장에서 조그마한 부분을 핵심으로 제품의 방향을 결정하고, 소비자가 인식하게 전달했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아이폰 6s를 구매한 소비자는 곧장 3D 터치를 경험하고자 할 테니까요. 이제는 이렇게 제시한 작은 방향을 큰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