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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익스피디아는 왜 홈어웨이를 인수했나

via_kplu


 숙박 공유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의 기업 가치는 무려 255억 달러입니다. 호텔이나 리조트 등 별도의 숙박 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어마어마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논란이 많은 기업이므로 거품이 껴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중요한 건 현재 에어비앤비가 어떤 위치인가 하는 겁니다.
 


익스피디아는 왜 홈어웨이를 인수했나
 
 현재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과 맞먹습니다. 재미있는 건 똑같이 숙박 시설이 없는 온라인 호텔 예약 서비스인 익스피디아(Expedia)의 기업 가치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서 투자 시장은 호텔을 빌려주는 것보다 집을 빌려주는 것에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죠.
 
 

via_Acquisitions Daily


 지난주, 익스피디아는 휴가지 숙박 임대 서비스 업체인 '홈어웨이(HomeAway)' 39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홈어웨이는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업체라고 할 수 있는데, 휴가지의 집을 임대할 수 있도록 중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업계 1위라면 홈어웨이는 4위 정도의 업체입니다.
 
 홈어웨이는 에어비앤비처럼 방만 임대할 수는 없으나 한 채를 장기적으로 임대하는 것에 강점을 두고 있습니다. 에이비앤비보다 세부적인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하지만, 호텔 예약만 집중한 익스피디아로서는 에어비앤비에 대항한 수단을 마련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익스피디아의 홈어웨이 인수가 에어비앤비와 경쟁하려는 발판으로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홈어웨이만으로는 에어비앤비의 넓은 사용층을 겨냥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먼저 장기 임대는 에이비앤비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쟁점이 되는 집값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에이비앤비가 꼽힙니다. 주택을 매매하여 에이비앤비로 장기 임대하는 것으로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3일 진행한 에이비앤비 규제 주민 투표는 부결되면서 에이비앤비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나는 점이 홈어웨이는 휴가지 숙박을 핵심으로 삼고 있으며, 장기 임대도 휴가를 즐기는 사람에 초점을 맞췄지만, 에어비앤비는 여행객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주택 임대가 필요한 사람들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면에서 경쟁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경쟁 업체를 추가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분명 에어비앤비가 성장하면서 익스피디아에 위협이 되었습니다. 다만 숙박 시설을 갖춘 힐튼이나 하얏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등 대형 호텔 체인점도 익스피디아처럼 위협을 받은 곳입니다. 기업 가치도 그렇지만, 저렴한 가격에 특별한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에어비앤비의 특징이 호텔 간 경쟁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옮겨놓고 있죠.
 
 특히 모바일에 특화한 에어비앤비는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당장 숙박할 곳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탓에 호텔 지점을 정해놓아야 하는 것보다는 훨씬 능동적입니다.
 
 그래서 호텔 체인점들도 온라인 예약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최저가 예약과 관련한 계약이 있어서 직접 방 가격을 낮추진 못하지만, 호텔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용객들이 익스피디아 등 예약 사이트가 아닌 자사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으로 서비스 품질에서 에어비앤비와 경쟁하겠다는 의도죠.
 
 호텔 체임점들의 움직임에 다급해진 건 익스피디아입니다. 익스피디아는 정식 숙박 업소의 예약만 가능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그렇지 않습니다. 두 업체 모두 별도의 숙박 시설이 없으나 공급 규모가 다르고, 익스피디아는 에어비앤비와 경쟁할 숙박 시설을 최대한 등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와 경쟁하겠다는 호텔 체인점들이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자 샌드위치 상태가 된 겁니다. 즉, 호텔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면 달리 숙박 시설 공급을 늘리고, 호텔과의 경쟁도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그 탓으로 익스피디아는 지난해에 호주의 온라인 여행사인 '왓이프(Wotif)'를 인수했고, 올해 1월에는 미국의 온라인 여행사인 '트레블로시티(Travelocity)'를 인수했으며, 마찬가지 경쟁사인 오르비츠(Orbitz)도 익스피디아의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3곳의 경쟁 업체를 삼킨 겁니다. 이로써 최저가 경쟁에서 익스피디아는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섰습니다.
 
 여기에 홈어웨이입니다. 에어비앤비처럼 임대 목적을 다양화하진 않지만, 휴가지의 숙박 시설 공급을 늘리고, 회원들이 호텔 체인점의 온라인 예약을 이용하지 않게 붙잡아 두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에어비앤비와 경쟁하게 했으나 샌드위치 상태를 먼저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고 익스피디아는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럼 의문인 것이 익스피디아와 홈어웨이는 다른 서비스인데 어떻게 휴가지 숙박 경쟁에서 붙잡아 둘 수 있느냐 하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일 겁니다.
 
 익스피디아는 호텔 체인점들이 여러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자 '익스피디아 플러스(Expedia+)'라는 멤버십을 출시했습니다. 이 멤버십은 예약 금액에 따라서 포인트를 적립하고, 적립한 포인트를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3단계로 나누어진 등급을 올릴 수 있고, 등급에 따라서 무료 조식, 무료 와이파이 등 추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아직 익스피디아 플러스가 홈어웨이와 연결된 건 아니지만, 익스피디아는 회원들이 호텔의 자체적인 서비스로 빠지는 걸 막고자 비슷한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이 휴가지의 집을 장기 임대할 수 있는 영역까지 확대한다면 호텔 이용객들이 홈어웨이를 이용하게 한 번에 묶을 수 있겠죠.
 
 그건 에어비앤비와의 경쟁에서도 휴가지만큼은 익스피디아를 유리하게 만들 것입니다. 샌드위치를 피하면서 양쪽 경쟁자를 모두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