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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넷플릭스는 왜 오리지널 시리즈에 저돌적인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2017년까지 할리우드로 사무실을 이전할 계획입니다. 자체 제작하는 여러 영화와 TV 시리즈를 준비하고,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 상징성을 더하려는 거죠. 콘텐츠가 곧 경쟁력인 넷플릭스가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인 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넷플릭스는 왜 오리지널 시리즈에 저돌적인가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매년 20여 개의 새로운 각본을 발굴하여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방송사가 1년 동안 제작하는 드라마 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나의 방송 채널로 간주해도 될 정도이며, 여기에 투자한 TV 시리즈와 영화까지 합치면 콘텐츠 제작이 이미 취미가 아닌 주요 사업인 셈입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목적은 오직 독점 콘텐츠 확보에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콘텐츠가 그렇듯 꼭 많은 투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인기 있는 콘텐츠가 제작되는 건 아닙니다. 넷플릭스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등 말 그대로 대박을 친 작품도 제작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작품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쟁점이 되는 것이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주요 사업인데, 자체 콘텐츠의 성과를 반영해야 하는 건 위험부담이 크지 않은가'입니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독점 콘텐츠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입니다. 그러나 콘텐츠의 실적은 고스란히 넷플릭스에 흡수되어 결과가 좋지 않다면 서비스에 영향을 끼칠 겁니다. 하지만 외부 제작자를 통해서 콘텐츠를 수급할 때는 서비스의 성과가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죠.
 
 어느 쪽도 장단점이 있지만, 넷플릭스의 행보가 쟁점이 되는 건 여타 경쟁사와 비교하더라도 가장 공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도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으나 넷플릭스보다 상업 영화 비중이 작습니다. 훌루는 제작사들이 뭉쳐 만든 서비스이고, 이들은 콘텐츠 유통이 주요 사업인 탓에 넷플릭스와 단절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훌루 주주인 월트디즈니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넷플릭스에 공급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비중으로는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의 전체 자체 제작 콘텐츠의 70%를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죠.
 
 독점 콘텐츠가 중요한 요소인 건 맞지만, 흥행 여부가 핵심인 만큼 상대적으로 저돌적인 넷플릭스가 무리하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겁니다.
 
 


 한때 넷플릭스는 미국 가입자 증가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지난 3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증가한 미국 가입자는 88만 명이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가입자 수인 98만 명보다 감소했고, 2분기의 115만 명보다도 낮았습니다. 그 탓으로 당시 넷플릭스 주가는 14%가량 급락했는데, 실상 240만 명으로 예상된 미국 외 신규 가입자는 274만 명을 넘었습니다. 단지 본토에서의 성장이 둔화한다면 다른 지역도 비슷한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거죠.
 
 분석가들은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감소한 이유로 1달러 증가한 월 구독료를 지적했습니다. 가격 부담이 생기면서 가입자가 줄었다는 건데, 이미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는 미국 최대 케이블 인터넷 업체인 컴캐스트의 인터넷 가입자 증가를 넘어섰습니다. 유료 케이블 TV 가입자가 인터넷 가입자로 넘어가는 탓이고, 코드 커팅 동향 자체가 비싸진 월 구독료의 영향을 받진 않은 겁니다. 그래서 눈을 돌려야 하는 게 모바일과 미국 외 지역입니다.
 
  에릭슨(Ericsson)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서 유튜브가 현재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의 50~70%를 차지하며, 넷플릭스가 20%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이면 모바일 트래픽이 올해보다 10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여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전체 트래픽 비중이 70% 수준이리라 예상했습니다. 전체 비중으로 보면 엄청난 수치인데, 넷플릭스만 떼어놓으면 그리 높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RBC 캐피털 마켓스(RBC Capital Markets)는 미국 인터넷 사용자의 51%가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7,000만 명의 가입자 중 4,300만 명이 미국 이용자인데, 미국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이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고자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그다음으로 유튜브가 꼽혔습니다. 즉, 넷플릭스 이용자는 많지만, 모바일로 이어지는 트래픽 경쟁에서는 유튜브에 크게 밀리고 있는 겁니다.
 
 지난 7월, 구글은 13~24세 연령층의 54%가 TV가 아닌 모바일 유튜브 앱으로 영화 예고편을 더 많이 본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코드 커팅 동향으로 TV 넷플릭스 이용자는 꾸준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가진 않는 겁니다. 이런 문제는 10대 이용자를 장기적인 TV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중요한 쟁점이며, 덕분에 넷플릭스는 기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에 어린이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대폭 추가했습니다.
 
 단순히 연령층만 나눈 콘텐츠 라인업이 아니라 유튜브는 어린이 전용 앱인 '유튜브 키즈'로 저연령층을 공략하므로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TV 이용자 확보에 도움된 것처럼 모바일 전략도 이행하는 것입니다. 현재 넷플릭스는 하나의 계정으로 최대 5명의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데, 모바일에서 유튜브가 아닌 넷플릭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해당 고객이 성장했을 때 코드 커팅에 가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단입니다. 세서미 스트리트, 토마스와 친구들 등의 콘텐츠와 제휴한 유튜브와 다르게 독점 콘텐츠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려니 제작 콘텐츠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또한, 전체 넷플릭스 이용자는 하루 평균 1.4시간, 연간 500시간 정도를 넷플릭스에 소비합니다. 꼭 오리지널 시리즈만 즐기는 건 아니겠지만, 전체 콘텐츠 풀이 해당 소비 시간을 만족하면서도 상승할 여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콘텐츠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넷플릭스는 내년 말까지 서비스 지역을 200개국으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현지 콘텐츠 사업자와의 마찰이나 콘텐츠 풀이 부족한 지역으로의 진출이죠. 그래서 넷플릭스는 2016년에 600시간 분량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공합니다. 자체 제작한 콘텐츠만으로 최대한 평균 이용 시간까지 맞춰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는 겁니다.
 
 


 분명 위험 부담은 있지만, 코드 커팅 동향이 아니라 모바일 고객 확보와 서비스 지역 확대가 절실한 넷플릭스는 어떻게든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케이블 TV, VOD 사업자, 유튜브까지 전자상거래와 스트리밍 사업을 연결한 아마존이나 콘텐츠 유통 자체가 목적인 훌루보다 경쟁 대상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끼칩니다.
 
 단지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과가 제대로 반영되었을 때 이들 경쟁 대상보다 더 큰 판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콘텐츠의 중요성만 가지고 무작정 제작하는 게 아니라 명분은 어느 정도 갖춘 것이죠. 가입자 확보라는 걸림돌을 해결할 방안은 찾았으니까요. 거실 TV부터 모바일, 거기다 영화 동시 개봉으로 극장까지 겨냥하면서 단일 서비스를 200개국에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위험 부담을 안을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최근 넷플릭스는 호주 서비스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RBC 캐피털 마켓스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전체 가정의 10% 이상이 넷플릭스 가입자이고, 그 원인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를 꼽았습니다.
 
 아직 의심은 많지만, 더욱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는 시점이 오면 오리지널 시리즈의 파급력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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