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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넷플릭스의 한국 공략하기


 넷플릭스는 내년 초에 한국 정식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등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넷플릭스이고, 한국에서도 넷플릭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기대는 높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성공처럼 한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도 크죠.
 


넷플릭스의 한국 공략하기
 
 한국의 TV 주 시청 층은 40대 주부이고, 주요 콘텐츠는 단연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국내 기존 선호 콘텐츠와 다르므로 성공이 어렵다는 게 넷플릭스 국내 진출을 가장 비관적으로 보는 의견입니다. 해당 콘텐츠를 이미 제공하는 IPTV와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겁니다.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넷플릭스는 현재 IPTV를 제공 중인 통신사와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PTV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기존 사업자와 콘텐츠 확보와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 넷플릭스의 마찰은 예견된 것이지만, 최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등 넷플릭스 진출 전부터 대응 움직임을 보여서 협상에서 넷플릭스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더 어려워졌기에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조너선 프리드랜드(Jonathan Friedland) 넷플릭스 홍보 부문 총괄 임원은 '한국 서비스를 위해 꼭 인터넷 사업자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다.'라면서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어떤 기기라도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한국인들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라며, 독점 콘텐츠에서도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물론 콘텐츠 규모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했지만, 독점 콘텐츠 역량이 경쟁에서 힘을 발휘할 때 앞으로 통신사와의 눈치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키도 합니다.
 
 충분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유하고, HBO, 훌루, 아마존 등의 업체와도 겨루는 상황이므로 콘텐츠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파급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당장 넷플릭스가 보유한 콘텐츠 탄환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마블 시리즈의 데어데블과 방영 예정인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가 있고, 하우스 오브 카드나 마르코 폴로 등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올해 6월부터 방영된 드라마 센세이트(Sense8)가 서울 배경을 넣고, 한국 배우들을 대거 투입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연출상 이뤄진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콘텐츠 소비자로서는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시즌 2의 제작도 확정되었기에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하게 다가가면서도 넷플릭스를 전할 기회가 될 수 있겠죠.
 
 그리고 한국 콘텐츠 제작자와의 연결에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던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인 '옥자'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양한 영화에 투자한 탓에 특이한 일도 아니고, 글로벌 스크린을 노리는 작품이므로 한국만을 겨냥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센세이트부터 진출하려는 시장과 접점을 만들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죠.
 
 그저 느낌만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는 최근 일본에 진출하면서도 일본의 콘텐츠 제작 환경과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 했습니다. 옥자에 투자한다고만 밝혔을 뿐 독점 스트리밍 권한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권한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넷플릭스가 한국의 콘텐츠 시장에 어떤 식으로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투자 방식이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더 나은 품질의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쪽으로 소비자를 옮겨갈 겁니다. 당연히 넷플릭스가 참여한 콘텐츠의 품질이 더 높다는 건 아닙니다. 단지 통신사와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넷플릭스는 충분한 열쇠를 쥐고 있으며, 이미 한국 공략을 시작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사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빠른 인터넷 속도로 다른 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는 곳이 한국입니다. 꼭 TV가 아니더라도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거부감이 없으므로 제공 방식의 고민보다는 넷플릭스라는 브랜드를 한국 소비자에게 어떤 게 각인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전략이죠.
 
 그런 점에서 한국을 배경을 등장시킨 드라마나 한국 콘텐츠 제작자에 투자하는 등의 접근은 특별한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사업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상당히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이것은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의 분위기를 잘 읽어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필자는 생각하며,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로의 접근이 원활해졌을 때 과연 국내 스트리밍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기대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