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는 애플의 신화입니다. 각기 다른 유통 경로로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 했던 양식을 한 곳에서 마치 음원을 고르듯 바꿔놓았고, 이는 스마트폰 산업까지 변화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화와 동떨어진 앱스토어도 있습니다.
애플은 언제까지 맥 앱스토어를 내버려둘 셈인가
2011년,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Back to the Mac'을 선언합니다. OS X에서 iOS가 파생되었고, iOS의 경험을 다시 맥으로 돌려놓겠다는 거였죠. 그래서 도입한 것이 '맥 앱스토어'였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쉽게 앱을 내려받는 것처럼 맥에서도 여러 앱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맥용 디자인 앱인 '스케치(Sketch)'가 맥 앱스토어에서 철수했습니다. 매출이 부진한 이유도 있었지만, 애플의 불만스러운 운영 방식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개발사인 보헤미안 코딩(Bohemian Coding)은 '여러 이유가 있다.'라면서 '긴 앱 심사 기간이나 샌드박스 정책 등으로 일부 기능을 추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기존 고객에게 업그레이드 옵션을 제공하지도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본래 스케치 앱은 '스케치 2'로 유명해졌는데, 차기작인 '스케치 3'가 나오면서 스케치 2의 지원은 중단되었습니다. 문제는 스케치 3를 새로 구매하는 사람은 상관이 없었지만, 스케치 2에서 스케치 3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비용을 전부 내야 했다는 겁니다. 그 탓으로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스케치 2를 그대로 사용하는 고객이 많았고, 스케치 3의 매출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문제에 대한 불만이 애플이 아닌 보헤미안 코딩 쪽을 향했죠.
차기작이 나오면 새로 구매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업그레이드 옵션만 있었다면 스케치 2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업그레이드 비용을 받을 수는 있었을 겁니다.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스케치 2를 계속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니 차기작을 개발하는 의미를 상실한 거죠.
비슷한 상황은 2012년에도 있었습니다. M플레이어 X(Mplayer X)는 맥용 인기 동영상 플레이어였지만, 자동으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거나 자막을 매칭하는 기능이 미디어 폴더를 탐색한다는 이유로 샌드박스 규정에 어긋난다면서 앱스토어 등록을 거부당한 것입니다. 그러자 M플레이어 X는 맥 앱스토어를 떠났습니다.
M플레이어 X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맥 앱스토어 초기부터 정책에 대한 개발자들의 불만은 있었습니다. 샌드박스나 게이트키퍼 정책이 이용자의 보안 수준을 올리고, 불법 복제를 막는 장치가 된 건 맞지만,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었죠.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도 개선된 것은 없으며, 스케치도 맥 앱스토어에서 철수했습니다. '불만이 있으면 진작 철수했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30%의 수수료를 애플에 지급하더라도 맥을 처음 이용하는 소비자가 맥 앱스토어로 자사 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홍보 비용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에 개발자들은 어쩔 수 없이 맥 앱스토어에 남았던 겁니다.
그런데 작년 10월에 웹 코딩 앱인 '코다(Coda)'도 맥 앱스토어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판매 가격을 79달러에서 99달러로 올렸는데, 개발사인 패닉은 매출에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죠. 이는 맥 앱스토어가 가졌던 이점을 많이 잃었으며, 맥 이용자들이 맥 앱스토어가 아닌 여러 창구에서 앱을 얻길 원한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도 문제가 있지만, 사용자에게도 방치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iOS 앱스토어에는 동영상 소개나 새로운 앱 추천 기능, 묶음 판매를 도입하는 등 개선하고 있으나 맥 앱스토어는 아이콘 디자인이 바뀐 것 외에는 초창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OS X 업데이트 유틸리티'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심지어 서비스 초기부터 느린 속도를 개선해달라는 것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즉,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맥 앱스토어를 벗어나고, 맥 앱스토어의 사라진 이점으로 불만을 가졌던 개발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보안을 이유로 앱을 한곳에 모으려 했던 애플의 목적이 어긋나게 되었다는 겁니다.
샌드박스 정책으로 맥 앱스토어로 이용자들의 보안 수준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다면, 되레 개발자들이 요구하는 바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외부 앱을 찾게 되고, 개발자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면 샌드박스 정책이나 게이트키퍼가 어떤 보안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먼저 다운로드한 앱 허용 수준을 '모든 곳'으로 고치는 것부터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맥은 iOS와 다릅니다. 생산성에 비중이 훨씬 높기에 약간의 보안을 빌미로 업무에 영향을 끼칠 생산성 앱을 포기할 이용자가 많을 수 없죠. 스케치 앱 이탈은 오랜 시간 방치한 맥 앱스토어가 곪아 터진 방증입니다.
맥 앱스토어가 OS X의 보안을 끌어올릴 방법의 하나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방법일 뿐 애플은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입니다.
물론 이번 사례를 계기로 철수하는 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진 않으리라 봅니다. 어도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명 업체 소프트웨어는 처음부터 앱스토어에서 빠져 있고, 이들과 경쟁하려면 맥 앱스토어의 역할이 필요한 개발자도 많습니다.
그러나 맥 앱스토어가 이전부터 있었던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순간이 온다면 스케치와 같은 사례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그건 맥 이용자에 고스란히 불이익으로 돌아올 겁니다. 애플이 이 문제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지켜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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