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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파슬, 미스핏을 인수하다


 최근 몬데인은 활동 트래커 기능을 탑재한 '헬베티카 1(Helvetica 1)', 스와치는 비접촉식 결제 기능이 핵심인 '벨라미(Bellamy)', 태그호이어는 까레라 칼리버(Carrera Calibre) 모델을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웨어를 채용한 스마트워치를 선보였습니다.
 


파슬, 미스핏을 인수하다
 
 전통 시계 업체들의 스마트워치 및 웨어러블 기기 시장 진출이 가속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거창한 성과는 아직 없습니다. 이제 막 제품을 내놓은 탓도 있지만, 이제 막 시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애플이나 삼성이 시계를 착용하지 않았던 소비자까지 끌어들인 것과 다르게 전통 시계 업체들은 기존 고객을 겨냥하는 것과 함께 신흥 업체의 수요까지 당겨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파슬 그룹(Fossil Group)은 웨어러블 기기 개발 업체인 미스핏(Misfit)을 2억 6,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스핏은 활동 트래커인 '샤인(Shine)'과 '플래시(Flash)'를 판매하고 있으며, 파슬 그룹은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마이콥바이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 버버리(Burberry)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시계로 시장을 점유해왔습니다. 전통 시계 업체와 신흥 웨어러블 업체의 만남인 것입니다.
 
 다른 전통 시계 업체들의 행보를 보면 파슬도 스마트워치에 대응하고자 미스핏을 인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급했던 건 미스핏입니다. 분명 미스핏은 활동 트래커 시장에 빠르게 뛰어들었고, 그만큼 성과도 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에 집중한 기능과 경쟁 제품과 비교하여 비싼 가격은 현재 치열해진 경쟁에서 미스핏을 겉돌게 했습니다.
 
 샤인은 알루미늄 재질의 매끈한 디자인으로 고급화를 노렸지만, 경쟁사인 핏빗이나 조본, 샤오미 등이 기능에 큰 차별점이 없는 저렴한 제품을 내놓았고, 애플이나 삼성 등은 조금만 보태면 더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내놓으면서 중간에 껴버린 겁니다. 그래서 저가 제품인 플래시와 샤인의 가격을 낮추는 등 시도를 하기도 했죠.
 
 이에 미스핏의 CEO 소니 부(Sonny Vu)는 '브랜드가 없이는 이 경쟁이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상태라면 미스핏은 저가 경쟁으로 내달려야 하지만, 본래 가지고자 했던 포지셔닝은 고급 시장이었기에 고급화의 방아쇠가 될만한 브랜드가 필요했던 거죠. 그런 점에서 파슬이라는 매각 상대는 미스핏의 새로운 희망입니다.
 
 


 다만 미스핏만 숨을 고르게 된 것은 아닙니다. 미스핏을 인수한 파슬로 충분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인수인데, 미스핏의 강점은 작은 원형 모양에 활동 추적 센서를 눌러 담았고, 별도의 디스플레이 없이 LED로 정보를 보여주며, 버튼이 아닌 두드려 조작하는 방식을 채용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상기한 몬데인의 헬베티카 1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헬베티카 1은 활동 트래커 기능만 탑재했고, 외형은 기존 바늘이 있는 시계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미스핏의 센서와 정보를 보여주는 방법, 조작 방식을 기존 시계 형태에 반영했을 때 헬베티카 1처럼 활동 트래커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파슬이 다양하게 생상할 수 있게 됩니다.
 
 단지 이런 스마트워치의 성공에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전통 시계 업체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미스핏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활동 추적 커뮤니티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나이키나 핏빗도 비슷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기존에 마련해둔 커뮤니티에 시계 사용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파슬은 자사의 16개 브랜드에 미스핏의 기술을 탑재할 계획인데, 이들 소비자를 하나의 커뮤니티에 묶을 수 있다는 건 파슬이 브랜드에 기술을 더한 것으로 플랫폼을 형성할 여지를 남깁니다.
 
 무엇보다 미스핏은 활동 트래커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플랫폼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샤인이나 플래시의 조작 방식을 사용자화하는 것으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전등을 조작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데, '미스핏홈(Misfit Home)'이라는 이 플랫폼에 파슬의 시계를 밀어 넣을 수 있게 되었죠.
 
 물론 미스핏의 플랫폼이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줬던 건 아니므로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자사 생태계를 강화하고자 웨어러블 사업을 시작한 애플, 삼성, 구글 등의 기술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전통 시계 업체들은 스마트워치를 내놓았으나 아직 브랜드의 지위를 빼면 기술 플랫폼 측면에서 매우 약합니다. 이는 태그호이어가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이유이기도 한데, 파슬은 미스핏을 인수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게 된 셈입니다.

 

 



 파슬이 미스핏이 형성한 활동 트래커나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자사 브랜드 지위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기존 시계 수요를 붙잡으면서 다양한 라인에 미스핏의 기술을 탑재하는 것으로 파슬 그룹의 시계를 구매하면 당연하게 활동 트래커 기능과 사물인터넷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죠.
 
 몬데인, 스와치, 태그호이어도 이런 효과를 보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파슬은 미스핏을 인수하면서 좀 더 수월한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당장 미스핏은 기존 트래커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주력하겠지만, 파슬의 브랜드에 미스핏 플랫폼이 확장했을 때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 두고 볼 대목입니다.
 
 스마트워치 시장의 확대로 기존 시계 시장이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 파슬이 미스핏 인수가 전환점이 될지, 그리고 고급화를 원하는 미스핏이 파슬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