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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테슬라 인수설에 대한 단상


 지난 9월, 영국 가디언은 '애플이 캘리포니아 자동차국과 자율주행차량과 관련해 논의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이라는 명칭의 전기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련한 행보를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입니다.


애플, 테슬라 인수설에 대한 단상

 프로젝트 타이탄은 비밀리에 1년 전부터 진행되었으며, 2019년에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약 4년 후라는 얘기인데, 테슬라가 설립 이후 5년 만에 양산에 들어간 걸 생각하면 자동차를 만든 적 없는 애플이라도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테슬라를 비롯한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전기차 기술이 현재에 머물지 않으리라고 고려한다면 의문이 들만 합니다.
 
 


 2012년, 분석가 매튜 린(Matthew lynn)은 1,000억 달러의 현금 보유한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자 BMW를 인수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쉽지 않은 일로 여겨졌고,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달에 씨넷은 또 2,0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애플이 BMW를 인수하는 것이 좋은 그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떠오른 것이 애플의 테슬라 인수설입니다. 테슬라 인수설은 린이 BMW 인수를 예상했을 때 함께 나온 얘기입니다.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다면 엔진 차량이 아닌 전기차일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전기차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테슬라가 인수 대상으로 더 적합하다는 겁니다.
 
 지난주, 포천은 다시 애플의 테슬라 인수설을 꺼냈습니다.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애플 CEO 팀 쿡은 테슬라를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였습니다. 직접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와 만나기도 했죠.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했을 때 양쪽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시너지는 상당합니다. 우선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에 속도를 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현재 대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해당 배터리 기술을 다른 제품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테슬라는 애플이라는 강력한 브랜드의 후광을 가지는 것과 함께 현재 성장 걸림돌로 꼽히는 생산 라인 부족이나 중국 시장 공략에 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신사업에 투자해야 하는 애플로서는 테슬라를 인수하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닌 겁니다. 단지 시너지보다 중요한 건 실제 인수 가능성이 어떤가 하는 거죠.
 
 


 시너지만 놓고 보면, 테슬라가 아니라 BMW를 인수하더라도 똑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으로 보면 전통적이면서 독일의 BMW가 아닌 신생 업체이면서 미국 기업인 테슬라에 좀 더 무게가 쏠리죠. 실제 미국 여론은 혁신적인 두 기업의 인수설에 흥분한 상태입니다. 미국의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의 탄생에 대한 염원처럼 말입니다.
 
 애플의 테슬라 인수설은 여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겁니다. 과거에도 애플이 트위터, 일렉트로닉아츠 등 기업을 인수한다는 뜬소문은 있었지만, 테슬라 인수설의 성격이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애플은 작년에 '비츠(Beats)'를 30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는 여태 애플이 진행했던 여느 굵직한 인수 금액보다 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비츠 인수의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이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는 계속 준비했겠지만, 비츠를 인수함으로써 단번에 서비스가 부각될 수 있었던 것도 분명합니다. 아직 30억 달러의 가치를 비츠 인수가 보여줬다고 하긴 어렵지만, 새 사업을 진행하는 데 다른 기업 인수가 큰 작용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쿡이 테슬라 인수와 관련하여 머스크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애플은 전기차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애플 뮤직에 비츠가 더해진 것처럼 프로젝트 타이탄에 테슬라가 더해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어떨까요? 분석가들은 테슬라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머스크는 자사 인력을 빼가는 걸 이유로 애플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물론 애플에서 테슬라로 옮겨가는 엔지니어도 많지만, 머스크가 애플에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을 지녔다고 보기에 충분한 사례였죠.
 
 하지만 머스크의 의지가 곧 테슬라의 의지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테슬라 투자자들은 어떤 때보다 테슬라에 생산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쫓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애플이 프로젝트 타이탄을 진행하는 것과 함께 구글조차 자율주행이 가능성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기에 시장 선점에 우위를 차지하려면 생산성을 늘려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머스크는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4~5년은 더 테슬라의 CEO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4~5년이면 CEO를 그만둘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머스크는 테슬라보다 우주선 업체인 스페이스 X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두 회사의 CEO를 겸하는 것에 어려움을 토했습니다. 머스크가 테슬라의 CEO에서 물러나더라도 이사회 구성원으로 경영에 관여하겠지만, 달리 말하면 스페이스 X에 집중하고자 대체할 경영 솔루션이 테슬라에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사회로서는 머스크를 대체하여 테슬라를 총체적으로 이끌 인물을 찾는 것보다 시너지가 확실하고, 인수 의사가 있는 애플과 손을 잡는 쪽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해관계만 맞아떨어진다면 머스크와 애플이 마찰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지가 없다고 보긴 힘듭니다. 되레 이 인수설의 쟁점은 테슬라의 의지가 아니라 기존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진출, 확장이 어떤 속도로 테슬라를 압박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많은 자동차 업체가 테슬라에 대적할 전기차 모델의 출시를 내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성능도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모델 S에 근접했고, 테슬라는 좀 더 다양한 라인의 제공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이전처럼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러하니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건 아닙니다. 애플이 과거와 다르게 대형 M&A에 적극적이고, 테슬라도 새로운 리더와 시장 확대에 대비해야 하는 지점이라는 게 애플의 테슬라 인수설을 꾸준히 언급하게 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포천의 예상에 오류가 있는 건 '최근 테슬라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가치 존속에 제동이 걸렸고, 이것이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할 기회'라는 겁니다. 분명한 건 테슬라는 아직 성장하고 있으며, 테슬라가 애플의 원하지 않을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가치에 대한 자신감에 있습니다.
 
 적어도 그 자신감이 꺾여 애플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 아니면 애플이 그 자신감에 밀려나게 될지는 프로젝트 타이탄인 예고한 2019년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