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VR 시장이 이전 3D TV 시장처럼 사장되진 않으리라 믿습니다. 교체와 보급 주기가 긴 TV와 다르게 VR 단말기는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으면서 개인을 겨냥하므로 수요 마련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VR로 즐기려는 콘텐츠에 따라서 적합한 단말기를 선택할 수 있기에 하나의 제품으로 복합적인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고, 거실을 점령해야 하는 TV보다는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 VR 카드를 꺼내 들다
지난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씽크LA 트렌즈 브렉퍼스트(ThinkLA's Trends Breakfast)에서 구글 VR / 카드보드 파트너십 및 개발 부문 총괄 아론 루버(Aaron Luber)는 '카드보드는 오픈 소스이며, 우리의 임무는 대중에게 VR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기나 게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진화와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몇몇 파트너들과 콘텐츠 보급에 노력 중이라고 밝혔는데, 그 파트너 중 하나가 뉴욕타임스입니다.
아론 루버에 따르면 구글이 카드보드를 출시한 지 18개월이 지났지만, 이 저가의 VR 뷰어는 지난 일요일에 가장 의미 있는 상승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자사 유료 구독자에게 무료로 카드보드를 제공하고, VR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인 '뉴욕타임스 VR(NYT VR)'를 출시한다는 거였죠.
NYT VR은 카드보드에서 볼 수 있는 VR 뉴스를 제공합니다. 카드보드가 없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PC 웹에서 즐길 수도 있지만, 앱의 개발 의도는 VR로 뉴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입니다.
현재 NYT VR로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남부 수단, 우크라이나, 시리아의 난민 어린이 3명의 일상을 담은 360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영상 곳곳에 관련 자막이 배치되고, 이용자는 늪을 건너는 모습이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그 밖에 산업개발, 식량 부족 등도 보도했고, 뉴욕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콘텐츠도 추가했습니다. 아직 5개의 영상만 즐길 수 있으나 뉴욕타임스는 일반적인 뉴스 보도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를 계속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이런 시도는 'VR 동향을 틈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VR 저널리즘을 실행하는 것과 현재 뉴욕타임스의 상황을 비추어 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주말판 종이 신문의 정기 구독자에게 카드보드를 무료로 전달했습니다. 아직 종이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이용해야 하는 VR 콘텐츠에 얼마나 많이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스마트폰 사용을 유도했다는 건 일종의 신호입니다.
뉴욕타임스의 종이 신문 구독자는 현재 130만 명 수준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30일,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죠. 점점 비슷해지는 겁니다.
문제는 뉴욕타임스의 구독 매출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그건 종이 신문 구독자가 디지털 구독자로 고스란히 넘어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종이 신문 구독자가 그대로 디지털 구독자가 된다면 균형이 맞춰지겠지만, 종이 신문 구독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른 것입니다.
또한, 종이 신문 구독자는 유료로 뉴스를 제공하면서도 광고를 추가하는 것에 문제가 없지만, 디지털 구독자는 많은 광고를 원하지 않습니다. 광고를 추가한 무료 뉴스를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 유료 구독하면서 광고까지 보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는 거죠. 그래서 네이티브 광고 매출이 디지털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뉴욕타임스가 카드 보드를 배포하고, VR 앱을 선보였습니다. NYT VR은 네이티브 광고를 포함하고 있죠. 종이 신문 구독자가 모두 NYT VR을 쉽게 사용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뉴욕타임스의 저널리즘이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혹 NYT VR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구독자가 있다면 구독료와 함께 네이티브 광고 수익을 낼 수 있고, 종이 신문 구독을 중단하더라도 VR 콘텐츠를 소비하게 할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더군다나 종이 신문 구독자가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실상 가장 활발한 뉴스 소비자입니다. 이들이 VR로 뉴스를 소비하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뉴욕타임스가 VR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하는 것이 더욱 탄력을 받겠죠.
뉴욕타임스는 종이 신문 구독자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다리로서 카드보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카드를 꺼내 든 겁니다. 그건 대중화를 얘기하는 루버의 목표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카드보드가 종이로 되었기에 오랜 시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콘텐츠 추가도 약속했으나 VR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뉴욕타임스만도 아니고, 저널리즘을 실현하려는 점에서 콘텐츠 보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VR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했으니 콘텐츠 제공 방식보다는 콘텐츠의 품질이 더 중요해지겠죠. 무엇보다 NYT VR의 네이티브 광고가 종이 구독자에 효과를 볼 수 있어야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콘텐츠 보급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저렴한 카드보드를 어디든 비치하여 VR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꼭 뉴욕타임스만 아니지만, 마치 가판대의 신문을 구매하는 것처럼 카드보드에 접근하고, VR 저널리즘이 확산한다면 그건 루버가 말한 컴퓨터의 진화를 논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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