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애플의 주력 제품입니다. 애플 전체 매출의 70% 수준을 차지할 만큼 애플의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인데, 아이폰이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던 2012년에도 '애플이 아이폰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아이폰, 이제 판매량이 떨어진다는 전망
아이폰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우려는 노키아나 블랙베리의 전신인 리서치인모션(RIM)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으로 오히려 장기적으로 제품 라인이 풍부한 삼성 쪽이 나을 수 있다는 데서 나온 겁니다. 아직까진 꼭 들어맞는다고 보긴 어렵지만, 삼성은 둘째치고, 애플의 상황은 주목할 만 합니다.
모건스탠리의 분석가 케티 휴버티(Katy Huberty)는 '2016년에 아이폰 판매가 6% 가까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007년 140만 대 판매를 기록한 아이폰은 지난해 1억 6,900만 대 판매까지 매해 증가했고, 올해도 2억 3,120만 대 수준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의 높은 가격과 중국, 남미 등 신규 시장의 판매 둔화 등이 영향을 끼치면서 2016년 아이폰 판매량이 2억 1,800만 대로 떨어지리라는 게 휴버티의 주장입니다. KGI증권의 밍치 궈도 비슷하게 2016년 판매량 감소를 예상했습니다.
사실 아이폰 판매량 우려는 2016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전 분기에 심각하게 다뤄진 것입니다. 부품 수급을 문제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는 거였죠. 뚜껑을 열어보니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증가하면서 우려를 잠식했는데, 이번에는 중국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부분은 휴버티도 인지하는 부분으로 '중국 성장이 그나마 애플에 밝은 부분'이라면서 다만 '선진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중국 외 신규 시장의 수요가 가격이라는 벽에 부딪힐 것이므로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망대로라면 사상 처음 아이폰의 연간 판매량이 감소하는 겁니다.
9년 동안 고공 행진한 한 가지 제품이 또 성장한다는 것보다 내려갈 시기가 되었다고 예상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긴 합니다. 내년 아이폰 판매량을 감소한다는 분석은 작년 말에도 있었는데, 투자 자문 회사인 모틀리 풀(Motley Fool)은 '2015년까지 아이폰이 성장하겠지만, 2016년이면 그런 추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보면 아이폰의 판매량이 떨어지길 바라는 기우제처럼 느껴지지만, 달리 말하면 아이폰만 성장하는 애플의 상황에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거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휴버티조차 '2016년 아이폰 판매량 감소는 최악의 상황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을 만큼 꼭 일어난다고 단안을 내리지 않았지만, 아이폰 판매량 감소가 애플에 끼칠 영향을 토대로 분석했다는 자체가 애플의 높은 아이폰 의존도를 나타낸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폰을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아이패드의 판매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야심에 차게 준비한 애플 워치와 3년 만에 업그레이드한 애플 TV도 아이폰만 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새로운 카테고리의 등장이 없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큰 아이폰이 계속 애플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죠.
그 탓으로 중국 다음 표적이 된 지역이 인도입니다. 가트너의 분석으로는 지난 2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했고, 빠르게 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기에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인도로 여러 기업이 모이고 있는데, 문제는 아이폰의 가격이 인도에서 중국처럼 성장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애플은 인도의 아이폰 가격을 낮췄습니다.
포춘에 따르면 애플은 인도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5s의 가격을 43%가량 낮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가격을 낮춘 건 구형인 아이폰 5s이고, 애플 이익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신형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인도가 돌파구만으로 보이진 않는 겁니다. 이게 휴버티가 내놓은 전망의 배경입니다.
애플이 이전처럼 선진국이나 중국에서 다시 큰 성장을 거둘 여지는 매우 희박합니다. 아이폰이 과도기를 지난 지점에서 이미 새로운 아이폰에 대한 기대보다는 교체 주기에 따른 소비가 중심이 되었으니까요. 고로 애플은 높은 아이폰 의존도를 다른 제품으로 옮기거나 인도에서의 판매 증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휴버티는 아이폰 판매량 감소를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으나 실상 상기한 두 부분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고, 또 기우제로 넘겨 읽기에는 애플이 가진 카드가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필자가 얘기하는 건 '꼭 아이폰의 판매량이 감소한다.'라는 게 아닙니다. 여태 애플은 대화면 아이폰이나 중국이라는 빠져나갈 장치를 계속 마련해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마련해둔 두 카드를 전부 쓴 올해 아이폰의 판매량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즉, 두 카드를 대체하면서도 아이폰 성장을 이끌만한 것이 필요한데 현재 보이는 것만으로는 없다는 거죠. 인도도 아니고, 애플 워치도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분석가들은 아이패드의 판매량 감소 지점에서 애플 워치의 존재를 기대했습니다. 아이폰 판매량이 떨어지는 게 기정사실이라면 애플 워치가 그 공간을 채워줄 수 있으리라 본 겁니다. 물론 애플 워치가 여느 스마트 워치보다는 많이 팔린 건 맞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려를 다시 아이폰에 집중되게 할 수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내년 애플의 전략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남은 카드를 언제 쓸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던 이전과는 다르게 다시 장기적인 예상을 할 수 있을 만한 화두를 던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화두가 다시 아이폰일지, 아니면 다른 카테고리일지에 따라서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하더라도 우려를 잠식하게 될지, 그렇지 않을지 내다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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